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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각]그녀는 '왜' 채식주의자가 됐는가
박서영 기자(신문편집·홍보부)  |  hisyiya@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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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0.09  15:5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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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SNS를 이용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더 자세히 알게 됐다. 나와 친구 관계인 사람들이 어떤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는지, 어떤 댓글을 남기는지, 또 어떤 게시물을 올리는지를 보면 그들의 성향에 대해 꿰뚫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에 소설가 한강이 쓴 연작소설『채식주의자』가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 상을 수상했다. 『채식주의자』는 영혜라는 여성이 폭력에 저항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영혜는 육식을 거부하고,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으며 말한다. "난 내 젖가슴이 좋아. 젖가슴으로는 아무것도 죽일 수 없으니까." 생명에 대한 폭력을 '육식'에 비유함과 동시에 브래지어가 여성을 얽매는 요소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SNS와『채식주의자』. 전혀 관련성 없어 보이는 두 주제를 언급한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이 사이에 '페미니즘'이 낀다면 얘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SNS에는 종종 페미니즘에 관련된 게시물이 올라온다. 나와 친구 관계인 사람들은 개인의 생각을 피력하기 위해 댓글을 단다. 정확히 수치상으로 얘기할 순 없지만, 많은 사람이 페미니즘에 대해 부정적인 코멘트를 남긴다. 반면에『채식주의자』가 맨부커 상을 수상했다는 게시물에는 국위선양이라며 자랑스럽다는 댓글이 달린다. 상당히 모순적이다.『채식주의자』는 여성들에 대한 억압을 이야기하는 페미니즘 소설이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양성평등이 아닌 여성우월주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현재 사회적으로 문제 되고 있는 '여성혐오'에 대해 강하게 부정한다. 이러한 의견은 그들이『채식주의자』를 잘 알지 못하는 것처럼, 페미니즘에 대해 얼마나 이해가 부족한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성혐오는 단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다. 오래전부터 우리의 일상 속에서 숨 쉬고 있었으며,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몸의 부피를 키워나갔다. 그것은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가 남녀임금격차 순위에서 1위로 랭크되거나, 여성 10명 중 6명이 데이트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나(지난 9월 한국여성전화 발표), 가정폭력 발생률 45.5%라는 집계 결과(2013년 여성가족부 발표) 등으로 나타난다. 또한, 페미니즘은 결코 '여성우월주의'가 아니다.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과 여기에서 비롯되는 차별을 없애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다.
 페미니즘을 공부하기 전 나는 스스로의 성별을 무의식중에 혐오했다. 여자는 방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살아야 한다는 엄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거나, "내가 여자한테 이런 말 잘 안 하는데……"하며 시작되는 칭찬에 내가 '선택받은' 여성이 된 것 같아 좋아하는 식이었다. 또한, 나를 향한 직·간접적인 폭력은 내가 문제이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여겼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대학교 1학년 때 버스정류장에서 모르는 아저씨가 내 정수리 위에 담뱃재를 털었다. 이를 알아차리고 항의하자 아저씨는 적반하장으로 욕을 했다. 그러면서 때릴 듯이 손을 들었다가 내렸는데, 찰나이긴 했지만 나는 공포를 느꼈다. "여자가 까분다"는 말을 들었을 땐, 공포 때문인지 정말로 내가 '여자인 주제에 소리를 질러서' 그가 분노한 것처럼 느껴졌다.

 "여성혐오는 일부 사람들만 하는 겁니다." 남성인 내 친구는 SNS에 그런 댓글을 달았다. 그러나 너는 모른다. 남성이 소리 지를 때 여성이 느끼는 공포를, 새벽에 혼자 귀가할 때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야만 안심이 되는 마음을, 내가 페미니즘 서적을 찾는 이유는 나를 보호하기 위한 것임을. 남성이 잠재적 가해자라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니다. 그저 모두 여성혐오에 대해 불편해하고, 또 분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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