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70년대 이후 국민의례 행사 중 '국기에 대한 맹세'가 있었다. 그 맹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어기에 바로 '자랑스런'이 등장한다. 국가에서 배포한 국기에 대한 맹세에 '자랑스런'이라는 형태가 보이는 것이 특이하다. 구어에서 등장하는 '-스런'이라는 표현은 '-스러운'이 줄어든 말이다. 다음 대응을 검토해 보자.
    (2) 가. 괴롭다:괴로운 :괴론
         나. 정답다:정다운 :정단
         다. 탐스럽다:탐스러운 :탐스런
   (2가)에 제시된 '괴롭다'와 '괴로운'의 관계를 생각해 보자. 자음과 모음을 순서대로 대비해 보면 그 차이가 분명해진다. 두 형태 모두에서 '괴'는 확인이 된다. 그 다음 '로'가 공통으로 확인된다. 결국 '괴로' 가 공통으로 존재하고 그 나머지 부분에서만 차이를 보인다. 아래에서 그 대비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3) 가. 괴로-ㅂ-다
        나. 괴로-우-ㄴ
   (3가)에서 '괴로'를 뺀 나머지는 'ㅂ다' , (3나)에서 '괴로'를 뺀 나머지는 '운'이다. 다시 '다'와 'ㄴ'을 제외하면 'ㅂ'과 '우'가 남는다. '다'와 'ㄴ' 은 소위 어미이다. 그 앞 부분은 어간이다. '다' 는 종결을 뜻하는 것이고 'ㄴ'은 뒤따르는 명사를 꾸미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어미를 뺀 어간은 '괴롭-'과 '괴로우- 가' 되는 것이다. 후자와 관련하여 줄임말 괴론 이 도출될 수도 있다. '괴론'이 되려면 '괴로우'에서 아무런 보상 없이 '우'를 탈락시킨 꼴이 된다. 마찬가지로 '자랑스럽다'와 '자랑스러운'의 어간은 '자랑스럽- '과 '자랑스러우'이다. 자랑스러운 이 자랑스런 이 되려면 역시 아무런 보상 없이 '우'를 탈락시켜야 하는 것이다. '정다운'을 '정단'으로 하기에 부담을 느끼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보상 없는 탈락이 정석은 아닌
것이다.
     지역에 따라 '괴론(외론←외로운, 자유론←자유로운, 풍요로운←풍요론)', '정단(꽃단?←꽃다운, 신사단?←신사다운, 아름단←아름다운)', '탐스런(한스런←한스러운, 다정스런←다정스러운, 고풍스런←고풍스러운)' 등으로 발화될 수도 있다. 발화된다고 해도 이들은 어디까지나 구어인 경우이고 아직까지 문어에서는 이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자랑스런', '탐스런'을 인정하면 '괴론', '정단'등도 인정해야 하는 부담이 생길 수 있다. 또한 형태 '자랑스런'에 대하여 적절하게 설명해야 하는 부담도 생긴다. 단순히 준말이라고 하기에는 여러 가지가 얽혀 있는 것이다.

   ☞ 여기서 잠깐: 문어와 구어
   필자가 태어나기 전인 1960년대에는 '하였다(문어)'를 '했다(구어)'로 쓰면 틀린 것으로 간주했다고 한다. 문어와 구어를 구별하려는 의식을 엿볼 수 있다. 지금도 학생들의 리포트에서 '이걸/그걸', '이건/그건', '이게그게', '-하는 게 바람직 하다'는 구어 표현을 보면 개운치는 않다. 조금 더 신경을 써서 '이것을/그것을', '이것은/그것은', '이것이/그것이',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로 표현하도록 하자.

임석규 교수(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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