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란에는 원대신문사의 연속기획 <우리시대 사유의 지평과 미래>와 글쓰기센터의 연속기획 <세계고전강좌> 원고를 번갈아 싣습니다. 특히 <우리시대 사유의 지평과 미래>에는 2012년 1학기부터 새로 개설된 '글로벌인문학' 강좌의 내용도 게재합니다. 국내외 여러 석학들이 함께 참여하는 이들 연속기획을 통해 인간 이해와 사유의 깊이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시대를 막론하고 소통은 원만한 사회생활을 위한 가장 중요한 화두였다.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사회적(social) 동물로 정의하였다. 인간은 독립된 개체로 존재하지만, 존재의 참된 의미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동물'은 '소통하는 동물'과 같은 의미로 이해될 수가 있다. 인간 사회는 대화를 나누고 생각을 공유하는 소통의 공간이며, 사회생활은 소통으로 교류하고 협력하는 공동체 생활이다.
 인터넷과 정보통신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소통에도 혁신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인간 사이의 소통을 넘어 인간과 만물간의 소통으로 외연이 급속하게 확장되고 있고 메시지의 전달 능력은 상업화, 권력화 되고 있기도 하다. 초연결 스마트 사회의 도래에 수반되고 있는 소통 패러다임 변화를 조망해 본다.
 ■ 호모 커뮤니쿠스와 소통 기술
 일반적으로 소통은 말이나 행동을 통해 상대방에게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 등의 정보를 전달하고 이해하는 과정으로 정의된다. 즉, 언어, 몸짓, 표정 등의 물리적 기호를 매개수단으로 하는 정신적, 심리적 메시지의 전달과 교류를 소통이라고 한다. 소통은 집단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사회적 기능으로 집단의 존속과 발전을 결정한다. 인간은 원초적으로 이러한 소통 능력을 갖고 태어난 호모 커뮤니쿠스(home communicus)로 소통으로 지속적인 사회 진화발전을 이루어 왔다. 부모-자녀간의 소통, 세대간의 소통, 고객-기업간의 소통, 국민-정부간의 소통, 학문간의 소통, 신-인간간의 소통 등 다양한 소통 방식으로 인간 사회의 면모를 일신하여 왔다. 인간 사회의 모든 문제의 해답은 소통에서 발견할 수 있어, 소통은 개인이나 사회의 핵심 역량이 되고 있다.
 소통은 화자(발신자)와 청자(수신자) 사이의 상호 작용이다. 화자와 청자 사이의 공간에는 소통 채널이 존재하고, 이 채널을 통해서 메시지를 주고받게 된다. 소통 채널을 구성하는 것을 넓은 의미에서 소통 기술(communication technology)이라며 하며, 인간은 원활한 소통을 위하여 다양한 소통 기술을 개발하여 왔다. 원시 사회에서는 동굴벽화나 그림을 소통의 도구로 사용하였으며, 언어의 발달로 대화가 주요 소통 도구가 되었다. 문자의 발명은 소통을 광역화하고 기록하는데 중심 역할을 하였고, 곧이어 인쇄술의 등장으로 서적, 신문, 잡지 등 대중 소통의 새로운 장이 열리게 되었다. 산업사회가 되면서 방송, 영화 등의 출현으로 대중 소통을 가속화하고 전화, TV 등 텔레커뮤케이션으로 소통의 방식과 의미에 근본적인 변화가 야기되었다. 컴퓨터의 출현도 정보처리를 가속화하여 소통을 혁신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해될 수 있으며, 컴퓨터를 상호 연결한 거대 인터넷은 그 자체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소통을 위한 통신망이기도 하다. 인류 문명은 소통 기술의 발전 역사라고 할 만큼 소통은 인간 사회를 견인해 온 핵심 원동력이다. 
 ■ 초연결 스마트 사회의 도래와 소통 기술의 혁신 
 인터넷과 정보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전통적인 소통 방식에 파란이 일어났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전자우편, 전자 게시판, 인스턴트 메시징(instant messaging) 등이 일상적인 소통의 도구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러한 소통방식의 변화는 전통적인 소통 기술의 몰락을 가져오는 엄청난 결과를 낳았다. 편지, 게시판과 팩시밀리가 사라졌고, 신문, 잡지, 라디오, TV 등 전통 저널리즘에도 지대한 변화가 야기되었다. 인터넷과 정보기술이 가져온 소통 기술의 영향력과 파괴력은 엄청난 것이었다. 이제 인터넷은 컴퓨터를 연결하는 기술에 머물지 않고, 사람-사물-공간-정보-서비스를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지능화된 네트워킹을 형성하여 만물이 소통하는 혁신적인 초연결 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인간이 화자와 청자가 되었던 소통의 기본 모델은 가전제품과 생활 필수품, 도로와 건물, 반려동물 등 세상의 모든 사물을 연결하는 사물인터넷을 구축함으로써 근본적인 변화에 직면하게 되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문서를 상호 연결하는 웹 기술은 사이버 공간을 형성하고 다양한 소통 도구를 새로이 출현시켜 소통 방식에 심대한 변화를 가져 왔다. 웹 기술은 블로그, 소셜 네트워크, 위키, 커뮤니티, 포드캐스트 등 새로운 소셜 미디어(social media)로 전통적인 소통 도구의 몰락을 가속화하며 새로운 소통 문화를 창조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과 융합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장벽 없는 소통의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고 있다.  
 초연결 스마트 사화의 도래와 이에 수반된 소통 기술의 혁신은 소통의 본질을 새로운 차원에서 이해하고 전혀 다른 새로운 소통 문화를 창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초연결 스마트 사회의 소통 특성
 사람-사물-공간-정보-서비스가 어우러져 새로운 소통 생태계를 조성하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만물이 소통하는 것이 보편화되었다. 소통 패러다임 변화에는 이전의 소통에서는 볼 수 없는 전혀 다른 양태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개인과 사회에 심대한 영향을 주고 있으며 소통의 본래적 기능에 새로운 인식을 요구하고 있다.
 [익명성] 초연결 스마트 사회에서의 대부분의 소통은 사이버 공간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소통의 주체를 식별하는 수단으로 ID를 사용하고 있다. ID는 소통의 주체를 식별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며 주체의 본질을 은폐하고 있다. 이러한 익명성은 소통 주체를 보호하고 소통의 자유를 보장하여 무제한적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익명성을 기반으로 하는 소통 기술의 혁신은 소통의 황금시대를 열고 있다. 그러나, 익명성은 소통 주체의 정체성의 혼란을 야기하고 무분별한 메시지의 양산으로 소통의 저해하고 있기도 하다. 익명성에 의존한 사고 능력이 결핍된 소통은 감정에 매몰되어 충동적으로 소통하게 되고 언어 폭력을 수반하게 된다. 익명성은 소통 혁신에 양날의 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집단성] 소통 기술은 1:1 소통보다 N:M의 집단 소통을 더 원활하게 하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에서 보는 것처럼 인간을 포함한 다영한 소통 주체는 점점 더 집단 소통을 선호하고 있다. 소통의 원초적 목적이 생각과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하면, 집단 소통은 그 목적을 성취하는데 최상의 방법이므로 집단 소통의 선호는 당연한 현상이라 할 수도 있다. 또한, 인간의 집단적 사회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집단 소통은 사회 통합에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집단 소통은 소통 권력으로 변질되는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수백만 명의 팔로우를 거느린 페이스북 사용자의 메시지는 팔로우들에게 교시적 메시지로 작용하기도 한다. 메시지의 왜곡은 개인과 사회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치게 되며 폐해는 급속하게 확산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이미 집단성이 익명성에 내포된 폭격성과 결합하여 왕따, 학교 폭력 등으로 표출되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비인격성]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지능형 로봇의 보급이 가속화되고 있고, 사물인터넷으로 모든 사물이 서로 소통하는 초연결 사회가 가시화되었다. 현실 공간보다 사이버 공간에서 생활하는 기산이 늘어나면서 사람간의 소통보다는 비인격적 사물과의 소통이 더 빈번하여졌다. 스마트폰 역시 음성인식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상호 대화의 소통 도구로 변신하고 있다. 이러한 소통의 비인격화는 소통의 목적을 다극화하고 이러한 변화된 상황에 적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중독성] 인터넷과 정보기술이 양산한 다양한 소통 도구는 인간의 소통 본능을 자극하여, 소통을 게임으로 인식하여 몰입하게 만들고 있다. 소통 중독은 사회현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소통 단절을 야기하는 역설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소통 도구에 과중하게 의존된 소통은 소통 주체를 사이버 공간에서 고립시키고 메시지만을 전달한다. 소통 중독은 소통을 위한 인지 사고 능력을 마비시켜 정상적인 소통을 방해하게 된다. 
 [속도성] 소통이 사이버 공간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어 소통의 범위가 글로벌화되었고, 메시지 전달도 빛의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소통의 속도성은 소통 공간을 축약하여 소통 주체를 더욱 근접하게 하는 친화적 기능을 하고 있다. 반면에, 잘못된 메시지는 회수 불가능한 상태로 급속하게 확산될 수 있는 위험성도 있다. 소통의 속도성은 소통 주체의 이성적 판단과 소통 도구의 속성에 대한 세심한 이해를 요구하고 있다.  
 [초단성] 초연결 스마트 사회는 정보기술 만큼이나 급속도로 동작하는 사회이다. 소통이 빛의 속도로 전파되는 것처럼, 메시지도 이에 적합하도록 지극히 짧게 축약되고 있다. 트위터의 140자 단문은 오히려 장문으로 느껴질 정도로 초단성 메시지가 소통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초단성 메시지 생성을 위해 난무하는 축약어, 은어 등은 언어 파괴의 원인이 되고 있다. 언어 파괴는 결국 소통의 단절로 이어지고 소외감을 조장하게 된다. 또한, 소통을 위한 인지 체계를 혼란시켜 소통 장애를 유발하게 된다.
 ■ 인간 중심의 주체적 소통
 인터넷과 정보기술은 웨어러블 컴퓨터, 사물인터넷 등의 혁신 기술로 초연결 스마트 시대를 열어 가고 있다. 초연결이란 모든 사물이 장벽없이 소통하는 것을 의미한다. 진화하고 있는 초연결 스마트 사회에 적응한다는 것은 결국 소통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변화된 소통 생태 환경에 적응하여야 초연결 스마트 사회 발전을 주도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과학기술이 그러하듯이 새로운 소통 도구 역시 양날의 칼이 되고 있다. 소통 기술에 의존하는 소통이 아니라, 인간 중심의 주체적 소통을 이루어질 때 초연결 스마트 사회의 비전도 성취될 수 있다. 기술에 매몰된 소통이 아니라, 마음을 열고 가까이 다가가서 진솔하게 대화하고 공감하는 소통으로 새로운 호모 커뮤니쿠스로 진화하여야 할 것이다. 어느 시대보다도 인간 중심의 주체적 소통이 필요한 때이다.
  한성국(컴퓨터공학과 교수)
   <필자 소개>
 · 인하대학교 전자공학과 학사 및 석·박사
 · (사)한국시맨틱정보기술협회장, STI2 위원
 · 저서로는『PC 및 통신 활용』,『컴퓨터 개론』,『IBM PC XT/AT/PS/2 기술사전』,『컴퓨터, 정보, 그리고 통신 시스템』,『XML 워크샵 』등 다수.

 · 현재 원광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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