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여러 가게가 모여 있는 상점가를 걷는다고 생각해보자. 이 사람이 어떤 가게를 방문했고 어느 쪽으로 걸어갔는지 다른 지역에 있는 내가 알 수 있을까? 모두 예상했겠지만 정답은 '알 수 있다'다. CCTV로 추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위 가정을 좀 더 정확히 제시하자면 이때 '나'는 CCTV를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기자는 '알 수 있다'라고 대답한 독자가 꽤 많을 것이라 예상한다. 우리에게 CCTV란 매우 익숙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초, 우연히 포털 사이트에서 한 기사를 봤다. 경남 김해시 통합관제센터에서 일하는 A씨가 차량털이범 2명을 체포하는 데 크게 일조했다는 내용이었다. A씨가 범죄 현장을 목격해 경찰에 신고할 수 있었던 것에는 CCTV의 역할이 컸다. 용의자들은 현장에 도착한 경찰 앞에서 범죄를 부정했다. 하지만 자신들의 행위가 CCTV에 녹화된 것을 알게 됐고 곧 잘못을 시인했다. 기사는 '김해시 도로, 어린이 보호구역 등에 설치한 CCTV가 총 1천900대'라며 '거미줄처럼 설치한 CCTV가 범죄 예방은 물론 어린이, 노약자 보호에도 큰 역할을 한다'는 관계자 인터뷰로 끝이 났다. 기자는 조금 무서워졌다. 한 도시에 CCTV가 1천900대?
 CCTV는 차량털이는 물론 퍽치기, 소매치기 등 길거리에서 일어나는 노상 범죄에 효과적으로 활용된다. 또 방화, 강도와 같은 강력 범죄에도 유용하다. 이로써 CCTV는 다양한 분야에서 그 필요성을 인정받았고 쓰이게 됐다. 편의점, 사무실,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집, 심지어는 가정에까지 CCTV를 설치한다. CCTV는 보안 업체를 통해 사용하거나 직접 구매해 설치할 수 있다. 직접 설치 시 CCTV는 10만 원 내외의 가격으로 구할 수 있다.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된 CCTV. 이처럼 장점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CCTV에는 인권침해라는 치명적인 결점이 있다. CCTV를 설치함으로써 사생활이나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것이다. 논란이 된 CCTV 인권침해 사례로는 카페 '커피빈'이 있다. 시설물 보호, 화재, 도난 방지를 목적으로 설치한 CCTV가 실은 직원 감시용으로 쓰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비단 그곳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러 사무실은 물론, 전남의 한 정신병원에서도 CCTV로 인한 인권침해 논란이 있었다.
 위의 경우 개인정보 보호법 제72조에 의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거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게 된다. 영상정보처리기기에 속하는 CCTV는 설치 목적과 다른 목적으로 조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CCTV와 관련된 법은 이미 마련돼 있다. 여기서 문제는 그런데도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인정보 노출부터 성범죄에의 악용까지. 특히 최근에는 공공 여성 화장실에 설치된 못 모양 또는 소형의 '몰카'가 큰 논란이 됐었다.
 'CCTV 설치로 여러 이점을 얻을 수 있으니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 'CCTV로 어떻게 인권이 침해당한다는 것이냐'는 의견들이 있다. 그렇다면 CCTV가 몰래카메라로 쓰일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자. 물론 CCTV가 곧 몰래카메라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영상정보처리기기이며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고, 사용자에 의해 언제든지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둘은 같다. 그리고 둘의 차이는 너무나도 애매하다. 예를 들어 목욕탕 탈의실에 도난 방지 목적으로 설치된 영상기기는 CCTV일까, 몰래카메라일까? 기준이 정확하지 않고 악용될 소지가 큰 영상기기들은 앞으로도 다양한 곳에서 쓰일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논란도 커질 것이다. 따라서 영상기기들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 마구잡이로 설치되는 CCTV로 인해 감시뿐만 아니라 통제까지 당하는 날이 오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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