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를 하던 중 '청춘이라면 꼭 해야 할 10가지'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것은 누구나 생각하는 대학생의 로망이었다. 대학 생활이 1년밖에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내가 한 일을 체크해 보니 이뤄낸 것이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 전부터 내 꿈은 매력적인 글을 쓰는 것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매력적인 글은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는 글이다. <원대신문>과 함께한 시간을 마무리하며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방법이 기사가 됐다는 것을 느낀다.
   1학년 봄, 부푼 꿈을 안고 <원대신문> 수습기자 지원서를 썼다. 지우고 다시 쓰기를 반복하고 제출한 지원서, 합격 통보를 받은 그 날 얼마나 설렜는지 모른다. 하지만 <원대신문>에서 세 번째 겨울을 보내고 있는 나에게 더 이상의 설렘은 남아있지 않다. 대신 마음 한 편에 사명감이 자리 잡고 있다.
   나는 기자이기 전에 신문방송학과 학생이지만 어느 순간 그 우선순위가 뒤바뀌었다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3년이라는 시간을 그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외줄타기 했는지도 모르겠다. 욕심이 많은 나는 다른 기자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혹은 더 나은 신문을 만들기 위해 숨 돌릴 틈 없이 달려왔다.
   신문사에서는 매주 신문을 발행하기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기획회의를 한다. 기획회의에서는 기성 신문에서 다루는 기획이 아니라 대학생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소재를 생각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회의는 끊임없는 고민의 시간이 된다. 방학 역시 기자들에게는 휴식 시간이 아니다. 한 학기를 이끌어 갈 소재를 마련하는 준비 기간일 뿐이다.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만 신문사에서의 하루하루는 너무도 힘들었다. 그러나 발로 뛰며 취재하고 내 것이라는 생각으로 기사를 썼기 때문에 지금의 나로 발전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신문사 책상 한 편에는 서해진의 「너에게」가 자리 잡고 있다. '내려놓고 마음을 괴롭히지 말라'는 시인의 말이 볼 때마다 위안을 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학과 현실은 달랐다. 편집장이라는 직함을 안고 있는 동안의 1년은 무엇 하나 내려놓을 수 없었다. 평소 성격과 달리 후배들을 다그쳐야 한다는 부담감, 금요일에 어떻게든 마감을 해야 한다는 불안감, 이 자리에 있는 동안은 신문사 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무감 등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내 선택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누군가 나에게 다시 한 번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해도 원대신문사 기자를 택할 것임에는 틀림없다.
   '학보는 돈 내고 보는 건가요?', '교직원이 만드는 건가요?', '아직도 종이 신문을 읽는 사람이 있나요?' 등의 질문을 듣는 것은 기자들에게 흔한 일이다. 물론 이러한 질문을 들을 때마다 의욕이 저하되곤 한다. 그러나 월요일 가판대에 놓은 신문을 가져가는 교직원과 학생들, 매주 신문 잘 읽고 있다는 한 마디를 건네는 이들, 기사를 빠짐없이 읽고 피드백해주는 지인들은 계속해서 신문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됐다.
   이 자리를 빌려 주간교수님, 직원 선생님들, 교열 선생님, 조교님, 선·후배들, 언제나 함께해준 동기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3년 동안 신문사를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그들 덕분이었다.
   마지막 신문을 만들고 나면 학생의 신분으로 돌아가게 된다. 내년부터는 기자가 아닌 독자의 입장에서 신문을 바라보게 된다. 대학 생활의 전부였다고 말해도 어색하지 않은 <원대신문>,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하나의 추억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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