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란에는 원대신문사의 연속기획 <우리 시대 사유의 지평과 미래>라는 제목으로 글쓰기센터의 연속기획 <세계고전강좌>와 2012년 1학기부터 개설된 <글로벌인문학> 원고를 번갈아 싣는다. 국내외 여러 석학들이 함께 참여하는 연속기획을 통해 인간 이해와 사유의 깊이를 확인하기 바란다. /편집자

 
 
   누구나 노래를 듣거나 시나 그림, 영화를 감상할 때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자신의 기억과 오버랩 된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예술이 우리의 마음과 기억을 위로하며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특별한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은 과거 어느 때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아동 행복지수 최하위라는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힐링'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슈이며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는 일상어가 되었다. 힐링 붐은, 많은 사람들의 삶이 균형을 잃고 흔들리고 있으며, 모두의 삶이 그러한 심리적 상처로부터 회복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현상을 통하여 누구나 심리적 상처와 고통을 회피하거나 감출 것이 아니라는 의식이 높아진 것도 알 수 있다. 심리적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 치유 방법을 드러내놓고 찾을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현상이다.
 대학생은 학업, 대학생활 적응, 교우관계, 이성문제 등으로 심리적, 정서적으로 고민이 많아지는 때다. 하지만 성취 능력, 학업 문제, 스펙을 요구하는 대학생활에서 자신의 속내를 솔직하게 털어놓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 결과 불안, 열등감, 좌절감, 외로움, 무기력, 우울, 경쟁의식 등을 경험하면서 마음의 고민을 덮어두거나 회피하는 경우가 많아지게 되었다. 혼자서 해결하려 하거나 해결하지 못하면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문제가 깊어지는 경우도 많다. 최근에 상담과 심리치료로 도움을 받으려는 대학생이 증가한 것은 문제를 드러내어 회복하려는 의지가 적극적으로 변한 덕분이라고 여겨진다.
 현대는 SNS를 통한 소통이 활발하지만, 그러한 비대면 소통이 활발해질수록, 자신의 속마음을 나누는 소통은 어떻게 하는가? 자기 자신과의 소통은 어떤가? 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자신과의 소통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묻는 것이며, 미래의 나는 누구인가를 질문하는 것이자 자신의 삶을 이끌어갈 정체성에 대해 묻는 것이다.
 생텍쥐페리의『어린왕자』는 정체성 찾기, 소통과 진정한 관계를 통한 성장 과정을 아름답고 상징적으로 표현한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이 글은 어린왕자의 심리적, 정신적 측면의 성장 과정을 미술치료로 풀어가는 것을 소개하고자 한다.『어린왕자』는 헌사와 2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로 지칭되는 비행사가 사막에 불시착하며 생존의 위협을 겪는 중에 어린왕자와 만나 대화를 나누며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과 어린왕자와 헤어지고 세월이 지나 어린왕자를 추억하는 이야기다.
 생텍쥐페리는『어린왕자』헌사에서 동화책을 자기 친구 레옹 베르트에게 바치는 것에 대해 먼저 어린이들의 용서를 구한다. 그가 어른에게 이 동화를 쓴 세 가지 이유는, 자신의 훌륭한 친구가 어른이고 어른은 모든 것을 다 이해할 수 있으며, 그 어른은 지금 추위와 배고픔에 지쳐있고 위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미술치료의 주제는 위로다. 먼저 각자 위로가 필요했던 상황과 시기를 생각한다. 위로가 필요할 때 누가 위로해 주었는지, 누구에게 위로를 받고 싶었는지, 지금 위로가 필요하다면 누구에게 위로를 받고 싶은지, 혹은 누군가를 위로해주고 싶은데 어떻게 위로해줄지 몰라 힘들었던 적은 없는지, 자기 자신은 어떻게 위로하는지에 대해 생각을 한 후 주제를 선택한다. 주제는 '자신에게 위로가 된 사람, 자연, 동물 등 이미지 그리기' 혹은 '위로해 주고 싶은 사람 이미지 그리기'다.
 1장은 어린 시절 비행사가 그림책에서 코끼리를 잡아먹은 보아 뱀을 보고 그것을 자신의 그림 1호로 그린 것이다. 그림을 그려 어른에게 보이며 '이 그림 무섭죠?'라고 하나 어른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다시 고쳐서 여러 번 보여주기를 시도하나 역시 이해받지 못하고 핀잔만 듣는다. 아이는 그 이후에 미술가가 되는 꿈을 포기하고 어른들에게 마음의 문을 닫는다. 미술치료 주제는 '무서움'으로 '어릴 적 무서워했던 것 그리기'다.
 2장에서 9장까지는 비행사와 어린왕자의 만남, 어린왕자별에 대한 이야기다. 바오밥 나무, 노을, 꽃과 가시, 장미, 이별과 떠남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사막에서 어린아이와 그림을 통한 어린왕자와의 만남은 비행사 자신의 내면아이와 대화하는 기회다.
 미술치료 주제는 '부탁과 거절' '보이지 않는 것 그리기' '보이지 않는 것 보기' '바오밥 나무 그리기: 자기 내면에 자기도 모르게 무성하게 자란 부정적인 면 그리기' '자가 바오밥 나무 보며 동화 쓰기' '나의 아름다운 꽃: 자신의 강점, 잠재력, 고유한 힘, 마음 등 표현하기' '집단원이 만든 꽃 보고 칭찬해주기, 칭찬 즐기기' '갈등' '나의 심리적 화산 그리기: 억제된 갈등, 분노, 상처 표현이나 내면의 힘, 열정, 소망 표현'이다.
 10장부터 15장까지는 어린왕자가 다른 별을 여행하며 만나는 인간 유형에 대한 이야기다. 어린왕자가 만난 인간 유형은 '권위의 왕', '허풍쟁이', '술꾼', '돈만 아는 욕심꾸러기 사업가', '일 때문에 쳇바퀴 돌 듯 살고 있는  가로등 켜는 사람', '모든 사람을 자기 연구를 위한 탐험가로 보는 여행을 한 번도 안 한 지리학자'로 어린왕자에게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인물들이다. 미술치료 주제는 '살면서 이해가 안 되는 사람 유형 그리기'다.
 어린왕자는 지리학자의 소개로 지구를 여행하게 된다.  16장부터는 지구여행, 사막, 메아리, 장미정원, 여우와 만남, 전철수, 시간을 절약해주는 약에 대한 이야기다. 일곱 번째 별인 지구에는 그가 만난 이상한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이 살고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은 허풍쟁이다. 어린왕자가 지구에서 제일 처음 만난 생명체는 비행사가 어릴 적 그림책에서 코끼리를 잡아먹고 무서워했던 뱀이다. 그러나 뱀은 어린왕자에게 인사를 하고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여기서 미술치료 주제는 이런 이중성을 지닌 뱀처럼 '자신 안의 이중성 그리기'다.
 어린왕자는 지구에서 며칠 동안 사람을 만나지 못해 산 위에 올라가 사람들을 찾으려 한다. 적막한 산에 올라 '안녕'하면서 사람을 찾았으나 '안녕'하는 메아리만 들려온다. 어린왕자는 메아리와 대화하면서 '나는 외로워'라고 외친다.
 인간은 원래 외로움의 감정을 지니고 있다. 외롭다고 느끼는 것은 외로움이 자신을 봐달라고 내면에서 말을 걸어오기 때문이다. 외로움은 우리 내면에 있는 오랜 친구로서, 외로움을 받아들이고 살펴볼 수 있을 때 우리는 더욱 성숙해지게 된다. 외로움은 삶에서 새로운 시선을 가질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다. 외로움과 만나는 것은 자기 내면과 만나고 새로운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감정이며 살아있다는 증거가 된다. 미술치료 주제는 '외로움'이다. 즉, 자신의 외로움을 그리고, 치료사나 집단원들은 외로움의 이미지를 보고 공감해주는 글이나 메모를 쓰는 과정으로 연결된다.
 어린왕자는 여행 중에 항상 헤어진 장미를 생각하는데, 우연히 수천 송이가 피어있는 장미를 보고 자기만이 유일하다고 말한 그 장미가 평범한 장미라는 것과 자신이 훌륭한 왕이 될 수 없다는 충격과 실망감에 풀밭에 엎드려 펑펑 운다. 이때 사과나무 밑에 있던 여우가 인사를 하고 어린왕자는 여우에게 친구가 되어주길 요청한다. 하지만 여우는 서로가 길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친구가 될 수 없다고 거절한다. 그러나 어린왕자는 여우와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에게 길들여지고 친구로서 관계를 맺게 된다. 여우는 자기 장미에 대해 실망하는 어린왕자에게 "네가 장미꽃을 위해 써 버린 시간이 너의 장미를 그렇게 소중하게 만드는 거야. 마음으로 볼 때만 잘 볼 수 있어.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라고 지혜로운 말을 해준다. 미술치료 주제는 '나의 여우'로서 자신에게 여우와 같은, '지혜로운 존재 이지미 그리기' 혹은 '나의 내면에 있는 자신의 여우 이미지 그리기'다.
 어린왕자는 친구가 된 여우와 헤어지고, 시간의 짧음에 대해 알려주는 전철수와 만나고, 시간을 절약해주는 상인과도 만난다. 그는 여분의 시간이 있으면 신선한 물이 있는 샘으로 걸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비행사와 만나기 전의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들려준다.
 24장에 비행사는 어린왕자의 체험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자신과 만나게 되었는지 이해하게 된다. 때는 비행기 사고가 난지 여드레가 되어 마실 물도 없는 상황이라 둘은 사막에서 샘을 찾아 걷는다. 어린왕자는 기진맥진하지만 "죽을 상황에도 친구가 있는 것은 좋은 일이야"라며 친구를 얻은 기쁨을 이야기하고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샘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야… 집이든 별이든 사막이든 그들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라고 말한다. 25장에서 비행사와 어린왕자는 밤새도록 사막을 걷다가 태양이 밝아오는 새벽에 우물을 발견하고 준비된 도르래로 물을 퍼 올려 생명의 물을 마신다.
 미술치료 주제는 '삶의 갈증을 풀어주는 자신만의 우물, 샘 그리기'다. 여기서 미술치료사는 내담자에게 샘 주제를 들려주고 참가자는 눈을 감고 샘 주제 명상을 들은 후에 샘을 그린다.
 26장에서 비행사와 어린왕자는 이별을 하게 된다. 어린왕자는 뱀의 도움을 받아 자기 별로 돌아가고 비행사는 비행기를 고쳐 사막을 떠나게 된다.
 어린왕자는 헤어지면서 "밤에 하늘을 바라볼 때면 내가 그 별들 중의 하나에 살고 있을 테니까, 내가 그 별들 중의 하나에서 웃고 있을 테니까, 모든 별들이 다 아저씨에겐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일 거야. 아저씬 웃을 줄 아는 별들을 가지게 되는 거야!" "나는, 별 대신 조그만 웃는 방울들을 아저씨에게 한 아름 준 셈이 되는 거지"라고 한다. 또 "나도 별들을 바라볼 거야. 모든 별들은 모두 내게 녹슨 도르래가 있는 우물로 보이게 될 테니까. 별들이 모두 내게 마실 물을 부어줄 거야" "아저씬 5억 개의 작은 방울들을 가지게 되고 난 5억 개의 샘물을 갖게 될 테니"라고 한다.
 27장에서 어린왕자는 사막을 추억하며 그리워한다. 비행사는 생존을 위협하는 사막에서 어린왕자를 만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영혼의 만남을 얻게 된다.
 미술치료의 마지막 주제로 '자신이 어린왕자에게 받은 선물 상징적으로 그리기', '내가 어린왕자에게 주고 싶은 선물 그리기'다.
 어린왕자 이야기를 미술치료로 풀어내면서 Remen의 글을 떠올리게 된다. "우리 각자는 별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우리는 그것을 영혼이라고도 부른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오직 깜깜한 암흑 속에서만 자신의 별을 제대로 보게 된다. 그래서 고통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의 별을 따라가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린왕자는 우리 내면의 신비로운 세계를 일깨워주며, 우리가 잃어버리고 또 잊고 있던 삶의 중요한 것을 다시 찾을 수 있게 한다.
 
  정여주 교수(차의과학대학교 미술치료대학원)
<필자 소개>
독일 쾰른대학교 치료교육대학 석, 박사(교육학 박사학위)
서울여자대학교 교수 역임
동국대학교(겸임교수), 원광대학교(전임대우교수) 역임
서울대학교, 대구가톨릭대학교 등 (강사) 역임

 

저서 :『미술치료의 이해』,『어린왕자 미술치료』,『만다라 미술치료 이론과 실제』,『만다라와 미술치료』,『노인미술치료』등 10여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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