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괜찮아요. 받으세요. 제 마음이에요."

 추석에 흔히 볼 수 있는 훈훈한 풍경이다. 두 번은 거절을 해야 예의라는 동방예의지국답게 선물이나 용돈을 주고받으면서도 실랑이가 벌어진다.
 한편에선 이런 욕구를 무기 삼아 추석선물세트를 파는 기업들이 포장은 크게, 내용물은 작게 담아 문제가 되고 있다. 당신의 한가위는 '풍성'했는가?
 
 
   '감사함' 후에 남은 '쓰레기'
 
 선물을 받았을 때 사람들이 처음 느끼는 감정은 대개 감사함일 것이다. 그러나 그와 대조적으로 '추석선물세트'는 허울만 좋은 빈껍데기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도대체 왜, 어떤 부분에서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해버린 것일까?
 환경부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명절선물 과대포장 적발 건수는 82, 36, 112건이다. 2013년에 잠시 주춤했던 명절선물 과대포장은 2014년에 전년대비 약 3배(311%)로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3년간의 명절선물 과대포장 적발 건수를 합치면 무려 230건이나 되기도 한다. 또한, 명절선물 과대포장 적발로 부과된 과태료만 해도 6억 6천여만 원에 달한다.
 매년 발생하는 과대포장 문제들 때문에 올해 설과 추석에도 정부에서 단속을 실시했다. 올해 설에 정부가 단속한 바에 따르면, 식품과 화장품 선물세트의 과대포장 단속 건수가 가장 많았다. 이번 추석의 과대포장 단속 건수는 59건이었다. 그러나 규정이 애매하거나 느슨하다는 지적도 많다.
 우리대학 박종군 생명과학부장(생명과학부 교수)은 "포장재를 소각할 때 고온에서 휘발성 물질, 즉 유해물질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이런 포장재를 어린이들이 입 안에 넣거나 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 위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애매한 규정, 단속 쉽지 않아…
 
 이렇게 포장폐기물이 늘어나는 이유에는 규정의 느슨함도 빠질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법에서 정해놓은 과대포장이란 '빈 공간이 포장박스의 일정 비율을 넘거나 제품의 포장이 3중 이상인 것'이다. 허용되는 포장 공간 비율은 품목에 따라 ▲음료, 주류, 의류 10% 이하 ▲가공 식품, 건강 기능 식품, 화장품류, 세제류 15% 이하 ▲제과류 20% 이하 ▲문구류, 지갑, 허리띠 30% 이하 ▲완구, 인형류 35% 이하 등으로 세분돼 있다. 종합 선물세트는 포장횟수 2차 이내, 포장공간비율 25% 이내의 포장방법을 준수해야 한다.
 현 포장규정에 따르면 통조림이나 치약 등 기존에 판매되는 제품을 선물세트 형식으로 여러 개 모아 포장하면 '종합제품'으로 취급된다. 이 경우 박스의 75% 이상이 물건으로 채워져야 하지만, 증정품을 끼워 넣어도 제품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포장만 키우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나 과자와 같은 경우에는 선물세트가 되는 순간 충전기준(포장재 대비 내용물 80%)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즉, 부피만 75%를 넘은 '풍선'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부피가 75%를 넘겼기 때문에 현 포장규정상에선 적발 대상이 아니다.
 이러한 규정의 빈틈에도 김동관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장은 "단속을 통해 과대포장 제품을 적발하기보다는 제조·수입 업체가 스스로 포장 폐기물 발생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적정포장', 어떻게 알까?
 
 '적정포장'이란 단순히 과대포장의 반대말은 아니다. '적정포장'은 유통과정에서 손상은 막되, 과대하거나 눈속임 포장은 지양하며, 폐기물 처리에서의 친환경성까지 고려한 포장을 의미한다. 적정포장 제품을 알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먼저,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의 친환경성을 고려한 '그린패키지'가 있다. 그린패키지 마크가 있는 제품의 포장지는 옥수수에서 원료를 추출해 만든 바이오폴리머로 만들어졌다. 이 포장지는 약 14주가 지나면 자연적으로 분해가 되고, 토양에 퇴비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스티로폼, 플라스틱, 알루미늄은 완전히 자연분해되는데 500년 이상이 걸린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린패키지는 상당히 친환경적이다.
 그 다음으로 불필요한 포장을 줄이고 효과적인 운송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전구패키지'가 있다. 전구패키지는 종이를 사용했기 때문에 폐기물의 처리도 친환경적이며, 불필요한 포장재를 줄여 운송과정에서도 비교적 적은 공간을 사용한다. 그로 인해 차량 운송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 배출 감소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매년 발생하는 우리나라 포장폐기물은 부피를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생활폐기물 중 약 50% 이상이다. 중량을 기준으로 해도 약 32%를 차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많은 비중이 명절 선물세트이기에 경제와 환경을 생각한다면 조금 더 현명하게 명절 선물세트를 골라야하지 않을까? 이후의 명절에는 그린패키지나 전구패키지 마크가 있는 선물세트로 조금 더 '풍성한' 명절을 보내도록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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