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이 한창이던 8월, 스포츠에 집중하던 여론이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린 일이 있었다. 시선이 닿은 곳은 연예인 최여진 씨의 모친이 올린 SNS 글이었다. 최 씨의 모친은 지난 2010년 양궁 국가대표 기보배 선수의 부친이 "보배가 개고기를 먹는 날이면 경기를 잘 풀어나갔다"고 인터뷰한 것을 문제 삼으며, "한국을 미개한 나라라고 선전하는 것이냐"고 개고기 식용에 대해 원색적인 욕설로 비난했다. 네티즌들은 최 씨 모친의 발언에 반감을 드러냈다. 국가대표로서 경기에 집중하고 있을 기 선수에 대한 예의가 아닐뿐더러, 개고기는 우리나라의 고유한 문화일 뿐 비난받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사실 개고기 식용 문제에 대한 갑론을박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세계적인 행사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될 때마다 개고기는 사람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지난 7월에는 유럽의 유명 사이트에 "개고기 먹는 국가에서의 올림픽은 반대"라며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보이콧하자는 온라인 서명 글이 올라오기도 했는데, 서명자 수가 순식간에 16만 명을 넘어서는 등 유럽의 네티즌들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 이탈리아 정치인은 개고기 반대 캠페인을 진행하며 "복날 문화 등 한국인의 개고기 문화가 중단되지 않으면 유럽 차원에서 평창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고기를 찬성하는 사람의 숫자도 적지 않다. 기자가 평소 즐겨보는 예능프로그램인 <비정상 회담>은 개고기 식용 문제를 안건으로 상정한 뒤 찬성 측과 반대 측으로 나뉘어 토론을 진행했다. 결과는 아홉 명의 패널 중 딱 한 명의 패널을 제외하고 모두가 찬성 측에 섰다. 찬성 측인 이탈리아 출신 패널 알베르토 씨는 "개고기든 말고기든, 무엇을 먹는지는 상관없다. 그 나라 고유의 식문화다. 문제는 유통되는 과정이 얼마나 깨끗하냐일 뿐"이라며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이어 이탈리아 정치인이 개고기 식용을 이유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보이콧을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같은 이탈리아 사람으로서 창피하다. 내가 대신 사과하고 싶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기자는 찬성 측에 선 것도, 반대 측에 선 것도 아니다. 어느 것도 옳다고 여기지 않는다. 단지 관점의 차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무슬림과 힌두교도는 각각의 종교적인 이유로 돼지고기를, 소고기를 먹지 않는다. 유대교인 역시 구약성서에 적힌 신의 말씀에 따라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불교에서는 아예 '살생'이라는 개념을 정해놓고 육식 자체를 금지한다. 이러한 종교인들이 보기에 개고기 식용이란 돼지고기, 혹은 소고기를 먹는 것보다 '나은 것'이기도 하고, '똑같은 것'이기도 하다. 굳이 종교가 아니더라도 그렇다. 개와 접점 없이 지내온 사람들에게 개는 무서운 동물이기도 하고, 관심 없는 대상이기도 하다. 반면 오랜 시간 동안 개와 동고동락한 애견인들에게 개는 단순한 동물이 아닌 둘도 없는 친구이자 가족이다. 전자의 사람들에게 개식용은 납득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후자의 사람들에게는 가족을 먹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본인만의 생각이 옳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 내가 가진 관점이 세상에 현존하는 시각의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예전에 '패스트푸드 네이션'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영화가 보여주는 사회 구조는 거대한 군주 같은 대기업과 힘없는 하층민으로 구성돼 있다. 그보다 더 밑에는 동물이 있다. 즉, 동물이 가장 약자라는 뜻인데, 이는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게 단지 '개'가 아닌 '육식'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러나 우리는 육식을 피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이처럼 어차피 벗어날 수 없는 거라면, 동물들에게 '측은지심'을 가지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식탁에 음식이 올려지기까지, 셀 수 없이 많은 동물들의 희생과 눈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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