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보낸 우리대학 학생들 중에 마음 편히 휴식을 취한 학생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빈 책상 하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빼곡한 학생들과 숨소리조차 조심스러울 정도로 학구열이 뜨거운 곳이 있다.

 바로 각종 공무원 시험 대비를 위한 학생들로 붐빈 시내 고시학원이 그 곳이다. 비단 학원뿐만 아니라 대학 내에 학생들의 취업을 관장하는 취업지원실과 도서관 역시 방학을 반납한 학생들로 가득했다.

 이렇게 방학 중에도 펜을 놓지 않고 공부하는 학생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특이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공무원 시험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양해야 할 학문의 전당인 대학에서 모두가 하나같이 공무원 시험 열풍에 빠져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대학신문이 지난해 2천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학생 의식조사에서 39.6%가 공무원·공기업 입사를 선호 1순위로 꼽았다. 7년 전인 1998년에 공무원·공기업 선호도가 8.7%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대폭 상승한 수치다.

 선호도가 높으면 그만큼 경쟁률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청년실업의 여파로 이제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몇 백대 일 정도는 별로 놀랄 일도 아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의 외환위기(IMF) 이후 발생한 청년실업 증가가 가장 큰 이유 일 것이다.

 더구나 어렵게 기업에 입사하더라도 퇴출 당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에 보다 안정적인 공무원과 공사에 많은 대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효과적인 청년 실업 대책이나 고용 안정책을 마련하지 못해 답답할 노릇이다.

 아무리 공급이 많다해도 수요가 따라가지 못하면 그 사회는 병들기 마련이다. 정부는 매번 ‘청년 실업률을 줄이겠다’라고 강조하지만 한 번도 제대로 된 청년실업 대책을 내놓은 적이 없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 될 경우, 대학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설학원에 불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루빨리 정부는 청년실업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 정부는 기업의 안정성을 보안하기 위한 정책을 검토해 봐야 하며 민간기업들 역시 고용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자체적인 노력을 해야만 창의적이고 고가치적인 인재를 놓치는 실수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청년 실업률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회원국 중 2위를 차지했다는 불명예를 씻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알찬 대책이 목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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