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철 기자

  허각, AOA, 포미닛, NS윤지 등 이번 '선풍기 대동제' 라인업은 실로 화려했다. 그렇지만 대학 축제에서 학생보다 연예인이 주목 받고 있으니 어딘가 이상하다. 대학생들의 축제라기보다는 콘서트에 가까운 느낌이랄까. 전형적인 주객전도(主客顚倒) 현상이다.
   박성호 국회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주요 국립대들의 축제 예산 1억1천여만 원의 절반인 4천8백여만 원이 연예인 섭외 비용으로 쓰여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다수 대학이 연예인 섭외에 축제 예산 대부분을 소비하고 있다는 의미다. 우리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대학 총학생회는 2014년 예산 9천여 만원 중 5천500만원을 이번 '선풍기 대동제' 예산으로 편성했다. 한 해 예산의 50%가 넘는 금액이지만,  대부분이 연예인 섭외에 사용되고 있다.
   우리대학은 학생회비가 자율선택제로 전환됨에 따라 매년 학생회비 납부율이 줄어들어 총학생회 지갑 사정이 넉넉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축제 예산에서 연예인 섭외 비용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대학 축제'하면 가장 먼저 연예인 초청 무대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이는 학생들이 가장 고대하는 순서이기도 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각 대학 총학생회는 유명 연예인 섭외를 위해 열을 올린다. 다른 콘텐츠에 배정되는 예산은 자연스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유명 연예인 초청에 급급한 대학들 덕에 연예기획사만 함박 웃음이다.(지방권 대학의 경우 출장부대비용까지 더해져 비용 부담이 크다.)
   대학 축제가 단순 콘서트 장으로 전락해버린 현실이 안타깝다. 주최 측인 총학생회를 탓하는 것이 아니다. 예상하건대 총학생회가 대학 축제에서 초청 강연을 배제한다면 여론의 물매를 맞게 될 것이다. 봉황BBS에는 '학교 예산 어디에다 썼냐, 술 사는 데 다 썼냐' 등 학생회비를 둘러싼 음모론이 제기될 것이 뻔하다.
   결국 대학 축제의 변화는 학내 구성원 간의 전반적인 공감대가 형성될 때 가능하다. 문제 의식에 도취되어 단번에 대학 축제를 변화시키려는 시도도 위험할 수 있다. 연예인 섭외에 치중돼 있는 예산을 서서히 다른 콘텐츠로 돌려야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여론을 지속적으로 수렴하는 노력이 동반되어야함은 물론이다.
   무엇보다 개성 있는 콘텐츠 발굴이 중요하다. 부산의 신라대는 지역주민,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행사를 마련해 상당한 호응을 얻어냈다. 축제 시즌만 되면 겉돌기 시작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고려한 총학생회 측의 세심한 배려다.
   콘텐츠 확보에 있어서는 이번 우리대학 총학생회에서 추진한 바 있듯 사업 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학생 참여 행사를 늘려 공연장 주변으로 한정됐던 인파를 곳곳으로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중앙동아리·학과동아리에 대한 지원 확대는 대학 축제를 풍성하게 꾸리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신라대처럼 외국인 유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마련된다면 더할 나위 없다.
   이번 대동제에서는 수덕호 낭만 배, 서바이벌 게임이 새롭게 시도돼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축제에서 수덕호 낭만 배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도 학생들이 참여 가능한 독특한 콘텐츠가 시도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된다. 수백여만 원을 들여 초청한 연예인이 무대 위에 머무는 시간은 한 시간이 채 되지 않는다. '일시적인 감흥에 이토록 큰 예산을 들여야 하는 것인가', '대학생들의 축제에 연예인이 주(主)가 되는 것이 타당한가'. 한 번쯤 되돌아볼만하다. 

김정철 기자 dokr93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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