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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 사유의 지평과 미래] 더불어 사는 삶, 우리의 미래 -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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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9.02  15: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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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술>란에는 원대신문사의 연속기획 <우리 시대 사유의 지평과 미래>라는 제목으로 글쓰기센터의 연속기획 <세계고전강좌>와 2012년 1학기부터 개설된 <글로벌인문학> 원고를 번갈아 싣는다. 국내외 여러 석학들이 함께 참여하는 연속기획을 통해 인간 이해와 사유의 깊이를 확인하기 바란다. /편집자

 
   
 

 

   
 
   레이첼 카슨(Rachel L. Carson 1907∼1964)은 미국의 해양생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이다. 카슨은 1907년 펜실베이니아 주 스프링데일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자연과 가까이 지냈으며 글쓰기를 좋아한 카슨은 순수한 상상력과 무언가에 몰두할 수 있는 재능이 있었다.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하다가, 생물학 강의에 매료되어 진로를 바꾼 것도 상상력을 구체화하려는 그녀 특유의 추진력에 기인한 것이었다.
 대학생 카슨은 생물학으로 전공을 바꾸면서 글을 쓸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뜻밖에도 가난이 생물학과 글쓰기를 연결시켜 주었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직장을 다니며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것이다. 그녀는 과학자의 눈으로 자연을 관찰했고, 글을 쓸 때는 시인이 되었다. 그리하여 카슨은 독자들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전하면서도, 과학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과학을 일반인들도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는 독보적인 자리를 얻게 되었다.
 카슨은 대학 졸업 후 미국 어류ㆍ야생동물국에서 해양생물학자로 일하게 된다. 시적인 산문과 정확한 과학적 지식이 독특하게 결합된 글을 쓰는 그녀는 1951년『우리 주변의 바다』를 발표했는데, 이 책으로 내셔널 북 어워드 논픽션 부문을 수상하게 된다. 이후, 존 버로스 메달ㆍ뉴욕 동물학회의 골드 메달ㆍ오듀본 협회 메달을 받으며 해양생물학계의 명성을 얻었으며 영국 왕립문학회 초빙교수와 미국 학술원 회원으로 선출된다.
 레이첼 카슨이 펴낸『바닷바람 아래서』(1941년),『바다의 가장자리』(1955년),『침묵의 봄』(1962년)은 자연과 인간의 공존 관계를 지속적으로 탐색한 책이다. 특히『바다의 가장자리』는 핵폐기물의 해양 투척에 반대하며 전 세계에 그 위험을 경고한 책이다. 카슨은 이 책의 성공을 계기로 자연사에 관한 글을「애틀랜틱 먼슬리」,「뉴요커」,「리더스 다이제스트」,「홀리데이」등 유력 잡지에 기고하게 되었으며, 전업 작가로 변신하게 된다.
 전업 작가가 된 카슨은 친구의 부탁으로 DDT 사용의 유해성에 대한 연구를 4년여간 수행한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책이『침묵의 봄』이다. 그녀는 이 책에서 살충제 사용의 실태와 그 위험성에 대한 놀라운 사실을 고발한다. 그녀의 대표작이 된 이 책은 사실 전작인『바다의 가장자리』를 집필하면서 생긴 문제의식의 결실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바다에 버려지는 핵 폐기물 문제를 고민하면서 저자는 자본주의 문명에 대한 인간의 자만과 탐욕을 경계하게 된 것이다.『침묵의 봄』의 출간 직후, 미국 사회에 실제적인 반향을 일으켰고, '지구의 날'을 제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미국 환경운동의 초석이 된 이 책을 환경운동가들은 환경운동의 바이블로 부를 정도다.
 전 세계에 생태운동의 바람을 일으킨『침묵의 봄』이 미처 빛을 보기도 전에 레이첼 카슨은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일반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그녀를「타임」지는 20세기를 변화시킨 100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기렸다.
 1958년 봄, 한 통의 편지가 레이첼 카슨에게 배달되었다. 매사추세츠 주에 사는 허킨스라는 친구가 보내온 이 편지의 내용은 정부의 DDT 항공 살포 이후 자신이 기르던 새들이 모두 죽어버렸는데, 미국 당국은 DDT가 무해하다며 친구의 항의를 묵살했다는 내용이었다.
 DDT 항공살포는 기업형 농업국가인 미국의 정책이었다. 농업 생산성이 중시되자 농장주들은 대규모 농지에 단일 작물 재배를 선호하게 되었고, 특정 곤충의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작물에 대한 곤충의 피해가 농장주들의 커다란 고민거리가 된 것이다. 이에 미국 정부는 당시 놀라운 해충박멸 효과를 보이던 DDT를 항공 살포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환경과 생태에 대한 인식이 시작되기도 전의 일이다.
 『침묵의 봄』은 1장 '내일을 위한 우화'에서 17장 '가지 않은 길'까지 시적인 제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의 서두는 짤막한 우화로 시작된다. 아름다운 어느 작은 마을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이 퍼지기 시작하며, 마치 저주에 걸린 듯 점차로 생명을 잃어가는, 봄의 소리, 새들의 소리가 사라진 죽음의 공간으로 바뀌어가는 과정을 카슨 특유의 문체로 서술한다. "낯선 정적이 감돌았다. 새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이런 상황에 놀란 마을 사람들은 자취를 감춘 새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새들이 모이를 쪼아 먹던 뒷마당은 버림받은 듯 쓸쓸했다. 죽은 듯 고요한 봄이 온 것이다."
 카슨이 묘사한 마을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살충제가 뿌려진 곳이면 어디든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죽음의 풍경이기도 하다. "불길한 망령은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슬그머니 찾아오며 상상만 하던 비극은 너무나도 쉽게 적나라한 현실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될 것이다"로 시작되는 제1장에서는 무분별한 화학물질의 남용으로 인한 환경오염이 지구 상의 모든 생물을 멸종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그로 인한 영향으로 지표수와 지하수뿐만 아니라 토양까지 오염되며, 강과 바다마저 죽음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고발한다. 카슨은 인간마저 생존 불가능한 폐허가 될 수 있다는 경고에 그치지 않고 제17장에서 지구를 살릴 수 있는 길, 곧 가지 않은 다른 길을 선택하도록 권한다. 그녀의 주장은 곧 편의성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인간의 입장에서 벗어나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그리하여 지구와 지구 상의 모든 동·식물들과 함께 사는 길만이 결과적으로 인간을 위한 삶이며, 인간답게 살아가는 길임을 강조하고 있다.
 카슨은『침묵의 봄』을 저술하며 '지표수와 지하수', '토양의 세계' 등의 장에서 살충제의 피해가 자연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세밀하게 검토했다. 그 결과 농장, 정원, 가정 등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살충제로 불리는 화학제품들은 '해충을 죽일 수는 있지만, 익충은 죽이지 못한다'는 미국 정부의 주장이 잘못되었음을 밝혀냈다. 예를 들어 풍뎅이 퇴치를 위해 박테리아를 이용한 자연방제법을 실시한 미국 동부 지역에서는 문제가 없었으나, 단지 싸다는 이유로 화학방제를 선택한 미국 중서부 일대에서는 토양오염이 광범위하게 이뤄졌고, 남아메리카로부터 유입된 불개미를 없애려고 사용한 살충제는 살포된 지역의 야생동물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었다. 즉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합성 화학물질에 의한 오염은 2차, 3차 피해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살충제에 의한 수질오염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지하수의 광범위한 오염이다. 오염된 지하수는 하천의 물고기들을 시력 상실 상태로 도태시켰으며, 제초제가 뿌려진 잡초를 먹고 가축들이 하나둘, 쓰러졌다. 생명의 살아 숨 쉬는 소리가 사라진 '침묵의 봄'이다.
 카슨의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제초제가 식물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 특히 인간에게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입증했다는 점이다. 르네 뒤보스 박사는 "인간은 천성적으로 명확하게 드러나는 질병에만 신경을 쓰게 마련이다. 하지만 인간에게 가장 위험한 적은 눈에 잘 띄지 않은 채 슬그머니 나타나는 병이다"라고 하여 인체에 서서히 쌓이는 화학물질의 위험을 경고한 바 있다. 평소에는 발현되지 않던 유독 물질도 어떤 계기가 되면 갑자스레 발병하는 원인이 된다. 예를 들어 비만치료를 받던 사람의 지방층이 줄어들자 그 속에 녹아있던 유독 물질이 방출되면서 농약중독 증세를 보인 것이나, 아동들에게서 나타나는 기형의 상당 부분의 원인이 화학물질에 의한 것임을 추적한 연구 결과는 인류의 탐욕에 대한 자연계의 저주라고 볼 수 있다.
 카슨은 특히 모체에서 자식 세대로 유독 물질이 전해진다는 사실에 경악했는데, 살충제는 태반을 자유롭게 통과하기 때문에 자궁 속에 있을 때부터 태아는 화학물질에 노출되어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된다. 모든 생물을 무차별하게 죽이는 살충제의 실상이 드러난 셈이다. 살충제에 대한 연구를 거듭할수록 카슨은 연구자의 양심과 여성으로서의 자의식이 강해졌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가 결국 그녀를 환경운동가로 성장시켰다.
 20세기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책, 세상을 변화시킨 책으로 일컬어지는『침묵의 봄』은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으로 파괴되는 야생 생물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최근 가습기 살균제의 피해가 속속들이 밝혀지면서 이윤추구를 위해 위험한 사실을 숨기려 했던 기업의 민낯도 벗겨지고 있다. 1960년대 카슨의 연구 발표도 수월치 않았다. 환경문제에 대해 무지했던 언론의 비난과 이 책의 출판을 막으려는 화학업계의 거센 방해가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슨은 환경문제에 대한 새로운 대중적 인식을 이끌어내며 정부의 정책 변화와 현대적인 환경운동을 촉발시켰다.
 1963년 케네디 대통령은 환경문제를 다룰 자문위원회를 구성했고, 1969년 미국 의회는 국가환경정책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암연구소는 DDT의 암 유발 증거를 제시함으로써 각 주들의 DDT 사용 금지를 이끌었다. 그리고『침묵을 봄』을 읽은 한 상원의원은 케네디 대통령에게 자연보호 전국 순례를 건의하여 지구의 날(4월 22일)을 제정케 했다.『침묵을 봄』은 쉽고도 아름다운 언어로 쓰인 설득력 있는 교양서이며, 환경오염의 위험성을 주장한 뛰어난 저작이다. 이 책을 끌어가는 힘은 양심과 정의, 그리고 용기이다. 또한 수많은 이익들 앞에서 쉽사리 묵살되곤 하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이고도 순수한 권리를 옹호한다. 산문집『아름다운 마무리』에서 법정 스님은 "1962년 미국의 생물학자 레이첼 카슨이 쓴『침묵을 봄』은 환경 분야 최고의 고전 중 하나다"라고 이 책의 의의를 소개했다. 이처럼 레이첼 카슨의『침묵의 봄』은 세상을 변화시킨 20세기 환경학 최고의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민규 교수(의예과)
 
<필자 소개>
전남대학교 생물학과와 동대학원 졸업
환경과학연구소장, 대학환경안전협의회 부회장, 대한해부학회 회장 역임
뼈 질환 예방 및 치료를 위한 기전 연구에 주력하며 다수의 논문과 저서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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