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 인문학진흥사업단≫ <융복합 인문치료 전문가 양성팀>에서는 2016년 12월 20일부터 24일까지 4박 5일의 중국 현장학습을 다녀왔다. 사업팀의 필자와 김학권 교수를 비롯해 학생 등 모두 33명의 일행이 참여했다. 이번 일정은 단순히 중국 문화와 유적지를 보고 즐기는 여행이 아니라 중국의 사상과 문화를 현장에서 체험하고 공부하기 위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기에 준비과정이 무척이나 분주하고 많았다. 첫 번째 계획은 중국 르자오(日照) 시에 위치한 곡부사범대학교와 학생 공동학술발표회를 개최하는 것이었으며, 두 번째 계획은 취푸(曲阜)의 공자, 맹자 유적지를 비롯해 태산의 도가 유적지를 찾는 것이었다. 국외로 처음 나가는 학생들도 있어 외국의 문화체험과 더불어 국제적 역량을 기르자는 목적도 있었다.
 학술발표회는 곡부대학 한국어학과(계주임 : 진동궈)와 공동으로 '한중 문화교류의 전망'이라는 주제로 진행하기로 했다. 동양 인문사상의 중심인물인 공자와 맹자의 탄생지와 활동무대가 중국 산둥성 취푸에 있었기에 곡부사범대학과 접촉했던 것이다. 원광대 국제교류처와 곡부사범대의 외사처가 교류의 다리역할을 해주었고 양 대학에서 학생 두 명씩 모두 네 명이 발표하기로 했다. 우리 대학에서는 4명의 학생이 발표주제를 정하고 발표문과 PPT자료를 준비하며 수정하는 등 지도교수인 나와 여러 차례 모임을 가지며 준비했고, 최종적으로 두 명의 학생이 발표자로 선발되었다. 곡부대학 측에서 준비한 두 편의 발표문은 각각 중국어와 한글로 작성되었는데 그중 중국어로 작성된 글은 김학권 교수가 번역하는 수고를 해 주었고,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측에서 학술발표회 발표집을 정성껏 만들었다.
 그 사이 여러 차례 일정과 학술발표회 규모를 두고 중국의 곡부대학과 미묘한 신경전이 있었고 여러 차례 조율의 과정이 있었다. 곡부대학 외사처에서는 7~8명 정도 규모로 발표회를 하자고 했고, 우리는 일행이 33명인데 뭔가 학술발표회로서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해 별도로 곡부대학 한국어학과장에게 연락해 큰 규모로 발표회를 갖기로 했다. 그런데 출국 당일 중국 칭다오(靑島)의 기상 악화로 인해 비행기가 출발하지 못하는 사이 발표회 규모를 두고 곡부대학 외사처의 압력이 있어 몇 차례 연락을 취하며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현지의 기상 문제로 출발이 4~5시간 연기되었고, 칭다오에 도착해서 르자오로 이동해도 발표회를 개최하기에는 시간적 어려움이 있어 출발 직전 학술발표회는 어쩔 수 없이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인천공항을 오후 2시경에 출발해 칭다오에 도착해 간단하게 저녁식사를 한 뒤 르자오로 이동했는데 밤  9시가 넘는 시간에 도착했다.
 다음 날 아침에 르자오의 곡부사범대학을 방문해 필자와 김학권 교수가 대표로 한국어학과 수업에 들어가 중국 학생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강의실에는 23여 명의 중국 학생들이 앉아 있었는데, 수업을 거의 한국어로 해서 약 80% 정도는 한국어를 이해한다는 진동궈 교수의 말이 있어서 내가 먼저 학술발표회를 할 수 없게 된 경황과 중국 방문의 목적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도 학술교류를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고, 김학권 교수는 중국어로 인사를 하며 곡부사범대학에서 원광대로 유학 온 학생들이 있다는 것과 양교의 학술적 교류의 중요성을 말했다.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면 학생들을 원광대에 유학 보내고 싶다며, 앞으로도 계속해 학술교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진동궈 교수의 말도 있었다. 
 학문에 대한 동기와 미래의 희망을 담고 있는 중국 학생들의 진지한 눈망울들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오랜만에 살아있는 학생들의 눈동자를 보는 것 같았다. 비록 시설이나 의자, 책상 등은 옛 교실의 모습을 담고 있었지만, 학생들의 태도나 진지성은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손상되지 않은 인간적 품성을 지닌 것이었다. 양교의 학생들이 만나 함께 발표회를 진행했으면 서로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많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중국에 처음 여행하는 내게 첫날의 경험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첫째, 안개로 인해 고속도로가 폐쇄되어 칭다오에서 르자오 시(市)로 지방도로를 타고 갔는데, 끝없이 이어지는 대형화물트럭의 물동량을 보며 중국의 경제규모를 체험할 수 있었다. 900만 정도의 인구가 살고 있는 중국의 대표적인 해양 산업도시인 칭다오와 300만 가까운 인구가 있는 관광 도시인 르자오를 연결하는 것은 거대한 물류 경제로 보였다. 대형화물트럭이 끝없이 이어지는 물류 운송의 규모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은 가히 세계경제대국의 역동성을 지니고 있는 듯 보였다.
 둘째는 도착 첫날부터 학생들이 중국 가게에 들어가 서툰 중국어나 스마트폰의 번역기를 활용해 물건을 사 오는 것을 보며 외국 체험의 진가를 느낄 수 있었다. 외국어가 되지 않는다고 주눅 들지 않고 신세대답게 매체 소통을 하며 현지인과 접촉하는 것을 보며 학생들의 용기와 시도에 희망을 느꼈다. 국제화 역량이란 이러한 작은 현지경험에서 시작되며, 이러한 시도가 앞으로 우리 학생들이 국제무대를 누비며 활동할 수 있는 역량의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셋째, 칭다오에서 르자오 시로 가는 도중에 잠깐 공중화장실을 이용한 적이 있는데, 여기에는 화장실 문을 잠그는 열쇠도 없고 어느 주유소에는 남녀 구분도 없이, 칸막이도 없이 이용해야만 하는 화장실이 있어 우리 일행 모두 문화적 충격을 느꼈다. 경제규모에 비해 위생관념이나 공중화장실의 청결 같은 사회 공공시설 문제를 보며 나는 중국이 문화국가로 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넷째, 중국은 공산국가라는 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학교 직원이 대부분 공산당원이라고 하는데, 이들이 학술발표회의 개최 여부나 규모, 참석 인원까지 통제하는 것을 보며 우리와는 많이 다른 나라라는 생각을 했다. 혹시 한류를 금지하는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이나 사드 등 한국과 중국의 민감한 정치적 쟁점과 결부되어 발표회가 통제된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내심 있었다. 기상 악화로 비행기가 늦게 출발하고 도착하는 바람에 발표회가 취소되었지만, 다음 날 간략하게 양교 학생들이 만나 간담회 형식의 모임을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지의 분위기는 여의치 않았다. 첫째 날과 두 번째 날 오전의 일정은 동아시아의 문화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학술적으로 나누고 인문학적 교류 가능성을 열어놓고자 하는 작은 시도가 이루어지지 못한 채 시작되었다. 중국에서의 첫 일정은 정치적 이유와 무관하게 순수한 학술발표회나 학생들의 교류는 자유롭게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시작되었다.

  김정현 교수(철학과) 

▲ 곡부사범대학 한국어학과 학생들과의 간담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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