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 활짝 열린 '게이트'가 결국 국민을 화나게 했다. 전국에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의 촛불집회가 열렸으며, 각종 매체는 날마다 새로운 부정부패를 들춰냈다. 이러한 현 상황을 보여주듯 각종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는 국정농단과 관련된 키워드가 여럿 떠올라 있었다. 그러나 지난 8일, 그 흔적들은 잠시 모습을 감췄다. 미국 대선에서 모두의(?) 예상을 뒤엎은 결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됐다. 이는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대선 기간 인종차별주의자, 성차별주의자 등의 '차별주의자'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닌 그다. 실제 트럼프는 멕시코 이민자들을 '마약과 범죄를 가져오는 성폭행범'이라 칭했고, 국경에 장벽을 쌓겠다는 등 이민자에 대한 노골적인 혐오를 드러냈다. 무슬림계 전사자 부모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자신을 비판하자, 이를 반박하며 무슬림 비하로 비칠 수 있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공화당 경선 후보 토론 후 여성 앵커에게 비속어를 사용하는 등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또 여성을 돼지, 가정부 등으로 폄하하기도 했다. 여기에 성희롱과 탈세 의혹까지…. 트럼프의 거침없는 언행은 대통령 후보의 자질을 의심케 했다.
 '이단아' 트럼프, 그는 성난 백인(Angry White)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며 백인 유권자 중심의 전략을 펼쳤다. 그리고 그 전략은 아주 제대로 '먹혔다'. 백인 58%의 지지를 얻은 것이다. 특히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백인 남성의 72%가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다. 언론은 트럼프가 유권자들, 그중에서도 특히 백인을 자극해 승리를 이끈 것이라 분석한다. 그들이 가진 엘리트 정치에 대한 반감과 이민자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기며 갖게 된 불안을 부추긴 것이다. 트럼프는 그들을 향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Make America Great Again)"며 변화의 희망을 불어넣었고, 반이민자정책을 내세웠다.
 그렇다면 트럼프가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그의 전략 때문일까? 제도적 요인 역시 한몫했다. 전체 득표수만을 따지면 힐러리가 약 39만 표(11일 기준)를  앞섰다.
 우리나라는 전체 득표수를 따져 많은 표를 얻은 후보자가 당선되는 방식이다. 반면 미국은 선거인단을 통한 간접선거를 치른다. 선거인단의 수는 주마다 다르다. 이는 인구에 비례하는데,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55명, 텍사스 주는 38명이지만 알래스카 주, 몬테나 주 등은 3명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알래스카보다는 캘리포니아에서 상대보다 많은 표를 얻는 것이 좋다. 각 주에서 승리한 사람이 선거인단을 모두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식을 승자독식이라 한다. 이는 1780년대 인구가 많은 주의 일방적인 독주를 막기 위해 채택된 방법이다. 각 주의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목적이 있지만, 39만 표의 차이에도 트럼프가 승리했다는 것은 현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증거다. 실제로 미국 국민 사이에서는 '현실과는 맞지 않는', '200년도 더 된', '18세기' 방식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기자는 이 결과를 다른 측면으로도 생각하고 있다. 힐러리가 결국 유리천장을 부수지 못한 것이다. 다음과 같은 가정을 해보자. A후보는 이제까지 단 한 번도 공직을 맡아본 적이 없다. A가 공식적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것은 지난해 6월이다. 그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인식하는 A는 부동산 재벌, TV 리얼리티 프로그램 진행자에 불과한 '여성'이었다. 반면에 B후보는 상원의원, 국무부 장관의 역할을 해내는 등 풍부한 국정 경험을 가진 '여성'이다. 여러분이라면 둘 중 누구에게 표를 던지겠는가? 미국은 아직 여성 대통령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제, 안보 등에 비상이 걸렸다. 빠른 대처가 필요하나 식물정부 상태가 언제까지 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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