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포털 사이트 인크루트가 성인 남녀 58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취업 스트레스 관련 이명 경험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74%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성인 남녀 10명 중 7명은 취업 스트레스로 인해 이명 증상에 시달린 적이 있다는 말이 된다. 피로하거나 신경 쓸 일이 많을 때 나타나는 이명 현상은 '삐' 소리나 '윙' 소리와 같이 의미 없는 소리가 귓속에 맴도는 현상을 말한다.
 청년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4년제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률이 3년 연속 하락한 것은 외면하고 싶은 현실이다. 취업 스트레스로 이명 현상을 겪고 있는 청년들이 3년 연속 상승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오래 전부터 문제화된 대졸자 취업 문제를 <원대신문>에서 짚어 봤다.
 수도권 대학과 지방 대학
 <한국경제> 기사에 따르면, 연세대학교 인문계열을 졸업한 김 모 씨는 2014년 하반기 25개의 기업 공개채용에 응시했지만, 서류가 통과된 곳은 단 두 곳뿐이었다. 그는 "학점과 영어 성적 모두 평균 이상이었지만 대부분 회사의 서류 문턱도 넘지 못했다"며 한탄했다. 취업률은 대학원 진학생을 제외한 학생을 기준으로 산정하는데, 2014년도 서울대 취업률은 졸업생의 61%에 그쳤다. 서울대생 10명 중 3~4명이 대학원에 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 취업률은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지방 대학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최정상급 대학들도 취업 문제를 피해가진 못했다.
 그렇다면 지방대 출신 취준생들은 어떤 상황일까? 2014년 8월 제주도의 모 대학을 졸업한 한 모 씨는 취업을 위해 서울에서 공부 중이다. 제주도에선 취업 스터디는커녕 채용 정보도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 씨는 친구의 학생증까지 빌려 근처 대학 중앙도서관에서 공부하며 취업 준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원룸 월세 등 한 달 생활비도 만만치 않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취업 통계 연보에 따르면, 4년제 대학 졸업생의 전체 취업률은 2012년 66.0%에서 2013년 64.8%, 2014년 64.5%, 2015년 64.4% 등 3년 연속 감소하는 추세다.
 일본과 중국 상황
 과거 일본은 1991년 거품경제 붕괴 이후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는 극심한 경기 침체기를 겪으며 평생 고용시스템이 붕괴됐다. 이로 인해 젊은 세대가 비정규직으로 몰리면서 일본의 경기 회복을 가로막았다. 비정규직 고용시스템의 충격은 고스란히 현세대들에게 전가됐다. 일본 미디어나 경제학자들은 체감 청년 실업률을 청년의 60%가 무직 상태이거나, 불안한 비정규직 상태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2015년 3월 기준 일본의 4년제 대학 졸업자는 56만 명, 그중 취업 희망자는 41만 1천 명, 취업자 수는 39만 7천 명이다. 결국, 대졸자 전체 취업률은 96.7%가 아닌 70.8%임을 알 수 있다. 대학원 진학도 고려해야 하나 대학원 진학률은 10%대로 높지 않았다.
 현재 일본은 장기불황의 늪을 탈출해 기업마다 청년 인재 모시기에 혈안이 됐다. 즉, 대학 졸업만 하면 취업은 문제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장이 과거와 180도 달라졌다. 일본의 취업은 우리나라까지 영향을 줬다.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 취준생들이 일본 유명 대기업이나 금융기업 취업에 성공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중소 IT업체들도 한국의 젊은 인재들을 많이 뽑고 있다. <한국경제> 기사에 따르면, 일본 금융회사 2년 차인 김 씨는 "일본 기업들은 정년이 보장되고, 휴일도 많아 여가를 충분히 누릴 수 있다" 며, "최근 한국에서 일본 기업에 직접 응시할 기회도 많아 일본 회사 취업을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경우, 두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은 취업률을 보여 준다. 중국 교육 컨설팅 전문 업체인 마이커스에서 30개 성(省)·시·자치구 대졸자 25만 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2015년도 졸업한 대학생(2년제·4년제 포함)의 취업률은 91.7%, 4년제 대학생의 취업률은 92.2%였다. 한편, 2013년(91.4%)과 2014년(92.1%) 모두 비슷한 수치로 나왔다.
 취업률 상위 전공은 (4년제) 소프트웨어 공정, 네트워크 공정, 통신 공정, (2년제) 철도 공정 기술, 전력 시스템 자동화 기술, 마케팅 등으로 나타났다. 취업률 하위 전공은 역사학(86.4%), 법학(86.9%), 물리(86.8%) 등 인문학과 기초 과학 분야, 음악 미술 분야 등이다.
 우리나라 실업률 현황
 지난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자 수는 135만 명이다. 외환위기 영향권인 1999년 8월(136만 4천 명)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2월 실업률은 5.0%로, 2001년 2월(5.5%) 이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5%대를 넘어섰다. 청년 실업률은 12.3%로 지난해 2월(12.5%)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높다. 당면한 실업대란은 경기 불황과 구조조정에 따른 기업 채용 축소, 탄핵 정국으로 인한 정부 정책 추진력 저하 등이 맞물려 발생했다. 소비 침체에 중국의 사드 보복,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금리 인상 등을 고려하면 고용 한파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구직자와 기업의 상이한 입장
 구직자와 기업은 청년 취업난의 원인을 서로에게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기업은 구직자들의 눈높이가 너무 높은 것을 원인으로 뽑았고, 구직자는 기업이 채용에 있어서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을 원인으로 뽑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가 기업 310개, 청년 구직자 514명, 학계 및 전문가 102명, 근로자 512명을 조사한 결과가 이를 뒷받침해 준다.
 경총이 낸 '청년 고용 제약요인 인식 실태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기업은 대기업 및 공기업 같은 상위 직장으로 쏠리는 '청년 눈높이'를 청년 취업난의 원인으로 가장 많이 택했다. 이어 '경기 침체', '정년 60세 의무화', '학력 과잉 및 학교 교육', '기득권 중심 노동운동'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청년 구직자들은 기업과 입장이 달랐다. 청년 구직자는 '기업의 노력 부족'을 취업난의 가장 큰 이유로 뽑았으며, 적극적 투자·채용 확대를 꺼리는 기업의 행태를 지적했다. 이어 '학력 과잉 및 학교 교육', '경기 침체', '정부·정치권 정책 실패', '기득권 중심 노동운동' 등이 순위를 기록했다. 청년 구직자들은 기업의 '청년 눈높이'에 대해서 동의하지 못하는 입장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극심한 취업난에 어디든 취업하고 싶은 취준생들이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연봉 차이는 아직까지 크다.
 잡코리아(취업 포털 기업)가 중소기업 직장인들의 직급별 평균 연봉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사원급 평균연봉은 2천 760만 원, 주임급 평균연봉은 3천 212만 원, 대리급 평균연봉은 3천 734만 원, 과장급 평균연봉은 4천 412만 원, 차장급 평균연봉은 5천 520만 원, 부장급 평균연봉은 6천 423만 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대기업 대졸 신입직 평균 연봉이 3천 855만 원으로, 대기업 신입사원은 중소기업 사원보다 1천 100만 원, 주임보다는 600만 원 가량을 더 받는 것이다.
 이런 임금 격차로 인해 취준생은 대기업·공기업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 연봉이 평균치임을 고려하면, 입사 후 5년이 넘어서도 대기업 신입사원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취업난의 원인은 산업구조의 변화, 인프라 성장의 둔화, 세계화 과정으로 인한 외국인 근로자 증가 등 무수히 많은 원인들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원인보다는 현실성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하는 시기다.
 요즘 대학은 '지식의 상아탑'의 기능을 상실한 채 '취업사관학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교육부는 대학평가 지표로 취업률을 중요시하는 상황 속에서 지식의 상아탑은 추억거리에 불과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왜 대학에는 대기업 취업 학과가 없는지, 대학의 학(學)은 무엇을 뜻하는지 되새겨 봐야 한다. 대학은 기업들이 요구하는 경력직을 배출하는 곳이 아니라 배움을 산출해 내는 곳이다.
  오병현 기자 qudgus0902@wku.ac.kr
 문승리 기자 anstmdfl97@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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