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비행기 당장 세워, 안 띄울 거야! 당장 기장에게 연락해."
   지난 연말 뜨겁게 수놓았던 문제는 바로 '갑을 논란'이다. 일명 '땅콩 회항'이라 불린 사건은 많은 사람을 분노케 했고, 현재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은 항공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한편 정치권은 재벌 총수의 비상식적인 갑질 문화와 특혜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조현아 방지법'을 논의 중이다.
   '갑을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판촉사원의 임금을 대리점에 전가한 남양유업 판촉사원부터 마음대로 학점을 뒤집고 수업 도중에 폭언과 욕설을 퍼부은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 볶음밥을 던지고 종업원에게 강제로 먹이려 한 손님, 아르바이트 종사자 4명의 무릎을 꿇리고 폭언을 한 백화점 모녀에 이르기까지 '갑을 논란'은 과거부터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문제다.
   그때마다 여론은 들끓었고 민심을 의식한 정치권은 늘 새로운 대책과 방지법을 내놓았지만 그때뿐이었다. 언론진흥재단에서 1천 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갑질 문제가 심각한가?"라는 질문에 95%가 '동의한다'라고 답했으며 월 가구소득 300만 원 이하인 사회 구성원 중 93%가 자신은 을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처럼 갑을 문제는 누구나 느끼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할 수 있다.
   갑의 비상식적인 횡포에서 비롯되는 '갑을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사회는 결코 바람직한 사회라고 할 수 없다. 갑과 을은 언제까지나 계약상의 관계이며 실제로 우리 사회 전반적인 계약은 갑과 을로 이뤄져 있다.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은 자신이 을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갑을 문제'는 불공정하고 불합리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갑은 을을 존중하지 않고 을은 갑을 불신하고 있는 '갑을 문제'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보통 언론이나 논평들을 보면 갑질 문제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는데 하나는 갑의 도덕적 문제를 또 하나는 갑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거나, 법의 허점을 이용한 갑의 횡포로 나눈다. 그런데 본질은 갑이 취하고자 하는 이익이 있으므로 우월적 지위를 악용 및 법의 허점을 이용했고 그 과정은 결국 도덕적이지 못하다는 것은 공통으로 나타나는 문젯거리다. 갑을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선 사회적 약속과 법 개선이 우선으로 이뤄져야 한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우 승무원이 올바른 매뉴얼을 지켰음에도 승무원과 사무장에게 폭언을 하고 오너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회항을 지시했다. 게다가 국토부 조사 중 대한항공 측은 박 사무장에게 교수직을 제안하여 회유하려 한 의혹과 여상무의 허위 진술 유도를 통해 증거를 인멸하려는 의혹이 있어 큰 논란을 야기했다.
   대다수 갑과 을의 계약은 갑의 우월적 지위에 비해 을은 비교적 불리한 입장에 놓여있는게 사실이다. 결국 을은 갑과 최소한의 공정한 거래 및 합리적 계약관계를 맺기 위해선 법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남양유업 사태를 비롯한 갑의 횡포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달 20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일부 개정했다. 앞으로도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갑을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약속과 법의 개선이 시급하다.
   한편 '갑을문제'는 갑은 모두 비상식적인 사람들이고 을은 피해자라는 성급한 일반화로 반기업정서를 유발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할 사안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우리 사회가 계약관계에서 보다 낮은 위치에 있는 을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는 을도 우리 사회의 존중받아야 할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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