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많은 대학에서 여학생회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여성의 권리신장이라는 설립 목적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체성이 흔들리면서 입후보자가 없거나 학생들의 부정적인 반응으로 맥을 이어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우리대학 역시 지난해 홀로 남은 후보가 학생들의 지지를 얻지 못해 여학생회가 공석이 된 바 있다. 서울시립대 역시 2002년도부터 입후보자가 존재하지 않아 교칙에만 그 존재가 명시돼 있을 뿐이다. 심지어 지난 2013년에는 수도권 주요대학 중 5곳만이 여학생회를 운영했다.

 여학생회가 우리 사회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1980년대와 지금은 사회 분위기가 너무나 다르다. 당시 여권과 관련해 떠오른 제도적 문제들은 이미 어느 정도 해결이 됐다. 대학 내에서 여성의 권리가 보장되고 있지 않다면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에 모두 이견은 없을 것이다. 동시에 학내에서 여성의 권리신장을 위해 여학생회라는 기관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란 물음도 역시 피할 수 없는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많은 대학이 기존의 여학생회와는 궤를 달리하고 있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의 권리를 아우르는 운영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여학생회가 폐지되고 '성평등위원회'와 '비상대책위원회'가 대학 내에 설립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총학생회의 산하기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와 동시에 여학생회의 행보 또한 비판의 시각과 마주하고 있다. 우리대학 29대 여학생회의 사업 중 '여학생 휴게실 고데기 비치 사업'과 더불어 '헤어 및 네일샵과 관련한 결제 제휴' 등이 있었다. 올해 여학생회의 대표 사업도 '단과별로 비치된 여성용품 자판기 운영실태 점검', '여성용품 공동구매' 등으로 29대 여학생회와 맥락을  같이한다. 수도권의 'ㄱ' 대학은 공동구매를 비롯한 생활복지 사업을 제외하고 눈에 띄는 사업이 없어 학생들의 힐난을 받은 바 있다. 물론 명시된 사업 이외에도 'CCTV 설치 범위 확대' 등 학생들의 직접적인 복지와 관련된 공약도 있다. 하지만 사실상 앞서 언급된 'CCTV 설치 범위 확대'와 같은 보편적인 복지사업은 총학생회나 학생복지처에서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범주에 포함된다.
 또한, 여학생들의 복지가 목적이라면, 총학생회가 남학생회가 아닌 이상, 독립된 기관으로 존재해야 하는 뚜렷한 기반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지금도 양립하는 단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학내 제도적인 불평등은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실상 학내 복지를 살펴보면 남학생보다 여학생의 복지가 더 뛰어난 편이다. 대부분의 여학생회가 이와 같은 물음을 맞이하며 한둘씩 모습을 감추고 있다.
 물론 제도적 평등이 이뤄졌다고 해서 여권이 침해되지 않는다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이다. 학내 성희롱이 만연해도 쉬쉬하며 사건이 일단락될 소지는 어느 대학이나 잠재돼 있다. 이러한 풍토를 무시한 채 구시대의 산물이라며 비웃는다면 이 또한 무지한 까닭이다.
 지난 2012년 경성대에서도 한 교수가 수년간 수강학생을 대상으로 성추행해온 사실이 드러나 사회에 충격을 준 바 있다. 이러한 일들이 벌어졌을 때, 사건을 보다 학생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관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교원이 소속돼 있는 단체라면, 유사한 사건이 재발했을 때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여학생회의 대체 기관으로 운영되고 있는 성평등위원회나 비상대책위원회가 안고 있는 허점 또한 문제다. 일부 학교에서 위원회의 구성원으로 교원을 포함시켜 학생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기구로서 그 존재의의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여학생회를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기류에 휩쓸리지 않고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선, 논란이 되는 사항들에 대한 끊임없는 개선과 발전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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