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선생이고 넌 학생이야."
15년 전 TV 드라마 속 유명한 대사다. 아무리 지난 시대와 달리 빠르게 변해가고 타인의 개성이 인정받고 존중시되는 사회라고 해도 교사와 학생 간의 사랑에 대한 인식은 15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여전히 사회 문제로 뉴스에 보도된다. 이러한 이유는 인정과 존중의 부분에도 보이지 않는 선, 즉 윤리적 금기가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보이지 않는 선을 밟은 위험한 영화가 연초 개봉됐다. 바로 김하늘, 유인영, 이원근 주연의 <여교사>이다. 표면적으로는 학생과 여교사의 부적절한 관계만을 다룬 듯한 이 영화. 하지만 정말 그것뿐일까? 먼저 줄거리부터 살펴보자.
영화의 중심인물인 효주는 남학교에서 근무하는 계약직 교사다. 순서대로라면 자신이 정교사가 될 차례지만 이사장의 딸 혜영이 갑작스럽게 그 자리를 꿰찬다. 언제 교직에서 내려올지 모르는 불안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효주에게 혜영이 곱게 보일 리 없다. 더욱이, 학교 선배라며 자꾸만 효주에게 호의를 베풀려 하는 혜영. 효주는 그런 혜영의 태도에 불편한 마음을 누그러뜨리긴커녕 질투 섞인 열등감만 키워간다.
얼마 후 효주는 무용특기생 재하와 혜영의 부적절한 관계를 목격하게 된다. 효주는 이번만큼은 자신이 혜영을 이길 수 있는 카드를 손에 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이 사실을 빌미로 혜영을 고개 숙이도록 만든다. 혜영의 약점이 재하임을 안 효주는 확실하게 우위를 점령하기 위해 재하를 챙겨준다.
하지만, 재하의 생각지도 못한 접근에 효주는 재하를 이성으로 느끼기 시작하며 교사로서 지켜야 할 역할과 본분을 망각하게 된다. 결국 효주는 재하를 사랑하게 되지만 재하는 혜영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 효주를 사랑하지 않았다. 효주는 모든 것이 혜영의 계획임을 알게 되고 재하에게 애원해보지만 돌아오는 건 차가운 말과 모멸감뿐이었다. 게다가, 계약직인 자신의 교사직이 위험해지자 이사장의 딸인 혜영에게 살려달라며 무릎을 꿇고, 그녀의 집에서 시중까지 들게 된다. 그런 효주에게 혜영은 면전에 대고 재하에 대한 효주의 마음을 잔인하게 조롱한다. 결국 효주는 끈질기게 잡고 있던 이성의 끈을 놓아버리게 되고, 되돌릴 수 없는 선택과 함께 파국을 맞으며 영화는 끝이 난다.
줄거리만 보면 선생과 학생의 치정극이 전부인 것처럼 보이나, 정교사에게 허용되는 결혼과 임신을 계약직 교사라는 이유로 제지를 당하거나, 이사장의 딸인 혜영에게 쓴소리를 하지 못하는 주변 교사들, 때론 학생들에게마저 무시를 당하는 계약직 교사 효주의 모습, 그리고 계약직 교사에게 과한 업무 부담을 지게 하는 모습 등을 계속 비추며 영화는 계약직과 정규직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회의 불합리함, 더 나아가 빈부격차로 인한 계급 문제 등을 꼬집고 있다. 또한, 선생과 제자의 치정관계라는 소재는 암묵적으로 공공연하게 행해지는 사회의 부조리를 더욱 불편하고 거북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효주를 중심으로 한 혜영과 재하의 얽힌 관계는 인간이 가진 극한의 질투심과 욕망을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특히, 효주의 세밀한 심리적 변화는 영화를 보는 내내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위태롭고 아슬아슬하게 느껴졌다. 파격적인 노출 장면을 기대하고 간다면 크게 실망할 수 있다. 시각적인 부분보다 정신적인 부분에서 파격적이다. 영화의 중심인물인 효주의 감정선에 집중하여 본다면, 인간이 가진 본능적인 감정과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를 충분히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불편하고 거북하지만, 그래서 더욱 봐야 하는 영화. <여교사>다. 

 
                                                                                  박찬수(복지보건학부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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