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학한림원(National Academy of Korea) 정회원 선출을 축하드립니다. 한림원 정회원은 의과대학 및 관련 분야 대학을 졸업한 후 25년이 경과하고, 의학 및 의학 관련 분야에서 학술연구 경력이 20년 이상, 학술적 발전에 현저한 업적이 있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소감과 한림원 정회원 선정 소감과 자격 등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우선 올해 선출된 14명 중 한 명이 제가 돼 기쁩니다. 선출된 것을 함께 기뻐해 주셔서 감사하고, 또 이렇게 선출된 건 많은 도움을 주신 제 주변 동료 선생님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제가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이 된 것은 우리대학의 발전과 위상에도 일정부분 기여한 것 같아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의학한림원에는 250명이 등록돼 있습니다. 의사라면 대부분 가입을 원하지만, 매년 뽑는 인원이 매우 적기 때문에 가입이 어렵습니다. 그곳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평상시에 이뤄 왔던 업적을 점수로 환산하고, 이후 서류심사를 거치는 등 매우 까다로운 조건들이 있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죠. 그동안 의과대학학장, 동서대학원장, 대한평형의학학회 등 다양한 활동 경험이 이번 한림원 정회원 선정에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무슨 일을 하는 곳인가요.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우리나라 의학의 지속적인 진흥 창달과 선진화를 효과적으로 유도하는 사업을 수행함으로써 의학 발전과 국민 건강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요 사업은 2005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의학 용어 표준화 사업을 들 수 있습니다. 의학 용어 원탁토론회는 일반 국민들이 널리 쓰거나, 전문 용어라도 전문가 사이에서 의견이 달라 표준화가 이루어지지 못한 의학 관련 전문 용어를 선별해, 그 용어에 대한 전문가들의 심층토론을 거쳐 의학계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확산될 수 있는 용어로 확정하는 사업을 말합니다.
 의학 연구 수준 평가 사업도 주요 사업인데, 의학은 사람들의 건강을 비롯해 삶의 질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학문이기 때문에, 선진화 사회가 될수록 그 사회적 비중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예컨대, 의료 연구 자료를 외국의 업적과 비교해 과거 우리의 연구 수준이 어떠하였고, 현재 어떤 위치에 있는가를 제시함으로써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학술 연구 경력이 20년을 넘으신 것으로 돼 있는데, 현재는 어떤 연구를 하고 계시나요.
 1978년 전남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석사과정을 준비했습니다. 그때부터 평형 기관에 대한 연구만 반평생 하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중간에 전공을 바꾸기도 하는데, 저는 전공을 바꾸지 않고 쭉 이어 와서 크나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혹시, 눈을 감고 길을 걷다가 오감을 통해 큰 구조물 같은 것을 반사적으로 피해 본 적 경험이 있나요? 저는 그와 관련된 평형 의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어지러움증을 치료하는 것에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2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셨는데, 우리대학 구성원에게 강조하고 싶은 논문이 있으신가요?
 어지러움을 느끼는 환자 치료를 위한 '전정자율신경증상의 치료를 위한 전기 생리학 및 면역조직화학적 접근'이란 논문을 꼽고 싶습니다. 귀에 있는 평형 기관이 신호를 보낼 때, 한쪽이 망가지면 신호를 인지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면 비대칭으로 인해 어지러움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위 논문은, 망가진 쪽에 전기 자극을 주어 평형을 이루는 방법에 대해 연구한 논문입니다. 일반 학생들에게는 어렵겠지만, 의학 공부를 하는 학생들은 꼭 한 번쯤 읽어 보았으면 합니다.
 특허 출원도 하셨는데, 어떠한 특허를 내셨는지 알려주세요.
 '어지러움 진단 장치', '어지러움 전기 장치', '대뇌피질의 전기 자극을 이용한 전정증상 치료 시스템', '두 점 분별용 진동촉각 자극 장치' 등 10개 이상의 특허를 냈습니다. 특히, 예전에 전기 공학과 연구원들과 함께 연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함께 연구한 결과물로 특허를 내어 연구원들이 회사 하나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 회사는 지금 익산에서 재활 기구를 생산하고 있는 '싸이버 메딕'입니다.
 지금까지 다양한 의료 관련 활동을 하셨는데, 어떤 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으시나요?
 1990년대 초까지는 우리나라에서 어지러움 환자 치료가 불가능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지러움증 환자들은 내과로 진료를 받으러 가지만, 내과 의사도 진단을 내릴 수가 없어서 진통제만 처방하는 실정이었습니다. 여기에 착안해 저는 미국에서 평형 의학과 어지러움증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그 후 한국에 돌아와 평형의학회를 창설했습니다. 창설 후 『임상평형의학』이라는 책을 발간했습니다. 이 책은 국내외에서 활동 중인 평형 의학 연구자들이 펴낸 임상 진료와 연구에 지침이 될 만한 의학서로서, 전정 기관과 평형 의학에 관련된 여러 분야를 모두 포함하고, 평형 기관의 생성과 구조 생리 등 각종 질환과 진단 방법 및 치료에 대한 식견을 적은 것입니다. 그리고 퇴임 후에는 제 지식을 후배들에게 전수해 주고 싶습니다. 현재 평형의학회는 국제 수준의 의학회로 발전해 꾸준히 활동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럼, 갑자기 어지러움증상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요?
 어떤 전공과를 선택해 진료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어지러움이 나타나면 신경과나 이비인후과를 많이 찾아가는데, 이석증을 먼저 의심해 봤으면 합니다. 어지러움증으로 병원을 찾는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이석증을 앓고 있습니다. 이석증은 귀에서 평형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돌이 떨어져 나가서 어지러움을 일으키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고개를 돌렸을 때나, 앉았다가 일어났을 때 어지러움을 호소한다면 이비인후과 전공병원을 찾아가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기차에서 역방향으로 탔을 때 어지러움을 느껴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유럽 사람들의 경우는 전혀 어지러움증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어려서부터 역방향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순방향으로만 타는 습관이 있어 역방향으로 앉아 운행하는 KTX가 처음 나왔을 땐 어지럽다는 불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연구 결과, 다른 원인이 아닌 순방향으로만 타던 어려서부터의 익숙함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우리대학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떠한 것이 있나요?
 요즈음 우리나라 사회가 정치적으로 좋지 않는 상황이 계속 전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각자 맡은 일을 열심히 해 주고 있는 우리 국민들이 있어서 그나마 어지러운 이 세상이 돌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젊은 친구들은 취업난 때문에 무척 힘들다고 합니다. 너무 많은 것을 따지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이성 친구를 만날 때도 그렇지요. 본인의 눈이 높으면 실망감이 크게 되고, 눈을 낮추면 좀 더 많은 이성 친구가 보이게 될 것입니다. 직업도 이와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본인 수준에서 한 단계 낮게 보면, 그곳에서는 스스로가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대학교를 졸업하면 전공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교에서 공부를 열심히 해서 본인이 전공한 분야를 사회에 나가서도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바랍니다. 교수님들을 찾아가 1학년 때부터 연구실에서 연구를 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우물을 파더라도 한 곳만 파면 성공할 수 있다'라는 옛말도 있지 않습니까? 
 앞으로 어떤 포부와 계획을 갖고 계신가요?
 그동안 배우고 연구한 제 지식을 제대로 전수해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목표의식이 중요한데 우리대학 학생들은 이 목표의식이 조금 부족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요즘 대학교육은 학생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는 모습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생각은 말이 됩니다. 좋은 생각을 하면 좋은 말이 되고, 그 말이 행동과 습관을 만듭니다. 우리 학생들이 교양서적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것의 기본은 건강입니다. 본인의 몸 관리를 잘하면 자연스럽게 대학생활도 알차게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은지 기자 dytjq0118@wku.ac.kr
  이병훈 수습기자 lbh6729@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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