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맞는/알맞은', '걸맞는/걸맞은'에 대해 어떤 것이 맞는 표기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인터넷 기사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공중파 방송의 자막에서도 틀린 표기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알맞는/알맞은', '걸맞는/걸맞은'이 헷갈린다면 '좁지 않는? 방', '좁지 않은? 방'도 헷갈릴 수 있다. 사실은 파생되는 무척 많은 단어들이 우리를 힘들게 할지 모른다. 다음 문제를 보도록 하자.

   (1) 가. 곱지 (않은 않는) 시선 
        나. 희지 (않은 않는) 얼굴
        다. 작지 (않은 않는) 가방

     이 문제의 정답을 위해서는 한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동사와 형용사를 구별해 내는 일이다. 중학교 때처럼 동작을 나타내는 말, 상태를 나타내는 말로 동사와 형용사를 구분하기는 만만치 않다. '옥수수는 잘도 크겠지', '익산에 3일동안 있겠지'에서 '크-', '있- 이' 동사라고 하면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여기에 쓰인 '크-'와 '있- 이' 동작인지 상태인지 판가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동사와 형용사를 구별하는 데는 여러 기준이 있다. 가장 전형적이면서 가장 확실한 방법이 바로 '-는다/ㄴ다' 를 붙이는 방법이다. 소위 '-다'를 뺀 어간에 '-는다/ㄴ다'를 붙여서 말이 되면 동사이고 말이 되지 않으면 형용사이다.

   (2) 가. 먹다:먹는다(0)
        나. 좁다:좁는다(x)

   (3) 가. 보다:본다(o)
        나. 시다:신다(x)

   (2)는 '-는다'를 붙인 형태이고 (3)은 '-ㄴ다'를 붙인 형태이다. (2가)의 '먹는다', (3가)의 '본다'와 달리, (2나)의 '좁는다' , (3나)의 '신다'는 말이 되지 않으므로 형용사이다. 마찬가지로 (1)에 제시된 단어 '곱다', '희다', '작다'는 '곱는다', '흰다', '작는다' 등으로 쓰일 수 없기에 형용사인 것이다. '곱는 사람', '희는 사람', '작는 사람'이 잘못인 것처럼 '곱지 않는 사람', '희지 않는 사람', '작지 않는 사람'도 잘못이다. '작은 사람'이라고 해야 하는 것처럼 '작지 않은 사람'이라고 해야 한다. 형용사와 '-는'은 상극이다. '작다'가 형용사 이면 '뒤따르는 않다'도 형용사이다. 동사는 '먹는 사람', '먹은 사람'과 '같이'는 또는 '은' '과'의 결합이 가능하지만 형용사는 '-는' 과의 결합이 불가능하다. '알맞다', '걸맞다' 역시 마찬가지이다.
   '알맞는다', '걸맞는다'와 같은 용법이 없으므로 이들은 형용사이다. '우리가 매 맞는 사람', '100점 맞는 학생'등과 헷갈려서 '알맞는', '걸맞는' 과 같은 잘못된 말을 쓰는지도 모른다. 형용사 '와 -는'은 상극임을 재차 강조할 따름이다.
   끝으로 '젊다'의 반대말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젊다'의 반대말은 '늙다'가 아니라 '늙었다'이다. 일상생활에서 '늙다'라는 말은 쓰이지 않는다. 이쯤 되면 '늙-'이 동사인지 형용사인지 감이 올 수도 있다.

   (4) 가. 그 사람 참 많이 늙다(x)
        나. 그 사람 참 많이 늙었다(o)
        다. 그 사람은 좀처럼 안 늙는다(o)

                                                                                                 

임석규 교수(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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