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튄 불꽃은 털어 버려야 한다. 누구도 부당한 침해를 감수할 의무는 없다. 이러한 취지를 규정한 것이 형법 제21조의 정당방위이다. 법률용어사전에 따르면 정당방위 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된 가해행위를 말한다. 이 경우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사망하게 해도 죄를 물을 수 없다. 정당방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요건이 반드시 성립되어야 한다. 급박부당한 침해가 현재여야 하고, 자기 또는 타인의 권리를 방위하기 위한 것이어야 하며, 부득이한 것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새벽 3시에 자신의 집에 침입한 도둑을 때려 뇌사상태에 빠뜨린 경우, 이는 정당방위 일까 아니면 과잉방어 일까? 이 경우가 바로 일명 도둑 뇌사 사건 이며 이 사건에 내려진 판결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지난 3월, 한 가정집에 도둑이 들었다. 공교롭게도 새벽에 귀가한 그 집의 아들 최 씨와 맞닥뜨렸으며 격투 끝에 최 씨는 도둑을 붙잡아 경찰에 신고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에 일어났다. 격투과정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50대 도둑은 뇌사상태에 빠져 현재까지 깨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20대 최 씨는 2달째 복역중이다. 재판 과정에서 최 씨는 놀란 상황에서 도둑을 제압하기 위한 정당방위 라며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 법원은 아무런 저항 없이 도망가려던 피해자를 심하게 때려 뇌사 상태로 만든 것은 방어 행위의 한도를 넘어선 것 이라며 최 씨에게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어느 누가 절체절명의 순간에 정당방위의 기준을 떠올리며 대응할 수 있겠는가. 이를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정당방위로 인정되기 위한 5가지 요건이 화제가 되고 있다. 흉기는 들고 오셨나요? 물건만 훔치러 오셨나요? 그냥 도망치실 건가요? 몇 살이세요? 혹시 어디 아픈 곳 있으신가요? 등을 물어본 후에 방위 행위를 해야 정당방위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정당방위의 범위가 애매하다. 형법에서는 상당한 이유 가 있어야 정당방위가 인정된다. 하지만 그 개념이 추상적이어서 해석에 따라 허용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반면 미국에는 자신의 집에서는 어떠한 정당방위도 용납된다는 캐슬 독트린(Castle Docrtine) 이 있다. 집 주인이 생명에 위험을 느끼면 집에 들어온 침입자에게 총기를 사용해도 된다. 뉴욕, 일리노이 등 16개 주가 이를 적용하고 있으며 나머지 주 역시 위협을 느낄 경우 맞서 싸워도 책임을 묻지 않는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Stand Your Ground) 를 시행하고 있다. 중국에도 이와 비숫한 무한방위권 이 있다. 중국 형법 제20조 3항에 따르면 생명이나 신체의 위험에 맞서 방어한 경우에는 과잉방위에 속하지 않으며 형사 책임을 지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정당방위의 범위를 확대 해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다수의 사람들이 집주인 최 씨의 주장에 공감하고 있다. 반면 법원의 판단이 정당하다는 여론 또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논쟁이 치열한 만큼 항소심 판결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제는 감정적인 논쟁을 접고 정당방위에 대한 구체적인 요건과 규정을 가다듬어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할 차례다. 이를 위해 국민참여재판과 같은 방법을 통해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일반 국민과 법조인이 함께 이번 사건에 대해 묻고 따진 후 합리적인 의견을 도출해 이를 재판에 반영한다면, 또 다시 발생할지 모를 정당방위 허용 범위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종식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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