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 아웃 신드롬'. 오직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해오던 사람이 갑자기 슬럼프에 빠져 무기력해지는 증후군을 일컫는 신조어이다.
   최근 기자도 이 증후군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취재를 하기 위해 늘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현장을 향해 달려가고, 정보를 수집하고, 기사를 작성하고, 신문사 업무를 다 마친 뒤에야 산더미처럼 쌓인 과제를 부랴부랴 하고……. 신문사에서 밤새도록 키보드를 두들기다 보면 모니터 빛 때문에 눈이 너무 아프기도 해 눈물이 핑 돌기도 한다. 며칠 전에는 취재원에게서 무례한 언행을 들은 뒤 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만 힘든 게 아닌 걸 알면서도, 함께 일하는 기자들에게 입버릇처럼 "일주일만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만 있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무기력해진 건 기자뿐만이 아닌 모양이다. 며칠 전 강원지역 일간지인 <강원도민일보>에서 김보현 강원도 기획관의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기고 글을 읽었다. 그는 평창동계올림픽에 관한 국민의 관심을 '번 아웃 신드롬'에 비유하며 "올림픽 유치라는 사명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극도의 피로감에 빠져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국민적 관심이 저조한 상황이다"라고 했다.
   실제로 평창동계올림픽의 국민적 관심은 2011년 올림픽 유치 당시 절정을 찍은 이후 올림픽 개최가 불과 2년밖에 남지 않은 현재까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현재 평창동계올림픽 경기장 및 기반 시설이 어디까지 조성됐는지, 개·폐회식의 진행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종종 공론화되는 문제점 보도에 "빚투성이 올림픽이다"라는 추측성 발언만 입에 올릴 뿐이다. 이처럼 국민적 '번 아웃 신드롬'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평창은 넘어지고 일어서고를 소리 없이 반복하고 있다.
   가장 최근 넘어진 일은 '조양호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사퇴'이다. 조양호 전 조직위원장은 자신이 회장직으로 있는 한진그룹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조직위원장직 사의를 표명했다. 대회 개막이 2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조직위는 수장을 잃게 됐고, 이는 당연히 동계올림픽 준비와도 직결됐다. 주요 언론사들은 "동계올림픽 준비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일어선 일이라 하면 올림픽 개·폐회식장 공사가 6월에 착공된다는 소식이다. 개·폐회식장은 그동안 장소변경을 시작으로 설계 변경, 사업예산 분담, 수용 인원 등을 이유로 착공 시기가 늦춰졌으나,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다는 판단하에 2017년 9월 완공을 목표로 착공에 들어갔다. 본래 사각형 형태였으나 오륜기를 상징하는 오각형 형태로 변경됐으며, 총 3만5천 석의 인원을 수용할 규모로 지어질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강원도 측은 최적의 사후 활용 방안을 찾기 위해 이달 말까지 민간전문가 등으로 추진된 사후 활용 추진 TF팀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평창은 조직위원회 고위 간부 줄사퇴로 넘어졌다가, 올림픽경기장 진입 마지막 노선 착공으로 일어섰고, 관광특구 무산으로 또 넘어졌다가, 개최도시 기업유치 활발에 다시 일어섰다. 올림픽 유치 삼수 시절에 생긴 상처와 유치 이후에도 끊임없이 생기는 상처……. 평창의 무릎엔 유독 상처가 많다. 상처가 하도 생기니 이젠 감각을 못 느끼는 지경까지 온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는 올림픽이 개최될 2018년 2월을 생각한다. 다 아문 무릎으로 성공적으로 개최될 평창동계올림픽을 기대하고, 더 자랐을 내 모습을 기대한다. 내게 평창동계올림픽은 늘 '더 성장하고, 더 나아지는' 상징적 요소이다.
   '번 아웃'에서 깨어날 모든 것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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