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몇 점 뒤져 있는 열린우리당의 공격 차례다. 공격의 돌파구를 찾고 있던 중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술자리에서 여기자를 성추행한 일을 해 줌으로써 수비로부터 공격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런 찬스는 자주 오는 것이 아니다.

 이번 공격에서 확실하게 점수를 내지 못하면 게임을 뒤집기 어렵다. 국회의원으로서 생명을 끊어야 할 뿐만 아니라 상대당이 기진맥진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열린우리당이 점수를 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았는가 싶더니 직구를 헛 쳐버린 선수가 나타난 것이다.

 위대한 대한민국의 국정 운영 책임 2인자 국무총리다.
공격의 호기를 잃으면 바로 위기가 오는 법. 이번에는 당과 상당수의 관중들이 모두들 공격의 대열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에게 3.1절은 무엇이며,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 날을 맞아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을 제대로 해 줘야 할 사람이 국무총리다. 국무총리는 국가의 지도자요 모범을 보여 할 사람이며 국민이 그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함께 어울려서는 안 될 사람들과 어울린 것, 함께 어울려 해서는 안 될 일을 한 것, 사실을 은폐하거나 왜곡시켜 국민을 우롱하고 속인 것 등 몇 가지 이상한 동작을 두고 수비에 들어 간 선수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밀리고 있다.

 공격 중인 한나라당 선수들 중에는 짧은 시간에 홈런을 쳐 점수를 왕창 내기보다는 단타로 게임을 길게 끌고 가는 전략을 제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공격으로부터 수비에 들어 간 팀이 성추행 국회의원을 방출했음에도 계속 버티고 있는 바람에 수비진영이 비틀거릴 조짐이다.

 이런 지저분한 게임을 지켜보고 있는 한국의 관중은 정말 피곤하다. 시간 끌기, 심판에게 대 들기, 상대팀에 야유하기와 부상 입히기, 감독 무시하기, 나 홀로 플레이하기, 관중무시하기 등 페어플레이나 관중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어렵다.

 모든 관중들이 경기를 좀 더 신나게 멋있게 당당하게 하라고 주문하고 있으나, 이런 저런 눈치만 보면서 선수대열에 끼이려고만 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의 지도자라면 진퇴가 분명해야 할 터인데 구차한 이유와 변명으로 자리를 지키려고 하니 게임이 제대로 풀릴 리가 없고, 관중이 운동장을 떠나고 있다.

 지난 3월 5일 도쿄돔에서 벌어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아시아 라운드에서의 한·일전을 관전한 사람들은 야구가 얼마나 재미있는 스포츠인가를 다시 확인했을 것이다.

 2대 1로 끌려가던 4회말, 만루상황에서 니시요카의 우익선상을 따라 빨랫줄처럼 뻗어나가는 볼을 이진영 선수가 몸을 날려 붙잡아 냄으로써 분위기를 한국 쪽으로 돌려놓았고, 급기야 8회 초 이승엽 선수의 2점짜리 홈런 한방으로 전세를 뒤집어 결국 3대 2로 한국이 승리한 게임이었다.

 그런데 이진영 선수의 훌륭한 수비나 역전의 승리도 멋진 모습이지만, 더욱 멋진 모습은 몸을 날려 다이빙 캐치를 한 이진영 선수의 훌륭한 수비에 보낸 일본 관중들의 기립박수 연출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은 매너하임 구장에서 벌어진 월드라운드에서 한국에 패한 일본의 관중이 경기종료 후 승리한 한국팀에 기립박수를 보내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도 상대방의 멋진 플레이에 기립박수 보내는 정치 게임을 보고 싶다.

저작권자 ©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