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세돌 9단과 구글의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바둑 소프트웨어이자 슈퍼컴퓨터인 알파고 의 대결이 화제가 됐다. 인간과 슈퍼컴퓨터의 대결 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방송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어느새 이세돌 9단에게 '인간 대표'라는 무거운 짐을 지게 했다. 사실상 한 번도 겨뤄보지 못한 상대와 바둑을 둬야 하는 이세돌 9단에게 그런 기대는 무척 혹독하게 다가왔으리라. 그는 홀로 슈퍼컴퓨터와 싸웠고 매 경기가 끝난 후 외로운 복기를 했다.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인간이 기계를 어떻게 이기냐 "는 반응의 사람들과 "아직은 인간이 기계보다 앞선다"는 반응의 사람들로 갈렸다. 동시에 이세돌 9단을 그저 한 명의 인간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슈퍼컴퓨터에 대적하는 인간 대표'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첫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은 충격적인 패배를 했다. 이세돌 9단의 첫 패배 후 사람들은 그를 격려하기도 하고 체념을 하기도 했지만, 그만은 묵묵히 복기하며 다음 대국을 준비했다.
  두 번째 대국도 마찬가지였다. 알파고 의 경기 스타일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이세돌 9단은 탐색전 과 같은 자세로 대국에 임했다. 평소와는 다른 스타일로 이곳저곳을 두며 알파고의 허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는 한 번 더 고배를 마시게 됐다.
  이세돌 9단은 3국에서조차 패배를 하며, 3연패의 늪에 빠져 사실상 패배가 확정됐다. 그러나 이후의 기자회견에서 "4ㆍ5국을 지켜봐 주세요"라고 당부하며 꼭 한 판은 이기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미 일부에서는 한 판도 못 이기고 끝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이세돌 9단은 "인간이 진 것이 아니다. 이세돌이 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부끄러움 섞인 표정으로 밤을 새우며 후배 기사들과 복기와 토론을 했다.
  그 후 4국에서 백돌을 잡은 이세돌 9단은 78수째에 '묘수'를 두어 알파고를 흔들어 놓았다. 이후 알파고는 알 수 없는 수를 놓으며 스스로 무너졌고, 결국 이세돌 9단은 180수 만에 알파고의 항복을 받아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에 도전한 인간의 승리였다. 승리 이후 이세돌 9단은 기쁜 기색을 감추지 않고 밝게 웃으며 "제가 한 번 이기고 이렇게 축하를 받은 것은 처음이네요"라고 말했다. 조금은 쑥스러운 듯 웃는 그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도 인간적 이었다. 총 1천202개의 CPU(인간의 뇌에 해당함)와 176개의 GPU, 1천 개의 서버를 활용하는 '알사범'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기에 그의 그 웃음이 더욱 빛났다. 이어 이세돌 9단은 "알파고가 흑돌을 잡았을 때 비교적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며 "특히 자신이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수가 나왔을 때 버그 수준으로 상황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는 이세돌 9단이 세 번의 대국 만에 알파고의 허점을 알아냈다는 것을 뜻한다.
  예상치 못한 알파고의 패배에 충격을 받은 듯 4국이 끝난 후에 딥마인드사는 한 번의 업데이트를 더 거치고 5국에 나섰다. 많은 사람이 다시 희망을 품고 이세돌 9단을 응원했으나, 시간 안배에 실패한 이세돌 9단은 후반부에 시간에 쫓기며 280수 만에 패하고 말았다.
  97년도에 이미 세계에서 가장 체스를 잘 두는 인간이 기계에게 졌다. 그 후로 인류에게는 10의 170 제곱에 이른다는 경우의 수를 가진 바둑에 희망을 걸었다. 그러나 1분 남짓한 시간에 십만 번의 수읽기가 가능한 알파고가 나타났다. 그런 '기계'를 상대로 '인간' 이세돌 9단은 잘 싸워줬다. 우리는 한 번의 승리보다도 완벽을 추구하기 위해 외로운 복기를 하는 이세돌 9단의 모습에 감동했다. 그에게 이런 말을 돌려주고 싶다. '인간'이 이긴 것이 아니다. '이세돌'이 이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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