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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첫걸음> 오래 연락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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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9.21  20:3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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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소식이 희소식이다'라는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4월부터였을 것이다. 나는 주변 사람들과 예전처럼 연락할 수 없었다. 연락이 뜸해지니 고독해졌다. 일을 시작하려면 무력감이 밀려왔고, 하루가 간신히 지나면 지진 같은 우울이 나뭇가지처럼 나를 흔들었다. 나에게 기억할만한 죽음은 언제나 남쪽에서 발생했다. 그렇게 여름이 갔다. 퇴근 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하자 문득 가을 저녁이었다.
   가끔 업무상 전화를 걸 때가 있었는데, 대부분상대는 자리를 비웠거나 바빴다. 회신을 부탁해도 통 연락이 없었다. 신호 대기음이 울리다가 갑자기 통화가 되면 왜 전화를 걸었는지 잊어버려서 어물거릴 때도 있었다. 그래서 통화를 할 때는 안부 대신 용건부터 말하곤 했다.
   대화를 최소한으로 하려면 요령이 필요했다. 먼저 내 소개를 한 후 용건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무슨 일이 어떻게 진행되었고,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 근거를 댔고, 마지막엔 상대방의 시행 조처를 요구했다. 업무상 통화를 간단하게 끝내기 위해서 메모지에 말할 내용을 미리 정리해 두어야 했다. 어떤 일들은 몇 번의 통화로도 해결되지 않았다. 같은 일로 통화가 세 번이 넘으면 만나는 것이 원칙이었으나, 상대도 나도 선뜻 만나자고 하지 않았다. 잡무는 언제나 있었고, 한두 건을 처리하다 보면 금세 끼니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연락을 자주 못하게 되면서 업무상 오해도 생겼다. 상대에게 내 의도를 이해시키기 힘들었다. 공감이 안 되니 나는 다시 고독해졌다. 언제나 그렇듯이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다르다. 연락은 정확한 전달이 생명이다. 몽골의 칭기스칸은 전쟁터에 연락병을 보낼 때 정확한 전달을 위해 자신의 말을 병사에게 복창한 후에 출발시켰다. 이때 연락병은 꼭 두 명을 같이 보냈다. 두 번째 병사의 임무는 첫 번째 연락병의 말이 틀림이 없는지 확인하고 유사시에 임무를 수행하는 백업맨(Backup-man)의 역할이다. 전시상황에서 신호의 정확성은 승패를 가르기 때문이다.
   연락에도 요령이 있다. 중요한 정보를 앞에 배치하면 왜곡을 최소한으로 막을 수 있다. 정보의 중요성에 따라 마지막 부분에서 반복하는 것도 좋다. 반복은 좋지만 중복은 안 된다는 점을 기억하자. 상대를 짜증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짧고 정확한 문장을 구사하는 것. 이것이 연락의 핵심이다.
   프란시스 베이컨은 '배부른 글보다 차라리 굶주린 문장이 더 좋다'고 했고, 이덕무는 '간략하되 뼈가 드러나지 않아야 하고, 상세하되 살찌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전설적인 연락의 고수들 이야기를 하나 더 해 보자. 빅토르 위고가 출판사에 원고를 보낸 후 반응이 궁금했다. 그래서 편지를 보냈는데. 달랑 물음표(?) 하나였다. 이것을 본 출판사 편집자도 답장을 보냈다. 위고가 편지지에서 본 것은 느낌표(!)였다.
   연락의 미덕은 짧고 간결함이다. 수식어를 최대한 줄여야 정확성이 높아진다. 명제를 먼저 전달하고 뒤에 설명을 하거나 예시를 드는 것은 명제를 쉽게 기억하게 한다. 그런데 왜 전달해야 하는지 목표가 분명하지 않으면 정확성도 떨어진다. 연락은 설득보다는 설명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중요한 문장부터 짧게 연결하는 것이 좋다.


박태건(글쓰기센터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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