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 부산 동아대 화학공학과 동아리 행사에서 선배들이 액땜 행사를 한다는 이유로 음식물 찌꺼기, 담배꽁초, 휴지 등이 섞인 막걸리를 신입생에게 끼얹었다. 위 사실은 지난 27일 뒤늦게 동아대 페이스북 ‘동아대학교 대나무숲’에 공개돼 논란이 됐다. 문제가 일파만파 커지자 이를 폭로하는 사진과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해당 학과 학생회장과 부학생회장은 사과문을 올렸으며 28일 동아대는 가혹행위에 대한 진상조사가 모두 끝날 때까지 공과대학의 동아리 활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달 28일 우리대학 사범대학 국어교육과에서도 막걸리 끼얹기가 논란이 됐다. 해오름식 중 신입생을 앉혀놓고 막걸리를 뿌렸다는 것. 해당 학생회는 ‘매년 이 학과에서 진행한 행사로 신입생 환영회는 오래전부터 고사(告祀)의 형식으로 치뤄져 왔다. 신입생들이 학교에 다니는 내내 액운이 없어지고 안녕과 행복이 가득하길 바라는 기원의 마음을 담아 제사를 지낸다’고 설명했다.
  또한 학생회는 “막걸리를 뿌린 행위는 절차의 일부로 행해진 것이며, 온라인에 드러난 대로 아무런 맥락이 없는 가혹 행위는 아니다”고 전했다.
  인문대학에 재학 중인 이 씨는 “다 큰 성인들이 막걸리를 뿌리며 끼얹는 것은 몰상식하다. 꼭 막걸리를 뿌려야 액운을 쫒아지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막걸리 세례 사건은 수원대와 목원대 등에서도 발생했으며, 각종 일탈 행위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학생회의 비상식적 행동은 비단 한 대학의 문제는 아니다. 지금도 익명성이 보장되는 페이스북 페이지에서는 학생회의 부조리가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달 건국대 생명환경과학대학 오리엔테이션에서는 선배들이 몸으로 유사 성행위를 묘사하고, 신입생에게 관련 단어를 맞추도록 하는 ‘25금(禁) 몸으로 말해요’ 게임을 강요해 대학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또, 모 대학에서는 속옷차림으로 얼차려를 시켜 언론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성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에서 음주 강요, 성추행, 얼차려 등 잘못된 행위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신입생은 대학생활을 처음 접하는 ‘약자’다. 고학년은 학년을 무기로 이들에게 술자리를 강요하고, 액운을 쫓는다며 오물 막걸리를 뿌리는 행위, 그 자체는 ‘갑질’이 아닌가? 대학 문화를 선도하고 성숙한 의식을 배워가야 할 20대는 기성세대를 비판하고 있지만 정작 그들도 기성세대의 악습을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생의 의식 개선은 중요하다. 한편으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경제 불황과 고질적인 취업난이 만든 N포 세대(어려운 사회적 상황으로 인해 취업이나 결혼 등 여러 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세대), 지금의 교육은 인성, 도덕이 아닌 취업에 집중되어 있다. 성공하려면 공부를 잘해야 하고 누군가를 이겨야 한다는 지금의 교육.
  지식을 탐구하기 위한 공부가 취업과 학벌을 위한 수단이 되고 있다.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서도 인성교육이 배제되는 건 마찬가지다.
  돈이 안 되면 무가치하게 생각하는 사회풍토 속, 지금N포 세대가 배운 것은 무엇일까? 취업 공부만이 과연 능사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
  언론과 메스컴에서는 학생사회의 문제를 공론화 하고 있으며, 어른들이 잘 관리해줘야 한다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 문제가 학생사회만 국한된 것일까?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은 기성세대에서도 쉽게 목격할 수 있는 사회문제다. 이 문제는 비단 학생 하나만의 문제는 아니다. 고학년이 벌였던 ‘갑질’, 그리고 인성, 도덕이 뒷전이 된 지금.
  작은 단과대학 실내에서 벌어졌던 오물막걸리 사건, 어쩌면 사회를 축소시킨 자화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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