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되니 '팀'을 경험할 기회가 빈번하게 찾아온다. 조별과제부터 동아리, 학생자치기구 그리고 학생회까지, 학생들은 개인의 차원을 넘어 다양한 단체에 소속된다. 하지만 단체생활은 녹록치 않다. 고된 업무나 생활환경 탓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 간의 갈등이 주된 원인이다. 그중에서도 윗사람과의 갈등은 술자리 안줏감으로 불려질만큼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는 부분이다.
   갈등의 중심에는 소통의 부재가 있다. 지난달 11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3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10명 중 5명 정도가 '회사에서 본인의 의견을 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의견을 얘기해도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가 28.9%로 가장 많았다. 또한 10명 중 6명이 '상사와 의견이 다를 때'를 직장 내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어려웠던 순간으로 꼽았다.
   윗사람이 명령하고 아랫사람은 따르는, '상명하복(上命下服)'식의 잘못된 조직문화는 조직을 경직시키고 변화에 뒤처지게 만든다. 불통(不通)이 조직의 생명에 위협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간부들이 상명하복 식의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취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팀 구성원들이 리더를 만만하게 보거나 분위기가 태만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많은 수의 간부는 '겁주고 압박하는 게 직원들에게 잘 먹히고 성과가 창출 되더라'라며 목소리를 같이 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긴장된 분위기가 성과 창출에 도움을 주는 것일까. EBS 다큐프라임 제작진은 이에 대한 궁금증을 갖고 <당신이 화내는 진짜 이유>라는 프로그램에서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제작진은 실험자들을 두 집단으로 나눠 공통 과제(아이디어 창출)를 줬다. 이때 각 집단의 분위기에 차이를 뒀다. A 집단은 사회자가 무겁고 긴장된 분위기를 조성했고, B 집단은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실험 결과 A 집단은 B 집단보다 많은 수의 아이디어를 냈다. 하지만 '과제의 창의성'에서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A집단이 긴장된 분위기 때문에 가시적인 성과에 집착했다 고 분석했다. 의미 없는 아이디어를 제출해 성과를 부풀린 것이다.
   실험이 보여주듯 경직된 조직 분위기는 성과 창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이런 분위기는 의사소통마저 단절시키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득보다 실이 많은셈이다.
   소통하는 리더가 필요한 시대다. 세종대왕이 즉위 후 꺼낸 첫마디는 '소통하자'였다. 그는 재위 기간 중 총 1천898번의 회의를 열어 신하들이 낸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또한 기존 집현전을 확대해 학자들의 연구를 장려했으며, 그들과 토론하기를 즐겨했다.
   세종대왕의 리더십은 오늘날 임원들에게 귀감이 된다. 조직을 책임지고 있는 자라면 사람을 가리지 않고 만나 다양한 시각을 겸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중에는 고정관념 없이 조직을 바라볼 수 있는 신참들의 의견도 무시할 수 없다. '의견을 이야기해도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타파하기만 해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수렴할 수 있을 것이다. 조직원에게 권한을 부여해 책임감을 높이고 내면의 아이디어를 실현하도록 하는 임파워먼트(Empowerment)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론 전체적인 목표에서 너무 상이한 수준의 의견은 거절할 필요가 있다. 이때 단순히 거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납득할만한 이유를 곁들인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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