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채식주의자』가 한국 최초로 맨부커 상(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 최종 후보에 올랐다. 맨부커 상은 노벨문학상, 공쿠르 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힐 정도의 권위를 자랑한다. 게다가 함께 최종 후보에 오른 다른 작가들의 면면도 대단하다. 2006년 역대 최연소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르한 파묵(터키), 라빈드라나트 타고르(인도)와 가와바타 야스나리(일본)에 이어 아시아 세 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일본)까지, 현존하는 대문호들이 한강의 경쟁상대다. 이는 세계문단에서 한국문학의 우수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으며, 최근 표절사건으로 침체된 한국문단의 분위기도 환기시키고 있다.
   한강은 1970년 광주광역시에서, 한국문단을 대표하는 소설가 한승원의 딸로 태어났다. 지금이야 소설가로서의 이미지가 확고하지만 한강은 시를 발표하여 등단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작품에는 독자적인 이미지, 부드럽고 서정적인 문체가 녹아들어 있다. 2005년 서른다섯이란 젊은 나이에 한국 최고의 문학상인 이상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아버지인 한승원이 예전에 수상했기 때문에 상이 제정된 이래로 최초의 부녀 수상이었으며 역대 최연소 수상이기도 했다. 이 기록은 8년 뒤인 2013년에 김애란이 수상할 때까지 깨지지 않았다. 그녀는 삼십대에 이미 한국 문학의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강이란 관문을 통과하지 않고는 한국현대소설문학을 논할 수 없다고 한다. 문학성만큼은 한국 최고임을 입증했으나, 그럼에도 그녀는 아시아와 세계문단에서 오랫동안 주목을 받지 못했던 작가였다.
   그녀에게 해외문단과 다리가 되어 준 것은 영국인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였다. 데보라 스미스는 한강의 작품『채식주의자』와『소년이 온다』의 번역을 맡았다. 훗날 한강은 "스미스 씨를 만난 것이 큰 행운이었다"라고 말했다. 스미스의 번역은 한강의 작품을 한국적인 작품에서 세계적인 작품으로 격상시켰다.
2004년에 한국에서 처음 발표되어 한강에게 작가로서의 명성을 안겨주었으나 외설시비에 휘말렸던『채식주의자』는 총 3편의 연작소설집이다. 1부「채식주의자」, 2부「몽고반점」, 3부「나무 불꽃」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상처 입은 영혼의 고통을 식물적인 상상력에 결합시켜 섬뜩한 아름다움의 미학을 완성했다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2부인「몽고반점」은 한강에게 이상 문학상을 안겨준 작품으로, 심사위원들의 최초의 만장일치 당선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1부인「채식주의자」는, 꿈을 꾸고 점점 육식을 멀리하는 아내, 그런 아내로 인하여 평범하던 일상이 무너져가는 것을 지켜보는 남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2부「몽고반점」은 우연히 처제의 엉덩이에 몽고반점이 남아 있음을 듣게 된 형부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자신이 오랫동안 생각해온 꽃의 색감과 이미지 등의 예술혼을 그 몽고반점과 결부시키며 금기를 탐하듯 처제를 갈망한다.
   3부인「나무 불꽃」은 육식을 멀리하다가 결국 정신병원에 들어가 아예 식음을 전폐하게 된 여동생 영혜와 그런 여동생을 홀로 헌신적으로 보살피는 한 언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제 어느덧 한국문단에 내려진 축복이 된 한강, 본 작품에 수록된 '작가의 말'에서도 그녀는 끊임없이 감사한다고 썼다. 한강은 이번 맨부커 상 최종 후보작 선정에 대하여 소감을 말해달라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운이 좋았다. 앞으로 이런 일들이 낯설지 않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묵묵히 훌륭한 작품을 쓰는 동료 선후배 작가가 정말 많다."
                                                                                                     

                                                                                                  백재열(문예창작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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