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소재의 한 고등학교에서 '밥'때문에 학생들이 서러움을 겪은 일이 발생했다. 교감이 급식실 앞에서 이른바 '급식검열'을 실시한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교감은 "넌 1학년 때부터 몇백만 원을 안 냈어. 밥 먹지 마라"며 "꺼져라. 너 같은 애들 때문에 전체 애들이 피해 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식비를 내지 못한 학생들은 전교생이 보는 앞에서 망신을 당했다. 그로 인해 학생, 학부모단체 및 교육단체의 반발을 샀다.
   이 학교는 급식비로 매달 7만 2천 원을 받는다. 한 끼로 따지면 4천 3원 정도이다. 가격으로 따지면 일반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보다 싸다. 하지만 모든 학생에게 급식비를 완납할 경제적인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급식비 지원을 통해 밥을 먹는 학생들이 많다. 문제는 위 사건의 피해 학생 중 일부는 급식비를 내지 않고 급식을 받은 얌체 학생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은 급식비 지원을 받아 밥을 먹는 학생들로 밝혀졌다. 서울시 교육청에 따르면 3월은 급식비 지원 신청을 받기 전이므로 작년에 급식비 지원을 받은 학생들이 3월 한 달동안 별도의 신청 없이 무상으로 식사할 수 있다. 그러나 교감은 그런 학생들에게 망신을 준 것이다.
   청소년기는 예민할 나이다. 특히 돈 때문에 망신당하는 일은 큰 상처를 남긴다. 그 중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일수록 그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게다가 급식비를 지원받는 학생들에게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한 것은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그 학생들은 급식비를 지원받고 싶어서 지원받는 것은 아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받아야 한다. 그것마저 없다면 한 끼를 굶어야 하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무상 급식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학생들을 생각해야 하는 교사일수록 이러한 문제는 더욱 헤아려주고 수치심과 모멸감을 받지 않는 선에서 훈육을 진행해야 한다. 게다가 교감이 학생들에게 수치심과 모멸감을 주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다.
   하지만 교사의 입장에서도 이러한 상황은 훈육을 해야 하는 상황일 것이다. 교사는 돈을 내지 않고 급식을 먹는 학생을 지도해야 한다. 일부의 얌체 학생으로 인해 전체 학생이 피해를 볼 수 있다. 또 돈을 내지 않고 급식을 먹는 것은 그 자체로 옳지 못한 행동이다. 학생들이 그렇게 행동할 때 바로 잡아줘야 하는 사람이 교사다. 그래서 교감은 교사를 대표하는 사람 중 한 명으로서 학생들을 훈육한 것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훈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부 급식 지원을 받는 학생들에게까지 심한 모욕감을 준 것은 문제이다.
   이와 같은 상황은 불특정 다수의 행위로 인해 소수의 사람이 피해를 본 경우이다. 만약 얌체 학생이 거의 없었다면 교감이 급식실 앞에서 납부자 명단을 보며 일일이 학생들을 훈계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그로 인해 소수의 선량한 피해 학생들이 생기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여론은 교감에 대해서만 비판을 하고 있다. 물론 그의 언행이나 실수에 대한 잘못은 있다. 하지만 교감이 직접 급식실 앞에서 학생들을 조사했다는 것은 그만큼 급식비를 내지 않고 밥을 먹는 학생들이 많았고 이로 인해 재정문제가 심각했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급식의 질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렇듯 개선의 여지를 보이지 않은 얌체 학생들의 잘못도 크다.
   이번 충암고 '급식막말' 논란은 교감의 잘못뿐만 아니라 비양심적인 학생에게도 잘못이 있다. 따라서 어느 한쪽을 비난할 문제가 아니다. 학생들의 양심과 학교의 급식 재정, 즉 의식과 시스템 양쪽에 걸쳐 나타난 결과이다. 열약한 학교 행정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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