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태어나서 인터넷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라면 디시인사이드(dcinside.com, 이하 '디시')에 대해 한 번 이라도 들어 보았을 것이다.
   디시는 1,600여 개의 갤러리, 하루 순 방문자 수 350만 명, 일일 페이지뷰 7,000만 회에 달하는 대형 커뮤니티로 인터넷 문화의 성지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많은 방문자 수 때문일까? 디시의 수많은 갤러리에서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끊일 날이 없다.
   15년이 넘는 디시 역사 속에서는 그야말로 '막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닐 만큼 기가 막힌 몇몇 사건들이 발생했다. 하지만 1,600여 개의 갤러리 중 최근 떠오르는 한 갤러리보다 '막장'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갤러리는 없을 것이다. 바로 중고나라론(loan)으로 유명한 대출갤러리다.
   빚도 재산이라고 하던가? 현대 사회에는 다양한 대출방법이 존재한다. 초창기 대출갤러리에서는 효율적인 대출방법과 자체적으로 고안해낸 다양한 대출상품 및 합리적인 채무상환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상환에 실패했을 시에도 여러 대처 방법을 알아낼 수 있는 등 유익한 면이 있는 갤러리였다. 하지만 갤러리 내부에서 '중고나라론'이라고 불리는 한 대출방법이 유명세를 타면서 급속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중고나라론'이란 무엇인가? 우선 중고물품 판매 사이트로 유명한 '중고나라'에 물건을 판다는 글을 올린다. 그 후에 선 입금된 금액으로 도박을 해 돈을 불리는 불법적 대출방법이다. 만약 돈을 잃게 된다면 바로 범죄자 신세가 되지만 그들은 혹시라도 있을 대박을 통해 지금까지의 부채를 탕감할 꿈을 꾸며 섣부른 선택을 하고 있다. 더군다나 중고나라론을 통해 부채를 탕감하고 오히려 돈을 벌었다는 글이 게시됨에 따라 각종 대출을 빙자한 새로운 사기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피싱이나 토토업자들에게 자기 통장을 파는 '대포통장론', 편의점 금고에서 돈을 횡령한 후 도박을 하는 '편의점론'등이 그것이다.
   이번 사건의 가장 큰 문제점은 도박으로 돈을 잃은 이들은 소액의 채무조차도 값을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일할 수 있는 젊은 나이에도 부채가 자그마치 억대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신용불량자가 되어 이런 사기론(loan)에 의지해야 할 정도로 급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일할 생각이 전혀 없다. 심지어 일을 하라고 진지하게 충고하는 이들에게 "돈을 줄 생각이 없으면 조용히 해라",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솔직히 어디 있나"라고 말한다. 또한 돈을 준다는 이유 하나로, 보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황당무계한 '인증글'을 게시하는 일도 있다.
   일반인은 상상할 수 없는 고금리 대출이나 사채에 손을 댄 이들은 말한다. "하루 종일 뼈 빠지게 죽도록 일해도 한 달 월급보다 이자가 더 많은 상황이다. 너희들이라면 어찌 하겠는가" 라고. 물론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자를 생각하면 도박이라는 선택을 하게 된 그들의 처지도 이해된다. 하지만 '꼭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중병에 걸린 가족을 위해서'와 같은 절박한 이유가 아니라 고작 유흥을 위해 쉽게 빚더미에 올라타는 행위는  공감하기 힘들다.
   최근 우리나라 청년 실업률은 9.0%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대학생의 절반이 평균 1,300만 원의 부채를 가지고 대학을 졸업하게 된다고 한다. 평생을 열심히 일해도 가난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는 절망에 사로잡혀 노동을 '쓸모 없다'고 말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네티즌들은 이들을 가리켜 '오늘만 사는 자'라고 부른다.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마음 한편이 씁쓸하면서도 고개를 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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