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란에는 연속기획 <우리 시대 사유의 지평과 미래>라는 제목으로 의사소통교육센터의 연속기획 <세계고전강좌>와 2012년 1학기부터 개설된 <글로벌인문학> 원고를 번갈아 싣는다. 국내외 여러 석학들이 함께 참여하는 연속기획을 통해 인간 이해와 사유의 깊이를 확인하기 바란다. /편집자 

 김준태의 적시타, 롯데의 승리 가져와….
 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넥센과의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에서 롯데가 김준태의 적시 2루타 기록에 힘입어 8:5로 승리했다. 3:3으로 팽팽한 경기 중이던 6회 말 2사 만루에서 김준태가 2루타를 때려 3점을 득점해 승부를 결정지었다. 현재 김준태는 이번 리그에서 120타수 33안타 2홈런 22볼넷 16타점 12득점을 기록 중이다.
 (중략) 7회 초 넥센은 무사 1, 2루 상황에서 김웅빈의 2타점 적시타로 2점을 따라잡았다. 2사 2루 득점찬스를 맞이하였으나 강지광의 삼진으로 이닝이 종료되며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7회 말 롯데는 최준석의 2점 홈런으로 2점을 달아났다. 그 후 8회 말에는 1사 2루 상황에서 도루로 1사 3루 , 김준태의 볼넷으로 1사 1, 3루 상황을 만들었으나 이후 김재유의 삼진과 신본기의 2루수 플라이로 추가득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결국 경기는 롯데의 승리로 끝났다. 오늘 경기 결과에 따라 롯데는 현재 8위로 하위권으로 승률 0.458을 기록 중이다. 한편 넥센은 3연승 후 3연패를 당했으나 현재 3위 상위권으로 승률 0.538을 기록 중이다. 팀은 10안타를 날려 꽤 좋은 플레이를 보여 팬들을 아쉽게 했다.
 위 기사는 사람 기자가 아닌 로봇 기자가 경기 직후   0.3초 만에 작성한 프로야구 기사다. 로봇 기자가 작성한 기사라고 밝히지 않았다면, 많은 독자들이 사람 기자가 작성한 기사로 인지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작성됐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는 2015년 7월 전국 만 19세 이상 일반인 600명과 현업 기자 164명을 대상으로 로봇이 작성한 야구경기 기사 5개를 일반인들에게 보여주고 작성 주체가 '사람'인지 '로봇'인지에 대한 설문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46%만이 '로봇'이라고 정답을 맞혔을 뿐이다. 실험 참가자의 절반 이상이 기사 자체만으로는 로봇과 사람 중 누가 쓴 기사인지 구분하지 못했다. 
 그러나 로봇 기자와 사람 기자 간의 '대체' 또는 '보완'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일반인 69.8%가 로봇이 사람 기자를 '보완'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로봇이 인간 기자를 '대체'할 것이라는 응답은 30.2%에 불과했다. 기자들의 경우, '보완'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89%, 반면 '대체'할 것이라는 응답은 11%에 불과했다. 로봇과 사람이 각각 잘할 수 있는 일이 다른 만큼 로봇이 사람 기자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다소 낙관적인 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결과로 볼 때 로봇 기자가 아직까지는 사람 기자를 보완해주는 도구 정도지만 로봇이 상당수의 사람 기자를 대체하는 날이 그리 비현실적인 일만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결국 머지않아 우리가 읽는 뉴스 중 상당수는 사람 기자가 아닌 로봇이 작성한 기사가 될 것이며, 이는 곧 사람 기자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금융·증권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증권가에는 주식 투자 등 고객의 자산을 대신 운용해주는 로봇이 이미 활동을 시작했다. 
 
빅데이터(Big Data)와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로보애널리스트(Robo-analyst)가 주인공이다. 로보어드바이저 등장과 확산으로 인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영국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가 투자 자문역 등 550명 감원을 예고하는 등 미국과 유럽 대형 투자은행(IB)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감원 계획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이들의 빈자리 대부분은 로보어드바이저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이처럼 사람의 일자리가 인공지능으로 빠르게 대체되고 현상은 이제 미래가 아니라 현실이다. 사람에 비해 생산비용은 저렴하면서도 생산효율은 극대화할 수 있는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제4차 산업혁명의 근간이다.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 주었던 1차 산업혁명(증기 기관), 2차 산업혁명(전기 기관), 3차 산업혁명(정보통신)은 사람의 근육을 대신한 기계장치가 대량생산 등을 실현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 및 여가 시간 제공 등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었다. 이에 비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대변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사람의 두뇌를 대신하는 형태로 일자리 창출보다는 오히려 사람의 대체재로 작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다.
 실제로 고임금 때문에 동남아시아로 공장을 옮겨 제품을 생산해오던 아디다스는 23년 만에 '스피드 팩토리'라는 스마트 공장으로 독일에 최근 컴백했다. 신발 50만 켤레를 생산할 예정이라는 이곳의 근로자는 10명이 전부다. 근로자 1인당 5만 켤레를 생산하는 셈이다. 기존 공장에서 50만 켤레를 생산하기 위해 600여 명의 인력이 필요한 것에 비하면 약 60배의 생산효율을 보이고 있다. 더군다나 미리 생산해 놓은 신발을 고객이 발에 맞는 것을 골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고객의 발에 맞도록 맞춤형 주문 제작으로 이루어진다. 머지않아 맞춤형 주문 후 배송까지 24시간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아디다스는 현재 연간 3억1천만 켤레의 운동화를 중국, 베트남 등에서 근로자 100만 명 가량을 고용해 생산하고 있다. 아디다스는 로봇이 생산하는 '스피트 팩토리'를 내년에 미국 애틀란타, 2018년에는 일본에 세운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결국 아디다스에서 일하는 근로자 100만 명의 실업이 눈앞에 놓여 있는 것이다.
 2020년부터 본격적인 상용화가 예상되고 있는 자율주행차도 저비용 고효율 구조로 인해 급격히 빠른 보급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텍사스 대학은 연구를 통해 뉴욕에 자율주행차 택시가 도입되면 현재 1마일 당 4달러(4680원)인 택시 요금이 10% 수준인 1마일 당 40센트(468원)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텍사스 대학은 또 차량공유 개념이 도입된 자율주행차 1대가 일반 승용차 12대를 대체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하고, 이로 인해 현재 주차공간의 90% 이상이 불필요하게 돼 도심의 부동산 개발효과를 가져올 것으로도 전망했다. 구글 역시 현재 자동차 운행률(전체 시간 중 실제 운행시간)이 5~10%에 불과한 것을 자율주행차 보급으로 이 수치가 75%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발표를 통해 텍사스 대학의 연구에 힘을 실었다. 이러한 예측을 근거로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는 인공지능(AI)이 앞으로 5년 안에 인간의 일자리 약 6%를 대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교통, 운송, 고객 서비스업에서 그 영향이 크게 느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대체 전망에 대해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우리는 전례 없이 부유해졌지만 모든 부가 로봇을 소유한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사회를 목격하게 될지도 모른다"며 우려를 표명했고,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자동화로 인해 자신들에게 유일하게 남겨진 일도 하지 못하는 노동자들로 가득한 사회가 도래할 가능성에 직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인공지능 분야 세계적 석학 벤 괴르첼은 "수십 년 내에 거의 모든 직업은 사라지고 인공지능이 물리적인 일을 대신하게 될 것"이며 "사람들은 지적, 예술적 개발에 신경을 쓰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두 다 암울한 전망들이다.
 로봇 기자가 활동을 시작한 미디어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알고리즘(인공지능) 저널리즘 즉, 로봇 기자의 미래는 어떤 방향으로 진화해 사람 기자를 어떻게 보완하거나 또는 대체하게 될 것인가. 
▲ 기자가 쓴 기사와 로봇이 쓴 기사 제대로 구분한 비율 출처 : 지디넷코리아
모바일 환경에서의 미디어는 개인을 중심으로 소비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내 관심 영역, 내가 있는 장소, 내가 선호하는 플랫폼 등 나를 중심으로 소통하거나 소비한다. 지난 4월 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앞으로는 모바일 퍼스트에서 인공지능(AI) 퍼스트 시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0년 '모바일 퍼스트'를 선언한 이후 6년 만에 '인공지능 퍼스트'로의 대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굳이 구글의 '인공지능 퍼스트' 선언이 아니더라도 인공지능이 미디어의 변화에서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이라는 예측에 이견은 없을 것이다. 특정 개인의 '맞춤형 정보제공 비서'로 채용될 로봇 기자는 큐레이션(curation)은 물론이고 단 한 사람을 위한 기사 또는 정보를 생산해 제공하기도 한다. 인공지능 저널리즘이 '자기중심 소비'로 진화하고 있는 미디어 소비자의 요구에 의한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로봇 기자 시대에 과연 사람 기자의 미래는 있는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10년 후에는 뭐가 바뀔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는 '10년 후에도 바뀌지 않을게 무엇일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10년 후에 로봇이 작성한 뉴스를 읽게 될지언정 사람 기자만이 할 수 있는 변하거나 사라지지 않을 그 무엇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러한 화두에 대해 토마스 데이븐포트 밥슨대 교수는 "'어떤 직업이 기계에 의해 사라질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는 '기계의 도움을 받아 어떤 일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봇(Smart Machines) 시대를 위협으로만 보지 말고 로봇(Smart Machines)을 활용해 위협을 기회로 만드는 사람(Smart Humans)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사람 기자의 미래는 로봇(Smart Machines) 기자를 보완재로 활용해 또 다른 경쟁력을 가진 사람(Smart Humans) 기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지속가능을 위한 가장 현명한 대처일 것이다.

 

  엄호동(헤럴드경제 편집국 모바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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