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알아 둔다고 해서 득 될 것 없는 사실들, 쉽게 말해 굳이 몰라도 되는 사실들이 존재한다. 왜 불행은 한 번에 몰아서 닥쳐오는 것인지, 과연 신은 정말 존재하는지, 나의 수명은 얼마나 남아 있는지. 이처럼 굳이 몰라도 되는 사실들을 굳이 알려 줘서 결국 일을 벌이는 영화 <이웃집에 신이 산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고, 또 바라는 이상적인 신의 모습이란, 아마 대부분 많은 사람들이 온화한 미소와 너그러운 성격, 나의 이웃과 너의 이웃을 사랑하라고 말하는 지혜로움을 가진 그런 존재를 상상할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신은 그런 우리의 예상을 가볍게 뛰어넘으며 비웃듯 콧방귀를 뀌며 말한다. "네 이웃을 혐오하라! 너 자신을 혐오하는 만큼!"
 
 벨기에 브뤼셀에 살고 있는 신의 가족. 신은 늘 후줄근한 옷차림새와 술을 달고 사는 알코올 중독자이다. 괴팍한 성격을 가져 인간들을 괴롭히기 좋아하는데, 화재, 재난, 사건·사고 등은 모두 그의 재미를 위해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손가락 까딱하면 생명을 살릴 수 있을 것만 같은 신은, 사실 컴퓨터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무능력자이다. 컴퓨터 하나로 인류를 창조하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보편 짜증 유발의 법칙' 따위나 만들어 내면서 즐거워하기 일쑤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반항하기 시작하는 사춘기 딸 에아가 등장하는데, 그녀가 바로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신이라는 권력과 능력을 이용해 이유 없이 사람들을 괴롭히는 아버지에게 불만을 품은 에아는 결국 일을 저지르고 만다. 아버지의 서재에 몰래 들어가 사람들에게 앞으로 남은 수명을 모두 전송한 것. 사람들은 자신의 남은 수명을 알게 되자 가입해 두었던 사망보험을 해지하고, 앞으로 남은 삶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살기로 혹은 지금처럼 살기로 결심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신은 이를 부득부득 갈며 에아를 찾아 나서지만, 에아는 이미 집을 가출하고 난 뒤이다. 새로운 신약성서를 쓰기 위해 자신의 오빠 예수처럼  6명의 사도를 찾으러 말이다.
 기발하고 독특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이 영화는 <제8요일>, <미스터 노바디>를 제작한 데뷔 37년 차의 자코 반 도마엘 감독의 작품이다. 영화를 보고 난 뒤 나의 첫 느낌은, 참 유쾌하고 신선한 신성모독을 본 기분이었다. 이 영화는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자니 영 갑갑해진 감독이 직접 자신이 쓴 신약성서를 세상에 내놓은 셈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이미 모두 행복하고, 행복해질 수 있으며, 행복해지기 위해 살아야 한다는 말로 가득 찬 그런 성서 말이다. 그런데 그 성서가 전혀 진부하지 않고 보고 나니 괜히 눈물이 날 것 같아서 더욱 새롭게 다가오는 것 같다.
 에아의 여섯 사도는 모두 소수자이다. 장애인, 성도착증 환자, 트랜스젠더 등 세상의 불평등과 마주하게 되는 세상의 약자들이다. 불평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될 수밖에 없는 현실과는 달리 영화에서 그들은 모두 행복해진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모든 인류가 노력하지 않아도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어린 아가씨. 인생은 스케이트장이야. 수많은 사람들이 넘어지거든." 모두가 넘어진다. 모두가 쓴 고비를 맛보고 몇 번이고 실패한다. 내가 지금 당장 넘어진 이곳이 불구덩이 혹은 흙탕물처럼 가혹하게 여겨지겠지만 배경을 스케이트장으로 바꾼다면 그것도 참 별 것 아닌 것처럼 여겨진다.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엉덩방아를 찧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후엔 가뿐하게 일어나 다시 달린다. 감독은 그런 메시지를 관객에게 은근하게 전달하고자 한다.
 이 영화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우리가 지금까지 불행했던 이유를 모두 신의 탓으로 돌려버리기 때문이다. 현실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고질병 중 하나가 바로 남의 탓도 아니고 내 탓을 한다는 것이다. 취업이 힘든 것도 내가 다 부족한 탓이기 때문에 더욱더 좋은 스펙을 쌓아야 하고 더욱더 좋은 학교에 다녀야 하고. 세상은 지나치게 각박하고 그 끝은 허무하다. 사람들은 사후에 천국에 가기 위해 착하게 살려 노력한다. 하지만 자코 반 도마엘 감독은 그런 사람들에게 당연하단 듯 말한다. "죽고 나면 아무것도 없어요. 여기가 천국이에요." 신은 생각보다 우리에게 관심이 없으니 더 이상 신에게 의지할 것도 없고 내 탓을 할 필요도 없다. 우린 이미 천국에 있고, 나는 이미 행복하니까.

  양주희(문예창작학과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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