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수업시간에 취업과 진로에 대한 학과 설문지를 작성했다. 여러 항목 중 어느 분야에 취업하고 싶은지 묻는 말에서 잠시 멈춰 고민했다. 진로를 아직 못 정했기 때문이다. 곧 4학년이 되는 대학생이 목표가 없다니. 이게 얼마나 대책 없는 소리일까. 그러나 '몇 학년 때부터 취업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에서는 지체하지 않았다. 나는 고민하지 않고 바로 '2학년 2학기'에 표시를 했다. 그리고 2학년 2학기로 돌아가 미리 취업 준비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 주면 3년간의 신문사 생활이 끝난다. 1학년 때는 복작복작함 속에서 선배님들께 예쁨 받고 동기들과 마냥 재밌게 지냈다. 2학년 땐 신문사 안에서 내가 정말 필요한 존재가 됐음이 느껴졌다. 그만큼 할 것도 많았고 실제로 하는 것도 많았다. 3학년이 되자 이것저것 신경 쓸 게 더 많아졌다. 동시에 취업에 대한 걱정이 밀려왔다. 그리고 나의 학교생활에 회의를 느꼈다. 마냥 1, 2학년일 줄 알았고, 취업은 그저 먼 이야기인 줄 알았던 지난 나에 대한 후회가 밀려왔다. '신문사만 마치면 해야지'라며 하고 싶던 걸 미뤘던 것도 후회됐다. 교내 해외연수 프로그램은 4학년 학생들에게 열려있지 않다. 가장 미련이 남는 부분이다.
 날씨가 따뜻하다 못해 더웠을 때 에코백을 자주 메고 다녔다. 천 가방인데, 어깨 한쪽에 걸쳐 매는 거여서 그런지 책을 많이 담은 날에는 한쪽 어깨가 너무 아팠다. '내 신체가 비대칭으로 기울어지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했다. 그 이후로 단과대학 사물함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웬만한 전공 책은 모두 사물함에 놓고 다녔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가방이 가벼워 마냥 좋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불편해졌다. 너무 가볍기 때문인지 어깨에서 자꾸만 흘러내렸다. 손잡이를 잡고 핸드백처럼 들어봤지만 내 키가 작아 가방 밑바닥이 땅에 쓸렸다. 책이 들어있지 않으니 가방이 제 역할을 못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처한 상황도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
 원대신문사에 입사한 건 1학년 5월이었다. 그리고 당시 나에게 있어 공강 시간 기숙사에 들어가 낮잠을 자거나, 정규수업시간 이후에 친구들과 몰려나가 맛있는 식사를 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었다. 원고를 제시간에 마감하지 못해 축제 때 좋아하는 가수를 구경하지 못했던 경험도 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올 정도로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신문사 기자가 된 이상, 자신이 맡은 일을 책임감 있게 끝내기 위해 정해진 시간에 일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땐 억울했다. 글을 빨리 쓰지 못해 늦게까지 야근을 한 것도, 야근 후 방으로 돌아와 불 끄고 자는 룸메이트가 깨지 않도록 어둠 속에서 조용히 행동하는 것도 억울했다. 2학년 언젠가는 너무 피곤한 나머지 저녁을 먹다가 코피를 쏟은 적도 있었다. 그래도 그렇게 힘들었기에 내가 정말 대학생답게 살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나에게 있어 대학생다운 것이란 10대와는 달리 넓은 세상을 보고 지성을 쌓는 것이다. 그리고 원대신문사가 있었기에 나는 대학생다운 생활을 했다. 가방에 책이 들어가면 어깨가 아프지만, 모양도 잘 잡히고 어깨에 잘 걸쳐져 있다. 나는 지난 3년 동안 몸과 마음이 매우 힘들었지만 내가 생각하는 진짜 대학생의 모습으로 살았다. 그리고 그 경험들이 취업이라는 절벽에서 단단히 매달릴 힘이 될 것이다. 종강호 작업이 마무리되는 이번 주 금요일, 이제 신문사가 아닌 오로지 나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예정이다. 그리고 현재를 살 것이다. 매일 다음 주에 발행될 신문을 바라보며 살았다. 항상 일주일을 앞서 살았던 셈이다.

 원대신문과의 인연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3년간 쌓인 두터운 경험은 항상 나와 함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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