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한 사내의 눈을 붕대로 감고 코끼리를 만져보게 했다. 노인은 "코끼리의 생김새는 어떠한가?"라고 물어보니, 사내는 "커다란 기둥을 보는 것 같다"고 답했다. 노인은 붕대를 풀어주며 코끼리의 진짜 모습을 보게 했다. 사내는 자기가 만진 대상(세상)이 일부분이었음을 깨달으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고전설화「코끼리 이야기」는 보고 느끼는 것만으로 사물의 전체를 정확히 알아보기 어렵다는 것을 우의적으로 일깨워 주고 있다.

 정확한 사실을 독자에 전해주어야 하는 언론 또한 자칫 코끼리의 한쪽 다리를 코끼리 전체 모습으로 소개할 수 있음을 경계하면서 사건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또, 사람마다 보고 듣는 것에 차이가 있으므로 '어떻게 한 사건을 공정성 있고, 정확하게 기사를 쓸 것인가?'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 학보사 기자 시절, 그런 부분을 항상 지키고자 노력했으나, 때로는 어떠한 이유로 사안의 본질을 간과하고 안일하게 대처하지 않았나 돌이켜 생각해본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은 언론인의 자세와 책임과 관련된 일화다.
 10개월 전이었던 지난해 11월, 기자는 박경철 전 익산시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시장직을 상실하자, 박 전 시장의 1년 4개월간의 행보를 기사로 다루게 됐다. 지역사회의 큰 이슈를 다루는 사회기획에서 박 전 시장의 시장직 상실은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기자는 사회현상에 대해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의욕적으로 임했지만, 기사화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게다가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익산시청 측과 인터뷰를 몇 차례 요청했으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결국 정보를 수집해 정리하는 형태의 기사를 쓰게 됐다.
 우선 박 전 시장의 시정에 관한 다양한 언론보도를 취합해 준비했다. 문제점을 부각시킨 보도기사가 대부분이었는데, 사건·사고로 논란이 많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평소 기자는 긍정적 내용과 부정적 내용을 모두 다뤄 최대한 편향적이지 않게 기사를 써왔지만, 이번 기사는 그에게 문제가 많았다고 예단한 채 검찰로부터 최종 불기소 처분을 받은 사안까지도 부정적 모습이 담긴 프레임을 그대로 기사에 넣어버렸다. 국가식품클러스터 익산 유치, 백제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 등재, KTX 익산역 개통, 시 재정 건전성 확보 노력, 서민금융안정종합지원센터 개소 등 박 전 시장 재임 시 이루어진 굵직한 행적은 다루지 않은 채 시정에서 회자되는 논란에만 치중해버린 결과가 됐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언론보도를 중심으로 기사를 쓰다 보니 이런 문제를 야기했다. 이러한 안일한 기사 작성이 그를 파렴치한으로 몰지 않았나 생각한다. 금강물 식수 문제의 경우, 언론보도만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실을 전혀 확인하지 않은 점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박경철 전 시장에 대한 공정하지 못했고, 정확하지 못했던 보도 기획의 문제를 바로잡는다. 또한, 해당 기사로 불편함을 느꼈을 그의 지지자들에게도 양해를 구한다.
 얼마 전「코끼리 이야기」가 갑자기 생각났다. 보고 느끼는 것만으로 사물의 일체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됐다. 앞으로 기자가 범한 문제는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2014년. <뉴욕타임즈>는 무려 161년 전에 보도했던 기사를 바로잡았다. 1853년 1월 20일 자 기사에서 누군가의 이름 철자가 잘못 쓰였다는 것이다. 사소한 오·탈자지만 이를 바로잡음으로써 정확한 사실을 보도하는 언론의 책임이 어떤 것인지 보여줬다. 기자는 2년 반의 신문사 생활을 마친 지 3달이 됐고, 또 기사가 나간 지 10개월이 지난 일이지만, '기자의 시각' 코너를 통해서 해당 문제를 바로잡는다. 이는 정확하고 공정해야 할 대학언론의 사명감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영신 객원기자 nodistortion@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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