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란에는 원대신문사의 연속기획 <우리 시대 사유의 지평과 미래>라는 제목으로 글쓰기센터의 연속기획 <세계고전강좌>와 2012년 1학기부터 개설된 <글로벌인문학> 원고를 번갈아 싣는다. 국내외 여러 석학들이 함께 참여하는 연속기획을 통해 인간 이해와 사유의 깊이를 확인하기 바란다. /편집자

 

 

  사회는 모든 분야에서 역동적으로 변화하면서 끊임없는 진화를 하고 있다. 5년, 10년 전의 사회와 현재를 비교해 보면 엄청난 변화가 있었음을 실감할 수가 있다. 이러한 진화 발전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며,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이 예언한 것처럼 2045년경에 사회는 과학기술이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특이점에 도달하여, 우리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이제까지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한 신세계가 전개될 것이다. 이런 문명사적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하는 절박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사회 변혁의 거센 바람 속에서도 인간의 정체성을 상실하지 않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삶의 패러다임은 무엇일까?

 인류사회 발전을 이끌어온 원동력은 과학기술이다.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등 원시 사회에서도 과학기술은 사회 변혁의 원인이었으며, 농업혁명, 산업혁명, 정보혁명으로 현대사회를 창조한 것도 과학기술이다. 과학기술은 수직적으로 전문화되거나 수평적으로 융복합화되면서 끊임없이 도구와 발명품을 만들어 내어 새로운 문명세계를 개척하였다. 다양한 과학기술이 출현하여 사회 변혁을 이끌었지만, 현대에는 유전공학, 나노공학과 정보공학이 주체적 역할을 하고 있다. 유전공학은 동물과 식물 등 생명체의 동작원리를 규명하고 유전자 조작을 통하여 인공 생명체를 창조하고 있다. 복제 동물이나 유전자 변형 식품은 더 이상 진기한 일이 아니며, 줄기세포는 질병과 노화를 극복하여 영원한 삶을 실현시키고자 한다. 나노 공학은 물질의 분자와 원자를 자유자재로 조작하여 강철보다 강한 실, 깃털보다 가벼운 철, 종이처럼 휘어지고 접히는 디스플레이 장치 등 새로운 물질 창조세계를 열어가고 있다. 원자 크기의 나노 로봇이 혈관을 타고 다니면서 암세포를 제거하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으로 상징되는 정보공학은 인간보다 더 똑똑한 로봇, 감정을 느끼는 로봇과의 소통 등 인간의 정신과 마음에 도전하는 새로운 정신세계를 창조해 가고 있다. 
 일찍이 미디어 비평가 마셜 맥루언은 과학기술이 인간과 상호작용하면서 인간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하였다. 특히, 정보공학은 인터넷, 스마트폰 등으로 인간이 시간과 공간의 장벽을 넘어 확장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그 결과 정보공학은 네트워크 기술이 고도화된 초연결 스마트 사회를 가져왔다.
 
 초연결 스마트 사회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이미 캐나다의 사회학자 아나벨 콴하세 등이 공간과 서비스의 초연결성, 다차원적 통신소통의 확장을 예견했고, 2001년에 그러한 개념을 제시하기도 했다.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사람, 사물, 데이터, 서비스가 상호 연결되어, 지능화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와 혁신을 창출하는 사회가 초연결 스마트 사회이다. 이러한 초연결 스마트 사회는 사물 인터넷화, 서비스화, 지능화의 3대 특성으로 요약될 수 있다.
 ■ 사물 인터넷화 : 인터넷의 연결성은 컴퓨터를 넘어 세상의 모든 인간을 연결하는 소셜 네트워크가 되었으며, 이제는 컴퓨터-인간-사물-서비스 등 존재하는 모든 사물을 연결하는 사물 인터넷으로 진화하였다. 사물 인터넷은 세상의 모든 사물을 단순히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사물에게 생명을 불어 넣는 것이다. 생물과 무생물, 인간과 사물의 구별이 모호해졌으며,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간과 공간,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융합되는 경계 없는 사회를 만들고 있다.
 ■ 서비스화 : 초연결 네트워크에서 사물의 정체성과 존재가치는 실체가 아니라 서비스 능력으로 결정된다. 사물 인터넷화된 개체들은 고유의 서비스를 제공하므로써 초연결 네트워크의 기능성을 제공한다. 페이(pay) 서비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실체인 신용카드가 사라지고 서비스만 존재하게 되었다. 언제, 어디서든지, 원하는 서비스에 접속하여 활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이 보편화되면서 사물은 서비스로 추상화되고 있다. 사물 인터넷화가 초연결을 가속화하고 있는 반면에, 서비스화는 초융합을 가속화하고 있다.
 ■ 지능화 : 애플 시리, 구글 나우 등의 개인비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초연결 네트워크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물들은 더욱 지능화되어 인간의 능력을 능가하고 있다. 거의 완벽한 실시간 기계 번역이 가능해지고 있고, 인간과 감정을 교감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출현하고 있다. 초연결된 사물들이 지능화되어 초인간화되고 있다.
 
 모든 사물이 스마트해져 인간과 대등하게 공존하는 초연결 스마트 사회는 아주 다양한 특성을 보이고 있다. 초연결 스마트 사회의 대표적인 특성 몇 가지를 고찰해 보도록 하자.
 지식과 정보가 상위 소수에 의해 독점되고 향유되었던 전통적 수직사회구조가 붕괴되고, 사람-사물-서비스-시공간을 연결하는 평면화된 네트워크 사회가 나타나게 되었다. 사회 전반에서 진행되고 있는 탈권위, 탈계층화를 실감할 수 있다. 가끔 언론에 보도되는 갑을 관계의 충돌은 사회 전환의 인식 부재에서 오는 시대착오적 행동이다. 수평화된 네트워크 사회는 권력구조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권력은 계층의 위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연결된 네트워크의 강도에 의해 결정된다. 매트칼프의 법칙에 의하면 개체의 위력은 연결된 노드수의 제곱에 비례한다. 수많은 추종자를 거느린 파워 블로거의 한마디에 의해 유명 음식점이 한순간에 폐업하기도 하고, 사진 한 장이 난민 문제를 국제적 현안으로 부각시키기도 한다. 이처럼 너트워크의 연결 강도는 권력의 새로운 척도가 되고 있다.
 산업 경제에서도 경계 없는 융복합을 가속화하여 새로운 산업 모델을 창출해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농촌 주민이 주체가 되어 농산물을 생산, 가공, 판매 및 유통시키는 6차 산업이 있다. 농촌 주민은 이를 통해 전 과정을 복합적으로 연계하여 스스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장난감, 자동차 엔진, 인공관절, 주택 등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생산할 수 있는 3D 프린터 기술은 제3의 산업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모든 공산품은 3D 프린터로 출력되거나 지능 로봇이 제조하게 될 것이다. 경제구조 역시 경계가 무너져 무역 자유화가 보편화되고 해외 직구가 일반화되어 세계 경제의 일체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산업 경제를 지탱해 온 규제와 통제가 탈경계, 탈권위에 의해 무력화 되고 있다.
 이와 같은 수평적 융복합은 인간의 정체성과 가치에도 큰 변화를 초래하였다. 개인은 온전한 행복추구와 자신의 독자성 실현에 보다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나홀로 1인 가구가 증대되었으며, 저출산이 사회문제가 되었다. 독립한 개인들은 자신과 관심을 공유하는 공동체(community)를 중심으로 생활하면서 존재의 만족감과 위안을 얻는다. 때로는 공동체가 영역을 확장하면서 다른 공동체와 충돌하기도 한다. 공동체는 문화의 한 형태로, 공동체 간의 문화 충돌은 초연결 스마트 사회의 위협 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스마트 기기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인간의 지적 능력은 크게 퇴화되고 있다.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길을 찾을 수 없고, 계산기 없이는 간단한 계산도 할 줄 모른다. 논리적 추론, 비판적 판단력, 창의력 등 인간의 중요한 지적 사유 능력이 현저하게 저하되고 있다. 사물은 스마트하고 빠르게 진화하지만 기술의 화려함에 중독된 인간의 지적 능력은 빠르게 쇠퇴하고 있다. 특이점을 넘어선 사물은 초인간을 탄생시켜 좀비화된 인류를 지배할지도 모른다. 스티브 호킹, 빌 게이츠를 비롯한 많은 과학자와 UN은 인간의 능력을 추월하고 있는 인공지능의 위협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하고 있다. 한편, 수평화된 네트워크에 연결된 개인은 일상생활의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 인간의 존엄성도 위협받고 있다.
 
 정보기술이 가져온 초연결 스마트 사회는 기회인 동시에 도전이기도 하다. "과학기술의 옳고 그름은 그것을 이용하는 사회 집단이 결정한다"는 문명 비평가 루이스 멈퍼드(Lewis Mumford)의 말처럼, 결국 초연결 스마트 사회는 인간의 의식구조와 행동양식에 따라 전개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인간 중심의 열린 마음으로 세계를 인식하고, 자신에 대한 성찰을 통해 인간성을 회복하여야 한다. 인간은 스마트 정보 기술에 매몰되어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기계화된 좀비가 되고 있다. 인간의 보편적 가치에 기반을 둔 인성과 심성을 깨워 어떠한 사회 변화 속에서도 인간의 자긍심과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다고 과학기술의 진화를 두려워하거나 거부할 필요는 전혀 없다. 과학기술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도구로 인간과 기계가 균형적으로 상호 공존하는 지혜를 발휘하여야 한다. 
 경계 없이 무한히 펼쳐지는 초연결 스마트 사회는 사고방식의 확장을 요구한다. 거시적 관점에서 네트워크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파급효과를 유추하는 유연한 사고를 가져야 한다. 이미 기계의 지적 능력은 인간을 초월하고 있다. 기계와 지적 경쟁하지 말고, 인간 고유의 창의적 인지능력 개발에 힘써야 한다. 초연결 스마트 사회는 지식기반 사회로, 지식을 융복합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는 다양한 역량의 멀티플레이어 인재를 필요로 한다. 역량이 존재와 가치 척도의 기준이다. 차별화된 역량 개발로 존재 가치를 제고하여야 한다.
 초연결 스마트 사회의 사물이 천지개벽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유혹 속에서 인간의 자긍심과 존엄성을 지켜 줄 정신개벽이 요구되고 있다.
 
 한성국 교수(컴퓨터공학과)
 
<필자 소개>
인하대학교 전자공학과 정보공학 (박사)
인하대학교 전자공학과 정보공학 (석사)
인하대학교 전자공학과  (학사)
주요 저서 및 논문:『컴퓨터 개론』,『컴퓨터, 정보, 그리고 통신 시스템』,『XML 워크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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