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란에는 원대신문사의 연속기획 <우리 시대 사유의 지평과 미래>라는 제목으로 글쓰기센터의 연속기획 <세계고전강좌>와 2012년 1학기부터 개설된 <글로벌인문학> 원고를 번갈아 싣는다. 국내외 여러 석학들이 함께 참여하는 연속기획을 통해 인간 이해와 사유의 깊이를 확인하기 바란다. /편집자
 
 
   호프스테드 - 문화적 차이 '국가문화' 관점 설명
   이문화 소통 - 인지적, 감성적, 의사소통 능력 필요
 

   국제화 시대, 글로벌화 시대로 함축되는 오늘날, 세계 어느 곳에서든지 문화가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이 일상화되었다. 더욱이 인터넷이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사회에서 장소의 이동이 전제되지 않더라도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처럼 삶의 현장과 심지어 가상공간에서조차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문화적 조건에서의 만남은 개인적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직업적 맥락에서 그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오늘날 우리 한국의 상황을 살펴보더라도 고도의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한 급격한 사회 변화 현상들 - 이농과 이주여성의 증가,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 등 - 로 인해 다른 문화의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를 엄밀한 의미에서 다문화 사회라고 규정하기 어렵지만 많은 사람들이 다문화 사회로 체감하고 있다. 서로 다른 문화의 사람들, 혹은 두 개의 다른 문화가 만나 관계를 형성할 때, 이 둘 사이에는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다. 이를 일컬어 '이문화 간 의사소통'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어떤 환경에서든지 - 개인이든, 집단이든, 개인적 교제이든 비즈니스의 만남이든 - 접촉하는 대상이 서로 다른 문화에 속해 있고, 그 대상 각자가 서로 '다르다는 것', 즉 서로 간에 '낯선 것'을 체험한다는 것을 의식하게 되면 이것이 이문화 간 의사소통이 된다.
이러한 이문화 간 의사소통에서 우선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문화 차이'이다. 같은 문화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 간의 만남에서는 두드러지지 않는 문화에 대한 의식이 이문화적 만남에서는 금방 드러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문화 간 의사소통에서 우선적으로 살펴봐야 하는 것이 문화이다. 그러나 문화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는 수없이 많으며, 관점에 따라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정의를 내리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에 대해 말할 때, 많은 경우 문화가 지니는 공통의 속성을 이야기한다. 문화의 속성은 보편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문화가 화두가 되거나 주제가 되는 상황은 대개 문화의 속성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드러나는 개별 문화들의 만남이다. 즉, 문화 차이가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문화적 차이를 '국가문화' 관점에서 바라보고 설명한 호프스테드 Hofstede의 연구는 국가 간의 문화 비교 연구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국가에 따라 서로 다른 가치관에서 기인하는 국가문화 차원은 국가라는 특정 집단에서 나타나는 문화적 특성을 드러낸다. 호프스테드가 제시한 차원은 초기 연구에서 나타난 네 가지 차원에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덧붙여진 두 가지 차원이 합쳐져 여섯 가지이며, 이들은 각각 문화 차원 지수로 제시된다.

 
1. 권력거리 Power Distance: 평등문화와 불평등문화
2. 개인주의 대 집단주의 Individualism vs. Collectivism
3. 남성성 대 여성성 Masculinity vs. Femininity
4. 불확실성 회피 Uncertainty Avoidance: 회피문화와 수용문화
5. 장기 지향성 대 단기 지향성 Long-Term vs. Short-Term Orientation
6. 관용 대 규제 Indulgence vs Restraint
 
 권력거리란 한 사회 안에서 어떤 개인이나 조직에 권력이 불평등하게 분산되어 있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정도를 의미한다. 권력의 간격이 큰 사회에서 나타나는 키워드는 위계질서와 권위주의이다. 권력의 정도 차이가 작은 집단에서는 큰 집단에 비해 평등문화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개인주의 대 집단주의는 개인들 간에 관계가 느슨한지 밀접한지를 나타내는 차원이다. 한 사회 안에서 개인주의 지수가 높으면 '나'라는 정체성이 확연하여 개인을 존중하는 독립적인 자유와 자기만족도가 중요하게 나타난다. 반면 개인주의 지수가 낮은 사회에서는 '우리' 집단과 외부 집단 사이의 구별이 엄격한 사회구조를 보인다. 남성성 대 여성성이라는 대비는 남성과 여성의 역할 구분과 관련이 있으며, 사회적 성 역할이 극대화된 사회가 남성주의 문화로 드러나며, 상대적으로 여성주의 문화는 그 성의 역할 구분이 작은 사회에서 나타난다. 불확실성의 회피라는 차원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부딪힐 때 나타나는 회피의 정도를 말한다. 회피의 정도가 높은 문화권에서는 사람들이 조직 또는 사회생활에서 안전을 추구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피하며 또한 실패를 두려워하고 변화에 저항한다. 다시 말해 구조화된 안정성을 원한다. 이 문화에서 나타나는 의사소통 방식 또한 조심스럽다. 반면 이러한 불확실성을 잘 수용하는 문화에서는 불확실하고 모호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이에 맞서 대처하려는 자세를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나오는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자세 또한 적극적이며 언어 사용은 회피의 정도가 높은 문화권에 비해 명확한 표현을 사용한다.
 앞의 네 가지 차원이 서구 중심적인 가치관에 기초한 조사라는 비판이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연구조사로 덧붙여진 차원이 장기 지향성 대 단기 지향성으로 나타났는데, 장기 지향 사회는 미래 지향적, 단기 지향 사회는 현실 지향 사회로 특징지을 수 있다. 미래를 중시하는 사회는 미래를 위해 인내심을 가지고 투자하거나 저축하며, 느린 결과에도 참을성이 있다. 현실 지향 사회는 현재를 중시하며 전통을 존중하기 때문에 과거도 중요하게 여긴다. 또한 빠른 결과를 기대하며, 현재의 안정적 삶이 최우선이다. 국가문화 차원을 규명하는 데 있어 호프스테드와 동료 연구자인 민코프 Minkov의 연구 결과로부터 최근에 덧붙여진 차원인 관용 대 규제는 사회활동 영역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욕망 충족과 관련된 행복감이 키워드이다. 여기서 말하는 욕망의 충족이란 인간 욕망 일반의 충족이 아니라, 삶을 즐기기와 재미있게 지내기와 관련이 있다. 사람들이 얽매인 속박에서 벗어나 자신의 욕구를 실현하는 것을 허용하는 문화를 관용문화 집단, 반대로 자신의 감정, 기분, 욕심을 억제함으로써 사회적 욕구 충족을 강하게 제어하는 사회를 규제문화 집단이라 할 수 있다. 국가수준에서 행복감에 대한 변수는 '삶에 대한 통제 지각'과 개인적 가치로서의 '여가의 중요성'이다.
 글로벌화된 세계에서 여러 나라 사람들과의 교류는 이미 보편화되었다. 이렇게 일반화된 국제 교류에서 일차적으로 언어가 문제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언어적인 소통 - 자국어든 외국어든 - 이 제대로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문화적인 차이로 인한 소통의 어려움은 언제, 어디서든지 충분하다는 것 또한 경험하고 있다. 국가에 따른 문화 차이를 드러내는 호프스테드 연구는 문화 차이로 나타날 수 있는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문화 지식의 하나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문화란 의사소통이며, 의사소통이 문화이다"라고 주장하는 홀 Hall의 입장에서 본다면 문화야말로 의사소통을 형성하는 본질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국가, 언어, 문화가 서로 다른 사람들이 면-대-면 상황에서 포괄적인 의미의 언어적 상호작용을 하는 것을 이문화 간 의사소통으로 정의한다면 이런 상황은 아주 단순하게 다음 몇 가지 것을 포함할 수 있다.
 
-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에서 온 사람들 중 한쪽의 모국어로 하는 의사소통
- 서로 다른 언어와 나라의 사람들 사이에 어느 쪽의 모국어도 아닌 서로의 공용어로 이루어지는 의사소통
- 같은 나라이지만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의 한쪽 언어를 사용하는 의사소통
 
 첫 번째 경우로 상정해 볼 수 있는 것은 특정 언어 공동체 안으로 유입된 사람과 그 언어 공동체의 모국어 화자 사이에 이루어지는 의사소통이 가장 일반적이며, 이주민이나 여행자의 경우를 들 수 있다. 오늘날 경제적 영역의 글로벌화가 이루어진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국제적 사업 파트너 간의 의사소통이 대표적인 두 번째 상황일 것이다. 세 번째 상황은 국적은 일치하지만 한 나라에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는 경우이다(예컨대 인도나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유고슬라비아나 그 지역의 현재 상황 등). 이런 다양한 상황에서 각 나라(또는 각 집단)의 문화가 직접, 간접적으로 관계된다. 이때 문화란 이 상황이 전개되는 곳의 문화일 수 있고, 의사소통 참여자들의 고유문화일 수도 있다. 또한 그 어느 쪽 문화도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 새로운 상황이 이루어지는 것일 수도 있다. 즉, 서로 다른 문화의 만남에서 이들 문화 상호 간에서 생성되는 '상호문화 Inter-Culture'로 나타날 수 있다. 이 상호문화의 영역이 바로 이문화 간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장이다.
 이문화 간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곳에는 '자기 것'과 '낯선 것'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제3의 것이 나타나게 된다. 문화의 관점에서 보면, '고유문화'와 '이방문화' 그리고 '문화교차상황'이 나타난다. 이런 교차상황과 관련된 제3의 것으로 '상호문화'가 생겨난다고 볼 수 있다. 이 상호문화는 고유문화와 이방문화가 서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제3의 '사이문화' 또는 '틈새문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사이 또는 틈새문화를 형성하는 문화교차상황은 전혀 낯설었던 것이 자기 안에 중요한 것으로 여겨질 때, 다시 말해 낯선 것과 자기 것 사이에 관계를 맺게 되면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고유문화와 이방문화가 접촉하면서 생기는 이 중간지대는 이문화 간 상호 행위에 있어서 때로는 위협적으로, 때로는 고무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불분명하고 애매한 틈새라고 할 수 있다. 즉, 그에 대해서 아는 것이 너무 적으면, 그 특성이나 성격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문화 간 의사소통을 하는 사람들은 소통 파트너의 문화뿐만 아니라, 자문화에 대한 충분한 지식도 있어야 하며, 이 두 문화가 만나서 이루어지는 상호문화 행위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상호문화는 문화교차상황에서 저절로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이문화 의사소통 파트너들이 만들어 내는 역동적인 '새로운'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이문화 간 의사소통 파트너들이 하는 상호 행위 Interaction로써 이루어진다. 이 상호문화는 '역동성', '상대성', '상호 행위성'이라는 특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상호 행위의 장에서 이루어지는 이문화 간 의사소통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이문화 간 의사소통 능력이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이문화 능력'에 영향을 주는 가장 핵심은 인지적인 차원, 감성적인 차원, 의사소통 행위 차원의 능력이다. 인지적 능력이란 이문화적 지식으로서 문화들 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아는 지식, 문화의 복잡성 및 복합성을 이해하는 데 기여한다. 이문화적 의식으로 말할 수 있는 감성적인 능력이란 자신이 처한 이문화적 상황을 꿰뚫어 있을 수 있는 문제들이 문화적인 차원임을 인식하는 데 필요한 문화적 감수성이다. 문화적 감수성은 감정이입, 개방성, 관용, 인내 등을 통해 강화될 수 있다. 이문화적 행위 능력을 추구하는 행동적 차원에서 본 능력은 문화적 배경이 다른 사람과 효율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는 문화적 차이로 인한 문제와 갈등을 극복하거나 처음부터 피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그때그때 주어진 문화적 행동양식에 자신의 행동을 맞추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문화 능력을 개발하고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교육 내지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러한 교육 또한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질 수 있기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세계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질을 갖추기 위해 공적인 교육기관에서 기본 교육으로 정착하는 일일 것이다.
 
  김순임 교수(전남대)
<필자 소개>
전남대 대학원 독어독문학 (독어학) 석사
오스트리아 인스부룩대학교 독어독문학과 (독어학) 박사
한국교양교육학회 회장(역임), 광주국제교류센터 이사(현)
주요 저술 : 이문화 학습 이문화 훈련, 2014, 전남대학교 출판부, 독일의 성인교육에 관한 고찰 - '계속교육' 개념과 현황을 중심으로, 2015, 용봉인문논총 제 4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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