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인용 결정으로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며 탄핵 정국이 마무리됐다. 탄핵이 집행되기까지 광화문에서는 두 집회가 이목을 끌었다. 첫째는 촛불 집회고, 둘째는 태극기 집회였다. 전자는 탄핵을 찬성했고, 후자는 탄핵에 반대했다. 이 두 집회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차이는 세대였다. 촛불 집회는 젊은 사람들의 지지를 많이 얻었고, 태극기 집회는 노년층의 지지가 절대적이었다.
 탄핵에 대해 의견이 대립하는 집에서는 부모와 자식 간의 말다툼이 종종 일어나기도 했다. 대한민국 대통령 이 최초로 탄핵되면서 물밑에 있던 세대차이가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 것이다.
 
   촛불과 맞서는 태극기
 탄핵 이후 '태극기 집회'을 열어 탄핵을 무효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 집회는 자신들이 지지하는 세력과 그 구성원 이외에는 전부 '빨갱이'라는 낙인을 찍어 적으로 간주했다. 문제는 적으로 낙인 찍은 반대 집단을 향해 '빨갱이는 처단해야 한다'며 집회에 챙겨온 둔기 부류의 흉기로 직접적인 위협을 가한 것이다. 불법적이고 위험한 행동을 일삼는 태극기 집회 구성원은 60대 이상의 노령층이 대부분이다. 단체로는 '박사모', '어버이연합' 등 노령층으로 이뤄진 단체가 주로 태극기 집회에 참여했다. 「뉴욕타임즈」는 태극기 집회를 광신도들 같다고 표현했다. 또한, 독일의 도이치벨레(DW) 언론사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제목을 달고 태극기 집회를 보도하기도 했다.
 집회 이름을 태극기 집회라고 명명했지만 태극기 외에 성조기도 여럿 찾아볼 수 있었다. 이들에게는 태극기와 성조기가 사실상 같은 위치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한국의 보수에게 미국은 한국을 구해준 '구세주'와 같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태극기 사용과 성조기 사용은 지난 3월 1일에 열린 삼일절 행사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삼일절 관련 행사를 진행할 때는 태극기를 활용하기 마련인데, 태극기를 활용하면 태극기 집회로 오해받을 수 있어 행사 내용을 일부 변경해야만 했다. 심지어 미국은 일본과 밀약을 통해 당시 대한제국의 식민지화에 가담했다. 삼일절에 성조기를 흔드는 건 매국 행위이자 돌아가신 순국선열들에 대한 모독이나 진배없다는 것을 모르는 듯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동 사저로 돌아갔을 때도 그 인근에서 태극기 집회는 계속됐다. 바로 뒤에 서울 삼릉초등학교가 있는데도 말이다. 초등학교 학생들은 등하교 때 태극기 집회로 인해 위협을 느끼고 있다. 집시법 제8조 '집회 및 시위의 금지 또는 제한 통고'에 따르면, "신고장소가 초·중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의 주변 지역으로서 집회 또는 시위로 학습권을 뚜렷이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집회나 시위는 금지 또는 제한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와 주택가 근처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는 태극기 집회로 인해 인근 주민들과 시위대 간의 다툼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10일에 태극기 집회 일당 지급 의혹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왔다. 이 영상에서 탄핵 인용 소식을 들은 태극기 집회 진행자는 '돌격'을 외치며 경찰차 벽을 뚫으려고 했다. 그 와중에 1분 40초에 한 남성이 "그러면… 페이를 세게 줘야 할 거 아냐. 맨날 사람 불러 모아 놓고 이게 뭐하는 짓이야"라는 목소리가 카메라에 녹음됐다. 그렇다고 모든 인원이 일당을 받고 참여를 한 건 아니다. 일당을 통해 인원을 충당한 가능성이 있지만, 진심으로 탄핵 인용을 반대하며 나온 사람들도 있다는 의견이다.
 
   촛불과 태극기로 나뉜 세대
 태극기 집회로 대한민국은 50대 이하와 60대 이상의 대결 구도로 양분됐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잠잠했던 세대갈등이 다시 떠올랐다.
 지난 11일에서 12일 여론조사기관 '칸타퍼블릭'이 19세 이상 전국 성인 1천 13명을 대상으로 탄핵 인용 관련 여론조사를 한 결과에 의하면, 20대는 99.4%, 30대는 95%, 40대는 93%가 탄핵 인용이 적절했다고 응답했다. 대다수가 박 전 대통령 파면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반면, 50대는 78.7%, 60대는 65.5%가 박 전 대통령 파면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대 간의 인식의 차이를 보여주는 수치다.
 촛불 집회는 '2030'이, 태극기 집회는 60대 이상이 주를 이뤘다. 탄핵에 대한 의견이 갈려 청년층과 노인층뿐만 아니라 부모와 자식 간에서도 차가운 기류가 감싸고 있다. 정치적인 견해가 세대갈등을 부추기는 촉매 역할을 한 셈이다.
 현재, 대한민국 60대는 자신들이 겪은 정치적 격랑과 경제적 성장 및 사회의 안정을 통해 박정희 정권과 박근혜 정권에 자기 자신을 동일시했다. 그 결과로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는 것이 곧 자신이 살아온 삶 전체를 부정당하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노인층이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는 이유에는 그들의 삶을 부정당하기 싫다는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노인들의 심각한 사회적 소외감과 가족공동체의 해체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기 힘들진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소외감과 존재감을 드러낼 곳이 없는 노인들에게 때마침 태극기 집회가 분출구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결코 노년층 다수가 태극기 집회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장경순 씨(79세·남원)는 "국민을 생각하지 않는 대통령은 탄핵을 받아 마땅하다"며 "탄핵에 반대하며 시위까지 벌이는 일부 노인들 때문에 선량한 노인들까지 억울하게 욕을 먹는 것 같다"고 밝혔다.
 
   투표로 본 세대차이
 탄핵으로 인해 대통령 직에서 파면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노년층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됐다. 20대의 투표율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50대, 60대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투표율을 보였다. 헤럴드경제에 따르면, KBS 출구조사 결과 19대 총선의 세대별 투표율은 36.2%였고, 30대 투표율은 43.3%, 40대 투표율은 54.1%, 50대의 투표율은 65.1%였으며, 60대 이상의 투표율은 69.9%로 집계됐다. 20대의 투표율은 60대 이상의 투표율보다 절반 가까이 낮았다. 사전 투표자 513만 1천 721명 중 19세에서 29세는 132만 2천 574명(25.8%)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20대 총선 시기에는 20대, 30대의 투표율이 증가했지만 50대와 60대의 투표율도 동시에 상승해, 여전히 젊은 층의 투표율은 다른 세대에 비해서 여전히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20대 층과 청소년 층에서는 투표 가능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자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촛불 집회를 포함해 세월호 참사 집회에서도 청소년들은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같이 아파했고, 분노했고, 청소년 저마다의 생각을 밝혔다.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들의 권리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뒤따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만 18세인 경우 성인과 동일하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만 18세 청소년들은 의무를 지워야 하는 반면, 자신의 대표를 직접 뽑을 권리인 참정권은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선거 가능 연령 하향 조정과 관련해 지난달 1일 야권이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상황이니, 선거 가능 연령 만 18세 하향 조정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주목되고 있다.
 이종무 씨(문예창작학과 2년)는 "만 18세만 되도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할 줄 아는 나이다. 나라를 이끌어 갈 주역들은 청소년들인데, 그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그들의 생각은 갇히고 만다"고 말했다. 이어 "몇 개월 후면 성인이 되는 학생들도 사회라는 테두리 안에서 성장한다. 의무는 지는데 권리는 행사할 수 없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으로 5월 9일에 치러질 조기대선은 확정됐다. 5월 9일은 빨간 날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놀러 갈 생각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대의 저조한 투표율은 20대의 정치 무관심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젊은 사람들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방법 중 가장 빠르고, 간단한 일이 투표다. 정치판에 신물이 났더라도 도장 한 번으로 우리나라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촛불 집회가 어둠을 몰아냈듯이,  우리는 촛불 집회의 빛으로 퇴보한 민주주의를 밝혀야 한다.  

 

오병현 기자 qudgus0902@wku.ac.kr 
하장수 기자 gkwkdtn06@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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