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워터파크 샤워실 몰래카메라 사건으로 전국이 떠들썩 했다. 누군가 전국의 워터파크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나체를 도촬한 것이다. 촬영된 영상은 음란물사이트로도 퍼져나갔다. 영상에 찍힌 사람들은 자신의 나체가 유포된 사실을 뒤늦게 알고 분개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몰카 파문은 처음이 아니다. 해수욕장에서 몰카를 찍다가 적발되는 사건은 피서철마다 보도되고 있다. 안경 몰카 사건도 있었다. 이성과 관계를 가지며, 안경에 부착된 몰카를 통해 그 상황을 촬영한 뒤 인터넷에 유포한 사건이다.
   대부분의 몰카는 성범죄와 연관돼 있다. 촬영된 영상은 음란물사이트를 통해 외부로 유출된다. 이러한 몰카 범죄는 피해 당사자가 자신의 초상권 침해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리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초동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또한 자신의 사적인 정보가 타인에게 유출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피해자들은 정신적 타격이 상당하며, 일상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이도 많다.
   몰카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오히려 몰카를 조장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몰카 보도를 자극적으로 내보낸다는 점이다. 'KBS 미디어인사이드'에서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있다는 걸 보도하지만, 굳이 찍힌 영상물을 보여주면서, 2차 피해를 증가시키는 유형의 보도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별도의 이미지 처리를 하여 영상을 대체하는 형태로 보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몰카 보도에서 피해자에 대한 진전적인 이야기를 다루기 보다는 몰카의 성능, 몰카의 구입 방법 등이 자세하게 묘사된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예를 들어 아동 대상 강간 범죄의 경우, 이 아동이 입은 피해에 대한 보도가 전체 언론 보도 중에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로 인해 사람들은 아동 대상 강간범죄가 얼마나 끔찍한지를 언론을 통해서 교육받게 된다. 그런데 몰카 범죄는 몰카에 찍힌 장면만 집중적으로 보도된다. 그 영상에 찍혀서 얼마나 많은 여성이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는지에 대해선 제대로 보도된 적이 없다. 이 범죄에 최첨단 IT 기술이 사용되더라, 어디서 구입할 수 있더라 등의 것들만 사람들에게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KBS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처럼 몰카 피해를 다루지 않고 오히려 몰카를 조장하게 되는 보도로 인해 범죄자들에게 오히려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에 경찰이 몰카를 이용해 범죄현장을 잡아 논란이 되고 있다. 경찰이 직접 몰카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몰카를 이용했다는 점이다. 경찰 측은 "범죄에 대해 증거를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불법 게임장 같은 경우 불법적인 화면이 버튼 하나에 의해서 순식간에 적법한 화면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그런 현장에선 사진 같은 증거가 필요해 불가피하게 사용했다"고 언론보도를 통해 밝혔다. 경찰이 사회정의구현을 목적으로 몰카를 이용했다 해도 이는 엄연한 불법이다. 우리 사회의 준법의식을 선도하는 경찰이 앞장서서 몰카를 이용한다면 시민들이 몰카를 이용한 범죄를 가볍게 여길 공산이 크다. 누군가를 허락없이 찍는 것은 작게는 초상권, 크게는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누군가 내가 모르는 사이 나의 사적인 생활을 촬영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하다. 타인에게 물리적으로 상해를 입히는 것만이 범죄가 아니다. 정신적 피해는 눈에 보이지 않기에 그 상처가 더 깊고 오래가는 법이다. 몰카 범죄는 날이 갈수록 그 수법과 장비가 치밀해지고 고도화 되고 있다.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몰카는 단순한 호기심이든, 불순한 의도든 절대 해선 안 된다는 인식 확산과 피해자에 대한 적법한 조치가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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