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정훈 기자
   10대 시절, 만화를 즐겨 보던 사람이라면 '해적왕이 될거야', '호카게가 될거라니깐' 등의 대사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일본 슈에이샤 출판사가 발행하는 소년 만화 <원피스>와 <나루토>의 주인공 루피와 나루토의 말버릇이다.
 이 두 만화는 만화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알고 있을 만큼 매우 유명하다. 하지만 국내에 알려진 일본만화는 이것 말고도 많다. 아니, 사실 국내에 출판되는 만화는  대부분이 일본작품이다.
 일본만화산업은 '집영사', '고단샤', '소학관' 등 대기업 출판업체와 더불어 성장했다. 1949년 이후 만화를 주 오락으로 삼는 세대로 인해 거대시장이 형성되었으며 1952년, '만화의 신' 혹은 '아톰의 아버지'라 불리는 『철완 아톰』의 작가 테츠카 오사무를 시작으로 『닥터 슬럼프』와 『드래곤볼』의 작가 토리야마 아키라로 이어지는 천재 작가의 등장으로 일본만화산업은 1995년, 5천864억 엔(한화 약 6조 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황금기를 누렸다. 같은 시기에 만화 검열제와 청소년보호법과 같은 규제 폭격 때문에 사장된 우리나라 만화산업과는 다른 모습이다. 결국 우리나라 만화산업이 위축되고, 대량으로 수입된 일본 만화, 애니메이션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만화로 대표되는 일본문화의 범람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일본문화는 이제 이질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왔다.
 하지만 일본문화의 수용에는 적절한 규제가 필요해 보인다. 일본 만화, 애니메이션을 주로 접하는 청소년들이 작품 속에 나타나는 일본 문화에 여과 없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만화에 자주 등장하는 닌자, 칼과 사무라이 같은 일본의 문화는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다. 뿐만 아니라 일본 신사(神社)를 절로, 기모노를 한복으로, 스모를 씨름으로 번역하는 관행이 있는 일부 수입 애니메이션은 얼핏 일본문화를 우리 문화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이는 일본 만화나 애니메이션 마니아를 이르는 '오타쿠' 계층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상에서 일본어와 한국어를 혼용해 사용하는 '한본어'를 쓰는 모습을 보여 다른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일부 작품에서 나타나는 과도한 선정성과 우익성향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정식 수입된 작품의 경우 심의에 걸릴만한 장면을 삭제하거나 모자이크를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인터넷상에서 마구잡이로 유포되는 불법 스캔본이나 토렌트를 통해 공유되는 많은 작품들은 과한 선정성과 폭력성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또한 일부 작품에서는 일본 우익사상이 그대로 묻어나오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인상적인 오프닝 영상과 OST로 '진격의' 패러디 열풍을 몰고 온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을 들 수 있다. 해당 작품은 작가 이사야마 하지메가 작품 안에 들어간 우익사상적 요소와 자신의 우익성향을 개인 SNS에 밝힘으로써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쟁이 일기도 했다. 이 밖에도 『슈퍼 소니코』와 『마법과 고교의 열등생』 등 우익 혹은 혐한(嫌恨) 요소가 가미된 작품에 도리어 대중이 열광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있다.
 만화대국 일본으로부터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수입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리고 만화와 관련한 규제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은 '만화는 재미만 있으면 그만이다', '굳이 규제가 필요하나'며 반발하고 있다.
 물론 심한 규제는 작품성을 떨어트릴 수도 있지만 일정 수준의 규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규제 없는 문화 수용은 일본에 대한 문화 종속을 불러 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권정훈 기자 mika56@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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