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원 기자

   지난달 15일 SNL코리아에서 방송된, 한 기업의 채용 과정을 담은 <인턴전쟁> 이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줄거리는 이렇다. 500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3명의 인턴은 정규직 전환을 위해 눈물겨운 전쟁에 돌입하지만 결국에는 모두 월 20만원의 계약직으로 전락한다.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준다던 회사는 '열정페이'를 운운하며 "서포터즈, 대외활동, 대학생 마케터 그룹 등 당신들 말고도 일 할 사람은 줄을 섰다"고 잘라 말한다. 인턴들이 제대로 된 항변 한마디 하지 못 한 채 눈시울을 붉히며 퇴근길 버스에 몸을 싣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베스트셀러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풍자하기도 한다. 중도에 탈락한 한 인턴에게 상사가 "미안하게 됐다"며 "아프니까 청춘이다"고 위로하자 인턴은 분노하며 외친다. "아프면 환자지. 청춘은 뭐가 청춘이야"하고 말이다. 기자를 비롯해 <인턴전쟁>을 시청한 일명 취준생들은 대부분 '웃프다(웃기면서도 슬프다)'는 반응을 보이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렇다. 기업은 숙련되지 않은 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입장이고 구직자는 기업에 자신의 노동력과 시간을 제공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양측의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무급에 가까운 급여를 받아도 경험만 쌓을 수 있다면 괜찮은 걸까? 정말 우리들은 청춘이라는 이유만으로 아파도 되는 존재일까?
   지난 달 19일 취업포털 사람인에서는 올해 채용시장을 반영한 신조어 중 하나로 '열정페이'를 선정했다. '열정페이'란 아주 적은 월급 혹은 무급으로 취업준비생을 착취하는 행태를 나타내는 단어다. 하고 싶은 일, 잘하는 일을 하려는 젊은이들에게 '열정이 있으면 돈은 필요 없지 않냐'고 주장하는 일부 기업, 국제기구, 국가기관, 인권단체를 비꼬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열정페이와 함께 화제가 되고 있는 '열정페이 계산법'을 보면 이 단어의 실체가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여기서 '열정이 있다', '재능이 있다', '재주가 있다'의 세 가지 전제는 '돈을 조금만 줘도 된다'는 결론을 만들어낸다.
   인턴 제도의 순기능도 물론 있다. 인턴 제도는 회사에 적합한 인재를 가려낼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하고 학생들에게 해당 직군에 대한 안목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기업이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던데 너는 젊은데다가 열정도 있으니 조금쯤 고생해도 괜찮은 거 아니냐. 우리가 이렇게 스펙까지 제공해 주는데 최저임금 못 받아도 억울해마라"며 무급에 가까운 돈으로 젊은이들의 열정과 노력을 싼 값에 사들이고 그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공공기관이나 정부 산하 기관들조차도 '열정페이'라는 명목으로 스펙 쌓기에 목말라 있는 젊은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프니까 청춘"이고 젊은 시절 겪은 아픔과 시련들은 훗날 다 경험이 되고 자신의 보물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자신이 왜 아파야 하는지도 모른 채 아파하고 있다. 사회에서 제대로 된 대우도 받지 못하며 고통을 견뎌내고 있다. 과연 이런 경험이 나중에 피가 되고 살이 될까?
   무급 인턴을 구하는 공공기관, 인턴이라는 이름으로 청년을 일하는 기계로 만들어 버린 사기업, 하지만 더 심각하고 가슴 아픈 일은 우리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이를 '스펙'이라는 이름으로 감내하고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틀에서 원하지 않는 '아픔'을 얻게 된 우리에게 '청춘'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아픔을 모두 참으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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