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노트북> 중 한 장면
   최근 영화계에서 큰 존재감을 드러내는 영화들이 있는데, 바로 '재개봉 영화'다. 재개봉 영화란, 말 그대로 예전에 개봉한 영화들 중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 큰 흥행 성적을 남기거나, 다시 개봉할 만큼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들이 원작 그대로, 또는 최근 트렌드에 맞게 약간의 변화를 거쳐 개봉되는 영화를 말한다.
 이미 스토리와 결말이 다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재개봉 영화는 새롭게 개봉하는 영화들 사이에서 흥행과 영향력이 뒤지지 않아 큰 화제를 낳고 있다.
 
   'OLD'함이 오히려 경쟁력으로
   영화는 분명 예술이고 문화를 즐기는 매체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윤 창출을 위해 만들어지는 상품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재개봉 영화는 화려한 라인업과 홍보로 볼거리가 풍부한 신작들에 비해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스토리와 결말이 다 알려졌을뿐더러, 대부분의 재개봉 영화는 출연하는 배우들의 인지도와 인기가 낮으며,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 CG 같은 효과들도 신선도가 떨어진다. 즉, '트렌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재개봉 영화는 흥행 면에서 뒤처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신작들을 앞지르기도 했다.
 재개봉 영화들 중 두각을 나타낸 영화들로는 27년 만에 국내 재개봉이 확정된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포함하여 <글루미 선데이>, <노트북>, <색계>, <타이타닉>, <세얼간이>, <500일의 썸머>, <오페라의 유령>, <블루 벨벳>,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흑백 버전으로 재개봉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등이 있다. 이 영화들은 처음 개봉 당시에도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큰 흥행을 이룬 영화들로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명작들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 결과에 따르면, 2004년에 개봉되어 올해 재개봉된 <노트북>은 대표적 로맨틱 영화답게 11월 14일 오전 기준 누적 관객 16만 5274명을 기록하면서 올해 재개봉한 영화 중 흥행 순위 3위, 역대 재개봉 흥행 순위 3위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6월 재개봉돼 흥행에 성공했던 <500일의 썸머>가 기록한 누적 관객 14만 1634명을 제친 기록이기도 하다.
 
   봤어도 또 보고 싶은 이유
   그렇다면, 관객들은 왜 재개봉 영화를 선택할까? 평소 영화를 즐겨보는 조은성 씨(산림조경학과 2년)는 영화들이 다시 재개봉되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묻자, "재개봉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를 들어, 관객들이 느끼기에 재밌다랄지, 작품성이 뛰어나달지, 영화가 처음 개봉됐을 당시 보지 못했던 관객들을 위해 다시 한 번 재개봉하는 것 같아서 좋게 생각한다"며, "재개봉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영화들이 많은데, 실제로 재개봉되니까 반갑기도 하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또, "재개봉 영화들 중에 원작 그대로 나온 영화들도 있지만, 요즘 추세에 맞게 내용이 조금씩 변해서 더 재밌어진 영화들도 있다. 이런 점도 재개봉 영화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여 말했다. 재개봉된 영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로는 "입대 전 본 영화인데, <어바웃 타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처음 봤을 때 굉장히 감명 깊게 봐서 잊을 수 없는 영화였는데, 재개봉된다는 소식을 듣고 또 봤다. 다시 봐도 명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김승비 씨(국제통상학부 1년)는 재개봉 영화를 봤냐는 질문에 "최근 7대 죄악에 관한 영화인 <세븐>이라는 재개봉 영화를 봤다"고 밝혔다. 보고 난 후기에 대해서는, "보고 나서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굉장히 충격적이었고, 7대 죄악을 이런 식으로도 표현할 수 있구나 생각했다"며, "옛날 영화인데도 완성도가 높았고, 괜히 유명한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재개봉 영화에 대한 생각으로는 "옛날 영화를 재개봉한다는 거 자체가 새롭게 느껴지고 옛날 필름으로 다시 본다는 게 흥미로운 것 같다. 재개봉 영화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중학생 때 <늑대소년>이라는 영화를 아주 재밌게 봤는데 10년 후쯤 다시 재개봉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화려하고 빛나는 신작들에 비해 재개봉 영화는 낡았고 빛이 바래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꾸준하고 묵직하게 관객들의 선택을 받는 이유는 영화를 처음 봤을 때의 그 감동과 추억, 짙게 남은 여운을 되새기고 싶은 마음 때문이 아닐까? 먼지가 가득 쌓인 오래된 필름이 처음 모습 그대로, 혹은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들 앞에 선보이는 것, 우리들 기억 속에서 잊힌 명작들이 다시 재조명 받는 게 반가운 이유는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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