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1일 교육부는 2015년 대학구조개혁 평가를 발표했다. 학령인구 급감에 대비한 선제적 구조 개혁 조치로 전국 298개 대학을 A∼E등급의 다섯 단계로 평가해 재정 지원 제한 조치와 정원 감축 등의 조치를 시행한 것이다. 기존 구조개혁평가는 취업률에 높은 평가점수를 책정한 반면, 이번 평가에는 졸업생 취업률을 권역별로 구분했고 60점 중에 5점으로 취업률 반영을 최소화했다. 그럼에도 교육전문가들은 취업률이라는 잣대로 대학을 평가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본교는 이번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A등급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우리대학은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선정돼 뼈를 깎는 고통으로 구조조정을 해야만 했다. 낮은 취업률이 주요 원인이었다. 당시 전체 학생정원 10% 감축, 6개 학과 폐지, 8개 학과를 3개 학과로 통합했다. 취업률이 낮은 인문·예술 관련 학과는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어 폐과의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이번 평가에서 A등급을 받자, 폐과위기에 있던 학과의 학생과 교수들은 환호했다. 평가점수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원을 감축할 수 있기 때문에 4년 전의 9.5 학치처럼 대규모적인 정원 감축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학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 10월 22일 교육부는 프라임 사업(사회수요 맞춤형 인재양성 사업)을 발표했다. 프라임 사업은 산업수요와 대학 졸업생 간 인력의 미스매치 해소를 목적으로 하는 정책이다. 채용시장에서 기업이 선호하지 않는 인문계열을 줄이고 선호하는 공학계열을 늘리겠다는 정책으로 지원 규모만 2012억(2016년 예산안)에 달한다. 전국 4년제 19개 대학을 선정해 한 대학이 최대 300억의 지원금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재정지원사업 중 최대 규모이다. 
 벌써부터 부산대, 동아대, 동의대, 동명대, 부산외대, 경성대 등 경상도 소재 대학만 무려 20여 곳이 프라임 사업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교육부의 본 목적에 따라 대학들은 사회수요가 낮다는 이유로 인문, 사회, 예체능, 사범계열을 이공계열로 융합시키고 있다. 프라임 사업에 참여하려면 입학정원 1000명 이상을 기준으로 전체정원의 10% 이상 줄여야 하기 때문에 정원축소는 불가피하다. 심지어 교육부는 정원조정이 많을수록 유리하다는 입장을 밝혀 기준 이상으로 정원 300명을 축소하겠다는 대학도 있었다.
 리스크 또한 크다. 지원하는 대학이 많아 경쟁률이 치열하고 대학정원을 줄였음에도 사업에 선정되지 않으면 이를 원상복구 시키기 어렵다. 
 한편 우리대학도 프라임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배종향 기획처장은 지난 9월 "프라임 사업에 우리대학의 사활이 걸려 있다고 생각하고,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성사시킬 것이다"고 말했다.
 정부는 취업난의 문제를 대학에게 떠넘겨 취업의 장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민주적인 의사소통도 없고 강압적이고 강제적이다 보니 기초학문은 또다시 고사위기를 맞았다. 현 대학들은 생존을 위해 기초학문 보존보다 재정지원에 목숨을 걸고 있다. 2014년 전국 4년제 대학의 폐과 비율은 인문학과가 38.5%로 가장 많았고, 예체능과 사회계열 폐과를 합산하면 전체의 70%에 달한다.
 최근엔 인문학과들이 통째로 통폐합 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대학에서 인문학의 존폐여부를 고민할 정도다. 사회에서 인문학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교육부의 대학 길들이기와 대학의 수지 타산적 발상으로 인문, 사회, 예술학과 학생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지금 대학은 어디에 있는가? 
 인문학의 인(人)과 목벨 문(刎)을 더해 인문(人刎)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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