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우리는 알파고의 충격과 함께 급속하게 변모하고 있는 세상을 다시 보게 되었다. 바둑의 경우 수는 우주의 원자 수보다도 많을 만큼 거의 무한대로 인공지능이 접근할 수 없는 영역으로 생각되어 왔다. 그러나, 알파고는 우리의 예상을 뒤엎고 놀라운 승리를 하였으며, 인간이 1000년간을 공부하여야 할 학습을 단 몇 주 만에 해내는 괴력을 보여 주었다. 우리는 예전과 다르게 천지개벽된 세상을 발견하고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더구나, 우리는 오래전부터 거대한 변화 속에 있었다는 것을 알고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행기 속에서는 비행기가 얼마나 빠르게 날고 있는지 알 수 없으며 오히려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지루해 하는 것처럼, 우리는 초고속으로 혁신되고 있는 세상 속에 묻혀 변화의 태풍에 둔감했던 것이다.
 알파고로 인하여, 1월에 개최되었던 세계경제포럼, 일명 다보스 포럼이 새롭게 조명되었다. 1971년에 창립된 다보스 포럼은 그동안 주로 세계 경제의 현안 등을 논의해 왔으며,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로는 세계 경제 재건과 세계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여 왔다. 이러한 다보스 포럼이, 2016년 1월 창립 이후 최초로 '4차 산업혁명의 이해'라는 과학 기술을 주제로 개최되었다. 과학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하여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변화와 혁신(변혁)이 사회 전반으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어, 우리의 삶과 미래에 급진적 변화가 예상되었기 때문이었다. 포럼은 세계가 이미 4차 산업혁명 단계에 진입했다고 진단하고, 경제·산업·사회 전 분야로 확산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혁신적 변화에 대한 집중적 논의가 있었다.
 스마트 홈, 자율주행 자동차, 지능 로봇 등에서 보는 것처럼 4차 산업혁명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아직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우리는 이제부터라도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를 직시하고, 이를 선도할 핵심 역량을 견고하게 배양하여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본질과 실질적 대응 방안에 대하여 살펴보자.
 ■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시작되었다
 인류 사회 발전을 이끌어 온 원동력은 과학 기술이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과학 기술은 원시 사회에서도 화살, 칼, 토기 등 도구를 발명하여 사회 변화를 이끌었으며, 농업혁명, 산업혁명, 정보혁명으로 현대 사회를 창조하는 핵심 동력이 되었다. 과학 기술은 수직적으로 전문화되거나 수평적으로 융복합화되면서 끊임없이 도구와 발명품을 만들어 새로운 문명 세계를 창조하여 왔다.
 급격한 과학 기술의 발전은 산업 전반에 심대한 파괴적 혁신을 가져오는 혁명을 야기한다. 18세기 말, 증기기관의 개발로 기차, 선박, 방직기 등의 기계가 등장하여 인간의 근육노동을 기계노동으로 대치하는 1차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공장을 중심으로 도시화가 진행되고 다양한 공산품이 생산되었다. 20세기 초에는 전기 에너지의 보급과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의 개발로 대량 생산 체제가 구축되는 2차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전기, 전화, 상하수도, 자동차 등이 보급되고 생산성 향상으로 삶의 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 디지털 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한 70년대에는, 컴퓨터와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정보의 생산, 처리, 관리 등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온 3차 산업혁명이 발생하였다. 정보 기술로 인하여 인류 사회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지식 정보 사회로 변모하였다.
 과학 기술은 연쇄적으로 폭발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특성이 있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정보 통신 기술은 스마트폰, 소셜 네트워크, 사물 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계학습과 딥러닝, 3D 프린팅, 지능 로봇, 드론, 가상 현실과 증강 현실, 핀테크, 블록체인, 유전 공학, 신소재 공학 등 다양한 기술 개발을 촉발하였다. 이제 이런 기술들이 상호 융복합하여 4차 산업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란 인공지능, 사물 인터넷 등 정보 통신 기술과 고도로 발달한 과학 기술이 융복합하여, 세상의 모든 것을 연결하고 보다 지능화하는 초연결(hyper-connection), 초지능(super-intelligence) 혁명이다. 물리적, 생물학적, 디지털적 세계 등 모든 영역에서 경계가 없어지면서 이전의 산업혁명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인류가 전혀 경험하지 못한 빠른 속도로 과학 기술을 진화시켜, 모든 산업 분야에서 파괴적 기술 혁신을 성취하고 시스템을 통째로 변화시키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사이버 물리 시스템(cyber-physical system)이다. 사이버 물리 시스템은 가전제품, 로봇, 산업 기계, 자동차, 항공기, 의료 기기, 군사 무기 등 물리적 현실 세계와 웹, 소프트웨어 등 가상 세계를 실시간으로 융합하는 시스템이다.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GPS 위성, 데이터 센서, 교통관제 시스템 등 다양한 사물과 실시간으로 소통하여 최적의 주행을 하는 것처럼, 모든 사물이 사물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사이버 공간과 물리적 공간이 상호 연동하는 자동화/지능화 시스템이다.
 사이버 물리 시스템과 같은 4차 산업혁명의 기반 요소들이 제조, 물류, 에너지, 의료,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 광범위하게 활성화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의 초연결/초지능 시스템은 정치, 경제, 교육, 문화, 생활 등 다양한 분야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 4차 산업혁명의 본질
 4차 산업혁명은 3가지 관점에서 차별화된 특성이 있다. 첫째, 사물 인터넷처럼 모든 사물을 생동하는 정보 기기로 만들어 사이버 물리 공간을 형성하는 초연결성이다. 초연결된 공간은 물리적, 논리적으로 연동이 가능한 실질 공간이다. 둘째, 초연결 네트워크에서 생성되는 거대한 데이터를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기술로 분석하는 초지능성이다. 거대 데이터 속에 숨겨진 일정한 패턴과 지식을 찾아내어 지능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셋째, 분석된 거대 데이터로부터 새로운 사실을 추론하는 예측성이다. 환자 데이터로부터 병명과 치료 방법을 예측할 수 있는 것처럼, 확실하고 투명한 미래를 창조한다. 4차 산업혁명의 이러한 특성은 초융합연결 사회, 초지능 사회로 요약되기도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초융합연결, 초지능은 과학 기술의 혁신뿐만 아니라 미래 사회 전반에 변혁을 요구하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사물 인터넷, 인공지능, 클라우드 컴퓨팅 등의 기술이 융합된 자동차 이상의 의미가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운행되기 위해서는 자동차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하고, 법과 제도가 정비되어야 한다. 공공기관, 공항 등에서 안내인을 대신하는 지능 로봇은 인간의 정체성 대한 새로운 문제를 제기한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은 단순한 과학 기술의 혁명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의식 개혁을 요구하는 패러다임 전환 혁명의 특성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해,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초융합연결, 초지능으로 공진화된 산업과 사회가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의식 패러다임 혁신이라 할 것이다. 때문에, 4차 산업혁명에서는 과학 기술의 진화보다도 의식 개혁이 더욱 중요하다.
 ■ 4차 산업혁명의 회오리 바람
 주변을 살펴보면, 4차 산업혁명의 회오리 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흔적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제조 공장은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지능 로봇 등이 결합하여 스마트 팩토리로 재탄생하였다. 아디다스는 단 10명의 직원으로 연간 50만 켤레의 운동화를 생산하는 거대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아마존 에코나 구글 나우 등 가정마다 보급되고 있는 음성인식 챗봇은 조명, 청소, 요리, 방범 등 스마트 홈의 관리 센터가 되었다. 애플 페이, 삼성 페이 등 모바일 결재는 현금과 신용카드가 없는 새로운 상거래를 이끌고 있다. 경제는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가져온 공유 경제(sharing economy), 온디맨드 경제(on-demand economy)가 새로운 경제 체제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인류의 마지막 발명품이라고 하는 인공지능 시스템 역시 의료 진단과 치료, 금융,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생각되고 있던 음악, 미술 등 창조의 영역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회오리 바람에는 심각한 위험 요소가 내포되어 있기도 하다. 인공지능과 지능 로봇의 등장은 필연적으로 일자리 감소를 초래할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칼 프레이 교수 등은 기존의 많은 직업들이 조만간 사라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2020년에는 20%, 2025년에는 45%의 일자리가 인공지능 로봇으로 대치되어, 10년 안에 1,8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빈부격차, 소득분배의 불균형이 초래되고 중산층의 붕괴로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빅데이터, 인공지능 분석에 의한 프라이버시와 개인 존엄성 침해, 로봇과의 공존이 가져올 인간 정체성의 위기 등 인류가 지금까지 겪지 못한 새로운 위협도 세차게 불어오고 있다.

  한성국 교수(컴퓨터소프트웨어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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