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인 홍콩대학 교수, 서예와 건강관계 밝혀
조영랑 발표 시아버지 서예치료 큰 감동 불러

 2001년 7월 28일 뜻을 같이하는 서예인들과 ‘한국서예치료학회’를 발족하였다. 짧은 시간동안 조금이나마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선인들로부터 구전되어 내려오는 서예가 심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믿음이 크게 작용하였으며,

 또한 의료장비를 이용하여 서예행위와 심신건강과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밝힌 홍콩대학 고상인 교수의 임상실험이 큰 역할을 담당하였다고 본다.

 고상인 교수는 미국 윈스콘신 대학에서 실험심리학을 전공하신 분으로 30여년간 서예가 심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양한 연구사례를 발표한 바 있다.

 선생의 연구에 의하면, 서예 행위는 혈압, 뇌, 인지, 치매, 정신분열, 과잉행동 반응, 우울증, 자폐아, 당뇨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음이 증명되었다. 그간 학회 회원들의 노력으로 국내에서도 다양한 서예치료사례에 대한 결과물이 나왔다.

 교도소 재소자,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자, 알콜환자, 우울증 환자, 장애우, 자폐아, 치매환자 등을 대상으로 서예치료를 실시한 바 있고, 2003년에는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에서 서예치료를 주제로 한 국제학술대회에 본 학회 회원 3명이 참가하여 서예치료사례를 발표한 바 있다.

 작년 1월 동학사에서 워크샵을 하면서 노인서예치료를 공동연구로 정하자는 제의가 만장일치로 채택되어 회원 몇 명이 병원과 복지관에서 몇 개월동안 서예치료를 실시한 바 있다.

 지난 3월 18일 숭산기념관에서의 논문발표는 바로 노인서예치료에 대한 결과를 일반인들에게 공개하는 자리였다. 기조발표로 이성배 선생의 ‘한국 서예치료의 회고와 전망’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이어서 조영랑 선생의 ‘서예치료가 뇌졸중 좌측편마비 우울 감소와 공간활용에 미치는 영향’, 배옥영 선생의 ‘서예치료가 노인치매환자의 사회 적응력 향상에 미치는 영향’, 문계성 선생의 ‘서예치료가 노인성 질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흥미를 끈 것은 조영랑 선생의 발표였다. 그 이유는 치료대상자가 현재 뇌졸중으로 입원하고 계신 시아버지였기 때문이다. 조선생은 자유회상을 통한 서예치료를 환자에게 적용하였다.

 프로그램의 진행방법은 먹을 갈면서 마음을 안정시키고 자유회상을 하면서 과거의 기억들을 떠오르게 하여 그 내용을 붓으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하였다. 붓을 통해 지나간 시절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출함으로써 긍정적인 자기인식과 자아 존중감을 향상하는데 힘쓰도록 하는데 목표를 두고 20회기 동안을 실시하였다.

 처음에는 글씨를 쓰는 것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했고, 글 내용 또한 어두웠다. “선갑순 앞으로 어이할꼬! 첩첩 절벽만 보인다”, “선갑순 버렸다”. 이와 같이 절망적인 내용을 표현했다.

 이때는 글씨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졸필이었다. 중반기를 넘으면서 조금씩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화선지에 쓴 내용에는  김영천이라는 사람이 자주 등장했다. 김영천은 광주에서 검찰청장을 지낸 사람으로 환자 선갑순 선생이 젊었을 때 그의 경호실장을 역임한 바 있다고 한다.

 무슨 일이든 “선군이 알아서 해”라고 하며 자기를 인정해주었다고 한다. 과거에 자기를 인정해준 사람을 생각하면서 환자는 기운을 되찾았다. 그 이후부터 내용상의 변화가 일어났고 글씨의 필획과 공간구성에도 많은 변화가 왔다.

 마지막에 쓴 글 내용은 “걷자”, “일어나자”였다. 큼직하고 대담하게 쓴 글씨는 처음에 썼던 글씨와 비교도 안될 정도로 달라져 있었다.

 20회기를 마치고 검사결과가 나왔다. 글씨를 쓰기 전에는 26점으로 심한 우울증을 보였으나, 서예치료를 마친 이후에 실시한 사후 검사에서는 19점으로 7점이 감소되어 심한 우울에서   중도 우울증으로 전환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공간감각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처음에는 글자를 구성하는 능력이 없었으며, 오른쪽 방향으로 글씨들이 몰려 있었다. 그런데, 중기이후부터는 전체 공간을 조화롭게 사용하였고, 화선지 전체를 밀도있게 구성하는 능력이 생겼다. 

 뇌졸중으로 인한 좌측 편마비 환자는 기능적인 운동능력 저하로 먹기, 입기, 배뇨, 배변 기억력 상실 등 신체 모든 기능 의 저하로 일상생활 동작의 조화과정에 심각한 영향을 주게 된다.

 조영랑 선생의 시아버지 선갑순 할아버지도 이와같은 예에 속한다. 이러한 시아버지를 지극정성으로 간호하면서 서예치료를 실시한 며느리의 효성은 그날 학술대회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 주었다.

 이날 아베마리아를 배경음악으로 서예치료에 관련되는 사진을 영상으로 보여준 것도 학술대회의 분위기를 북돋아주었다. 그리고, 형식이 내용을 결정한다는 생각으로 진행위원회를 구성하여 힘써 노력한 것도 학술대회를 성공으로 이끈 이유가 되었다고 본다.

 발표문 편집, 광고포스터, 엽서, 현수막에 이르기까지 일의 작고 크고를 가리지 않고 최고의 수준으로 제작하는 것을 목표했던 진행위원들의 노력, 그것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발표 당일날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같은 회원들의 성실성과 남을 배려하는 정신은 앞으로 서예치료를 발전시키는 밑거름이라고 생각한다.
 

김 수 천 (서예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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