세 번도 넘게 '정주행'을 한 예능프로그램이 있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독일편>이다. 프란츠 카프카에서 시작된 나의 독일 사랑은, 외국인들이 "한국 사랑해요"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 됐다. 고등학교 때는 독일인 친구와 1년 가까이 펜팔을 했다. 그때 친구가 추천해준 곡이 네나의 '99 Luftballons'이다.
며칠 전 수업시간에 취업과 진로에 대한 학과 설문지를 작성했다. 여러 항목 중 어느 분야에 취업하고 싶은지 묻는 말에서 잠시 멈춰 고민했다. 진로를 아직 못 정했기 때문이다. 곧 4학년이 되는 대학생이 목표가 없다니. 이게 얼마나 대책 없는 소리일까. 그러나 '몇 학년 때부터 취업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에서는 지체하지 않았다. 나는
수능 봤던 날을 생각하면 주머니에 손을 넣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날 새벽의 한기와 패딩 점퍼와 담요와 코코아와 히터와 보온도시락은 모두 추위와 한 몸이었다. 국어 시간 때만 해도 극심한 긴장감 때문에 손을 덜덜 떨며 마킹을 했는데, 점심시간이 지나고서는 히터 온기에 속아 그만 나른해지고 말았다. 친구와 버스를 타고 돌아와서는 편의점에 들어가 컵라
청와대에 활짝 열린 '게이트'가 결국 국민을 화나게 했다. 전국에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의 촛불집회가 열렸으며, 각종 매체는 날마다 새로운 부정부패를 들춰냈다. 이러한 현 상황을 보여주듯 각종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는 국정농단과 관련된 키워드가 여럿 떠올라 있었다. 그러나 지난 8일, 그 흔적들은 잠시 모습을 감췄다. 미국 대선에서 모두의
단어가 부서졌다. '국가', '대통령', '민주주의' 등, 초등학생도 아는 기초적인 단어의 정의가 완전히 박살 났다. 단어를 깨뜨린 사람들은 지난 4년여간의 '박살'을 1분 35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압축시켜 사과하거나, 검찰 수사에서 자신의 혐의에 대해 모두 부인하거나, 사과 아닌 변명만 늘어놓는 식으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발 내딛는 곳
<원대신문>의 60번째 마침표가 찍히는 순간이다. 그리고 나는 벌써 세 번째 점을 찍고 있다. 누군가 나에게 소감을 묻는다면 글쎄? 오히려 그 마이크를 <원대신문>과 함께했던 분들께 돌리고 싶다. 그들 모두의 공통점은 독자라는 것이다. <원대신문>은 매주 월요일마다 교내 각 건물 1층 로비에 배포된다. 그리고 교외에 계신 분
요즘 SNS를 이용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더 자세히 알게 됐다. 나와 친구 관계인 사람들이 어떤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는지, 어떤 댓글을 남기는지, 또 어떤 게시물을 올리는지를 보면 그들의 성향에 대해 꿰뚫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에 소설가 한강이 쓴 연작소설『채식주의자』가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 상을 수상했다. 『채식주의자』는
갤럭시노트7(이하 갤노트7) 배터리가 불량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건 지난 8월 24일이었다.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 '뽐뿌'라는 사이트에 "노트7이 충전 중 터졌어요"라는 말과 함께 한 쪽이 검게 그을린 휴대폰 사진이 게시됐다. 갤노트7이 미국에서 최초 공개된 지 20여 일밖에 되지 않았을 때였다. 갤노트7의 발화 사례는 '뽐뿌'를 시
'정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란 그에 의해 각자가 자기의 것을 취하며, 법이 정하는 바대로 하는 미덕"이라고 말했다. 언뜻 보면 명언 같아 보이는 이 말은 커다란 맹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그'가 무엇인지 확실히 적혀있지 않다. 그리고 '법의 절대적 강제성'만을 강조하며 '법이 공정한지'에 대해
리우올림픽이 한창이던 8월, 스포츠에 집중하던 여론이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린 일이 있었다. 시선이 닿은 곳은 연예인 최여진 씨의 모친이 올린 SNS 글이었다. 최 씨의 모친은 지난 2010년 양궁 국가대표 기보배 선수의 부친이 "보배가 개고기를 먹는 날이면 경기를 잘 풀어나갔다"고 인터뷰한 것을 문제 삼으며, "한국을 미개한 나
노인이 한 사내의 눈을 붕대로 감고 코끼리를 만져보게 했다. 노인은 "코끼리의 생김새는 어떠한가?"라고 물어보니, 사내는 "커다란 기둥을 보는 것 같다"고 답했다. 노인은 붕대를 풀어주며 코끼리의 진짜 모습을 보게 했다. 사내는 자기가 만진 대상(세상)이 일부분이었음을 깨달으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고전설화「코끼리 이야기
밤낮이 바뀐 8월. 우리는 12시간이라는 시차를 뛰어넘어 꾸역꾸역 TV 앞에 앉았다. 그리고 한마음으로 우리나라 선수가 선전하길 바랐다. 그렇게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약 2주간의 올림픽은 22일로 막을 내렸다. 우리나라는 종합 8위에 올랐다.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의 금메달 소식, 시상식장에서의 프러포즈, 경쟁보다는 감동을 보여준 선수들 등 경기 외
'기자의 시각'에서 매번 시사적인 문제만 이야기해왔지만, 이번엔 사회문제를 벗어나 내가 꺼내지 못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1 살바로드 달리의 '기억의 지속'. 중학교 때 우연히 봤던 작품으로, 내가 어렵고 힘들 때마다 나를 일으켜주는 원동력이 됐다. 그래서 이 작품을 사랑할 정도로 좋아한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미술을 취미로 했던 만큼 그림과는
여름방학이 되면 내가 기자가 된 지 약 1년이 된다. 그동안 바뀐 것이 참 많다. 신문사의 구성원이 줄거나 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원대신문은 꾸준히 앞을 보고 달렸다.1956년부터 발행된 원대신문은 어느새 1300번째 얼굴로 우리를 반긴다. 게다가 올해는 우리대학이 개교 70주년을 맞는 해이고, 원대신문 창간 60주년이기도 하다. 그만큼 원대신문의 기자
'번 아웃 신드롬'. 오직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해오던 사람이 갑자기 슬럼프에 빠져 무기력해지는 증후군을 일컫는 신조어이다. 최근 기자도 이 증후군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취재를 하기 위해 늘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현장을 향해 달려가고, 정보를 수집하고, 기사를 작성하고, 신문사 업무를 다 마친 뒤에야 산더미처럼 쌓인 과제를 부랴부랴 하고&hellip
한 공간에서 오랜 시간 같이 일하다 보면 공유하게 되는 것이 많다. 그중 하나가 독감이다. 원대신문 기자들은 지난 겨울방학 합숙 중 지독한 감기를 공유하게 됐다. 우리는 해결방안을 찾았다. 공간을 분리할 수는 없으니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자. 그래서 지금 신문사에는 2개의 항균 스프레이가 있다. 며칠 전 오랜만에 이 스프레이를 사용할 일이 있었다. 신문사 안
요즘 대중들의 최대 관심사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정치나 사회? 아마 연예분야가 아닐까? 매일 자극적인 헤드로 우리의 시선을 잡아끄는 기사의 중심에는 항상 연예인이 껴있다. 그러한 기사들은 사실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기하급수적으로 '복제 생산'된다. 인터넷에는 금세 그 연예인에 대한 이야기들이 봇물 터지듯이 쏟아져 나오고, 사람들은 이렇다 저렇다 하는
이번 주 신문이 발행되고 나면, 나는 이미 투표를 마친 상태일 것이다. 4ㆍ13 총선을 앞두고 상당히 들뜬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주민등록증을 처음 발급받았던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로 돌아간 듯하다. 그 당시 나는 주민등록증에 적힌 내 인적사항을 반복해서 읽으며, 드디어 시민으로 인정받은 것 같다고 느꼈다. 그때로부터 2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지난달 11일 부산 동아대 화학공학과 동아리 행사에서 선배들이 액땜 행사를 한다는 이유로 음식물 찌꺼기, 담배꽁초, 휴지 등이 섞인 막걸리를 신입생에게 끼얹었다. 위 사실은 지난 27일 뒤늦게 동아대 페이스북 ‘동아대학교 대나무숲’에 공개돼 논란이 됐다. 문제가 일파만파 커지자 이를 폭로하는 사진과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해당 학과 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