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를 즐깁니다. 준비를 잘했으니 안심해도 됩니다."

 『10대의 비밀, 비밀의 10대』(김영사)를 읽다 보면 나오는 구절이다. 어떻게 느껴지는가? 10대의 성을 다룬 책에서 나오는 구절치고는 너무 자극적이라고 느껴지는가? 얼핏 읽으면 자극적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곰곰이 곱씹어 보면 이 두 마디가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성관계를 하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말인데, 준비란 꼼꼼한 피임을 뜻한다. 콘돔을 챙기거나, 기간에 맞춰 경구피임약을 복용해야 성관계가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것'이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처럼 당연한 상식을 생략해 피해를 본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의학상담 관련 Q&A를 살펴보면, 각자 소홀했던 피임을 언급하며 '임신 가능성'에 관해 물어보는 질문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성 개방 풍조가 보편화되면서 잘못된 인식도 함께 유입돼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12년 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서 대학생 5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성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368명으로 과반수인 65.5%를 차지했다.   2010년~2011년의 선행연구와 비교하면, 10~20% 증가했다는 것이 의사회 측의 설명이다. 이처럼 성관계에 대한 접근은 예전보다 훨씬 더 많아졌는데, 올바른 인식이 뒤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다.
 <원대신문>은 우리대학 학생들의 성(性) 인식 수준에 대해서 조사하고, 올바른 정보를 알아보았다.
 
   원광인의 성(性)
 본지는 9월 19일부터 22일까지 약 3일간 성(性) 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본 설문조사는 오프라인 설문지 배부 및 우리대학 SNS 페이지를 통해서 진행됐으며, 총 159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일부 학생들의 복수 체크 등 체크 실수로 인해 약 1%의 표본오차가 있다. 또한, 설문 대상자는 남녀 구분하지 않았다.)
 우선 혼전 성관계에 대한 인식을 알아봤다. '혼전 성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78.4%(124명)가 찬성했고, 21.5%(34명)가 반대했다. '미래 배우자가 혼전순결이 아니어도 괜찮습니까?'라는 질문에는 80.5%(128명)가 '괜찮다'고 답했고, 19.4%(31명)가 '괜찮지 않다'고 답했다. 이를 통해 우리대학 학생 대다수는 혼전순결을 크게 중요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성관계 경험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는 47.5%(76명)가 '경험이 있다'고 했고, 52.5%(84명)가 '경험이 없다'고 했다. 다음 질문은 성관계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 한해서만 이어졌다. '첫 성관계의 시기는 언제입니까?'라는 질문에 '20대 초반'이 72.7%(56명)로 가장 압도적인 응답률을 보였으며 '10대' 22.0%(17명), '20대 중후반' 5.1%(4명)가 그 뒤를 따랐다.
 피임에 대한 인식에 대해서도 알아봤다. '피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92.5%(148명)가 '그렇다'고 답했고, 7.5%(13명)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배란 주기에 대해서 알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는 63.6%(100명)가 '안다'고 답했고, 36.3%(57명)가 '모른다'고 답했다. '성병에 대하여 경각심을 갖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는 86.8%(139명)가 '그렇다'고 답했고, 13.1%(21명)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다음 '초·중·고 때 배운 성교육이 올바르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55.9%(90명)가 '올바르지 않다'고 답했고, 이보다 적은 숫자인 44.0%(71명)가 '올바르다'고 답해 과반수의 학생이 현 성교육 제도에 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매번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성(性) 관련 제도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봤다. '성매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79.8%(127명)가 '문제 된다'고 답했고, 20.1%(32명)가 '문제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낙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31.2%(47명)가 '괜찮다'고 답했고, 68.7%(84명)가 '괜찮지 않다'고 답했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그릇된 성 인식은 단순히 '피임 소홀'에만 그치지 않는다. 얼마 전에는 서울의 여러 대학에서 연달아 '단톡방 성희롱 사건'이 발각됐고, 일부 남성들이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여성을 몰래카메라로 찍은 뒤 성인사이트에 올리는 일명 '몰카'가 지난 2015년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공론화됐다. 일부 남대생들이 저들끼리 모인 단체 채팅방에서 여대생들에 대해 품평과 성희롱을 하고, 몰카를 당한 피해자들이 "얼굴이 인터넷에 퍼져서 다닐 수가 없다"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은 결코 정상적인 상황이라고 얘기할 수 없다.
 우리대학 학생들 역시 이러한 문제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설문조사에서 서술형으로 제기된 '최근 문제 되고 있는 몰카, 단톡방 성희롱 등에 대한 본인 생각을 서술해주십시오'라는 질문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도덕적 행동이 매우 중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선후배 사이에서는 물론, 교수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좋은 학생이 본인 친구들과의 채팅방에서 성희롱 및 극단적 언행을 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명백히 범법이다. 형사처벌이 필요하다", "미숙한 성 의식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특히 이런 문제들은 성에 대한 인식과 토론의 부재에서 출발한다. 그렇기 때문에 단기적 방법으로 해결이 어려우며 장기적인 교육과 사회적 토론을 통해 개선해나가야 한다" 등의 답변이 나왔다.
 특히 한 학생은 "이러한 범죄의 피해자가 주로 남성이 아닌 여성들이라는 점은 더욱이 끔찍하다.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 등 낮은 인격적 대우 속에서도 좀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데, 몰래 카메라나 단톡방 채팅 등의 범죄는 아예 여성들에게 올라오지도 말라고 짓밟는 것이 아니냐"고 항변하면서 현재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여성혐오'에 대해서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약 15년 동안 OECD 회원국 남녀 임금격차 통계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왔으며, 지난 2015년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여성 직장인 71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91.2%가 '직장생활 중 당한 성희롱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이처럼 어긋난 성 인식을 바꾸기 위한 방편으로 성교육을 제시하는 답변도 다수 있었다. 한 학생은 "우리나라 성교육은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잘못된 방법으로 피임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성인이 다 되도록 제대로 된 성 관념을 가지지 못 한 게 문제다"라고 답했다.
 현재 교양 과목으로 '성의 과학'을 가르치고 있는 추영국 교수(생명과학부)도 이러한 의견에 공감하며 "우리가 살면서 가장 많이 맞닥뜨리는 문제는 아무래도 성에 관한 문제지 않느냐"며 "데이트 성폭력, 공동체 생활에서의 성희롱과 성폭력 등 매번 성 문제가 대두되는데, 이것을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성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국 같은 경우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기초적인 수업을 하지만, 우리나라 중·고등학교는 대학입시라는 제도 때문에 성교육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다"며 "대학교에서라도 이런 수업을 통해 올바른 성 개념을 정립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城)만 기초공사가 필요한 게 아니야
 성(性)도 기초공사가 필요하다. 앞으로의 성생활을 안전하게 해주는 '기초토양'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아보고자 본지는 홍기연 교수(의대병원 산부인과)를 찾았다. 기본적인 성 인식에 관해서 묻자 홍 교수는 "청소년 성교육이 중요하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청소년 성교육은 너무나 추상적이고 어렵게 돼있다. 더욱 쉽고, 현실적으로, 간결하게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널리 퍼져있는 잘못된 인식에 대해서도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대표적인 잘못된 인식으로 '사후 피임약'을 들면서, 성관계를 맺고서 여성이 사후 피임약을 복용하는 점을 지적했다. 홍 교수는 "잠자리에 들어가자마자 남성이 여성에게 사후 피임약을 먹이는 사례를 자주 접한다. 건강에 매우 해로운 일이다. 시도 때도 없이 복용하는 사후 피임약은 호르몬 불균형을 초래한다"며 "아무래도 가장 안전한 피임은 콘돔이다. 경제적이고, 몸에 해롭지도 않다. 본인 건강을 위해서라도 올바른 피임에 유의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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