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년을 내다보고 교육의 방향을 정한다고 하였는데 불행히도 최근 우리는 몇 년 후를 계획할 수 없는 혼란을 감내해야만 하는 것 같다. 청년실업이 화두인 세상을 살아가면서 시대적 요구에 맞추어 우리의 대학도 인성이나 도덕, 철학을 논할 여유 없이 이제는 취업을 위한 교육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취업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자격증 취득이나 조금 더 안정적인 직업을 위한 시험 준비에 내몰리고 있는 우리 학생들의 절박한 현실을 감안하면 대학 환경의 변화는 당연한 요구일 것이다.
   최근의 우리 사회는 교육 정책에 관한 여러 모순이 서로 부딪혀 올바른 가치관의 정립에 더 큰 혼란을 주고 있다. 창의력과 융합 능력을 높이는 교육을 한다며 문·이과 통합교육과정을 이야기하면서 한편으로는 NCS라고 하는 국가직무능력표준에 맞추어 대학의 교육을 획일화된 직업교육으로의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또한 인문학 진흥을 이야기하고 있으나 대다수의 대학들에서 취업을 위한 실용 교육의 확대 필요성 때문에 상대적으로 인문학의 입지는 줄어들고 있다.
   이렇듯 인문학의 입지가 줄어든 현실 속에서 우리 학생들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대개는 자신이 희망하는 직업을 말할 것이다. 직업이 희망인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는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을 지키며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목적 달성을 위한 도구인 직업을 희망으로 말하는 앞뒤가 바뀐 현실에 살고 있다.
   고등교육법 제28조에 의하면 '대학은 인격을 도야하고, 국가와 인류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심오한 학술이론과 그 응용방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국가와 인류사회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대학의 존재 이유를 밝히고 있다. 대학은 삶의 소중한 가치를 밝히고 그 가치를 실현하는 방법을 익히려고 배우는 곳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대학은 우리 학생들에게 완성된 자아를 바탕으로 세상을 올바로 볼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대학을 뜻하는 영어 단어인 'university'의 라틴어 어원이 '공동체'를 뜻하는 'universitas'라고 한다. 또한 근대적인 의미로는 대학은 '교양 있는 시민 배출의 장'이라 한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학생과 교수가 함께 '지식 공동체'를 형성하여 함께 토론하고 삶의 가치관을 정립하며 지성인을 양육하며 사회 진출을 준비하는 희망의 공간이 대학이라 할 수 있다.
   작금의 현실이 더 이상 대학을 순수 학문이나 예술의 요람인 '상아탑'으로 남을 수 없게 한다 하더라도 오늘날의 대학이 학생들에게 평생 동안 가치 있게 지키며 살 수 있는 자신의 자아관을 정립하고 사회를 보는 비판적 시각을 키울 수 있는 지성인을 키우는 최소한의 교육 기능이 남아 있는 대학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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