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국회를 통과하거나 폐기되는 법안의 수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법률안은 247개이고, 최근 접수된 법률안도 485개나 된다. 이처럼 엄청난 수의 법률이 새로 제정되고 있고, 폐기되는 법률의 숫자를 합하면 그 수는 몇 천개가 넘을 것이다. 과거에는 이처럼 많은 법이 없어도 스스로의 자율적 통제규범이 작동하여 훈훈한 사회였건만, 이제는 법에 의하여 많은 부분들이 규제되고 있어도 탈법과 무법천지의 파행이 계속되는 것을 보면 법치가 능사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흔히들 법 이전의 도덕과 윤리를, 상식이 살아 있는 정의로운 법을 많이 얘기하곤 한다. 살아 있는 법이 되려면 ‘common sence in law’라는 인식이 일반인들의 마음 속에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상식도 사리도 안 통하면서 법만 외치는 사람은 사회는 황폐한 죽은 법의 묘지 속에 살고 있는 것이 된다.

 ‘법 좋아하지 마라’, ‘법! 법! 하다’가 그 법에 자신이 구속되는 경우를 피하라는 충고를 들을 수 있다. ‘오죽 하면 법의 심판을 받겠느냐!’라고 어쩔 수 없이 법의 심판을 구하는 고통을 토로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러나 법 속에 살아 있어야 하는 상식과 순리를 법 이전에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법은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법 만능사회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세월이 가면 갈수록 복잡다기한 많은 일들과 인간 본연의 욕망과 한정된 재화를 적절하게 분배하고 통제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법에 의한 규율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사회유지를 위하여 마련된 법의 필요성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인간으로서의 가져야 할 기본적 권리와 의무, 사회구성원으로서 가져야 할 품격과 배려의 문제는 온통 법으로 무장시켜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다.

 새롭게 제정되고 개폐되는 법들이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하여 선진국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오히려 많은 자잘한 법들이 양산되는 나라가 후진국이라고 평가받기도 한다. 불문법 국가도 성문법 국가도 다 그 독특한 장점을 가지고 상호 보완적으로 입법과 법집행을 해 나가고 있다. 선진화된 국가와 국민들의 기본적 요소는 국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의무를 선행하면서 권리를 찾는, ‘나홀로’보다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양보를 먼저 행하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갈수록 비인간화, 몰인격화, 타인과의 단절로 이어지는 현대사회에서 법! 법만을 찾지 않는 마음의 법을 찾는 ‘심법(心法)공부’를 절대적으로 필요한 현실이다.

송 광 섭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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