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좋지 않은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다. 대다수 사람이 애니메이션에 대해 알게 된 건, 아마 2010년도에 방영된 TvN의 <화성인 바이러스>를 통해서가 아닐까 싶다. <화성인 바이러스>에서 방영된 다소 충격적인 내용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고, '십덕후'라는 신조어와 함께, 애니메이션에 대한 색안경이 등장했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에 대한 지금의 인식은 첫 단추를 잘못 끼웠을 뿐이라고 여겨지고 있다. 생각해 보자. 우리도 애니메이션을 보던 시절이 있었다.
 
어렸을 적 TV 앞에 앉아
 학교, 학원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TV를 틀면 항상 우리를 반겨주던 친구들이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웃고, 함께 울며, 때로는 함께 싸우던 동심 속의 친구들, 바로 만화 주인공들이다. 스마트폰이나 PC방이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절에 TV는 그야말로 만물상자였다. 학교에서는 어제 TV에서 무엇을 보았는지로 이야기꽃을 피웠고, 정해진 시간에 흘러나오던 만화 주제곡은 저녁 먹을 시간임을 알려주기도 했다.
 
이런 친구 있지 않나요?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면 '찾아라 비밀의 열쇠'나 '피카츄, 라이츄, 파이리, 꼬부기' 등 만화 주제곡을 부르는 친구가 있다. 처음에는 무슨 이런 노래를 고르냐며 핀잔을 주지만, 어느샌가 다 함께 후렴구를 부르고 있다. 어린 시절에 같은 애니메이션을 봤다는 것은 추억을 공유하는 것과 같다.
 또한, 함께 추억을 흥얼거리는 것만큼 즐거운 일도 없을 것이다. 들어본 지 오래돼서 잊고 있었지만, 한 번 들으면 "아, 이거!"하고 떠올릴만한 곡들을 몇 곡 소개하려 한다. <디지몬 어드벤처>의 '안녕, 디지몬'과 <카드캡터 체리>의 'Catch you, Catch me', <세일러문>의 '달빛의 전설'까지. 유명한 곡들을 소개하자면 끝이 없지만, 가장 대중적인 세 곡을 모아봤다. 이 세 곡은 노래방에서 만나볼 수 있다.
 
착한 어린이, 따라 하면 안 돼요
 콧물 흘리며 만화를 보던 어린이는 어느새 학점을 흘리고 다니는 어른이가 됐다. 이제 우리는 알고 있다. 어렸을 때 봤던 애니메이션들은 자연스럽게 우리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알려주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짱구는 못말려>의 짱구와 <도라에몽>의 노진구를 보면, 장난치기를 좋아하지만 도를  넘지 않는다. 만약 선을 넘어 나쁜 행동을 하거나, 다른 길로 빠진다면 그 에피소드의 결말에서 그에 맞는 벌을 받거나, 잘못을 뉘우치게 된다. 즉, 어린이들은 주인공들을 보며, 어떤 행동을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기회를 얻는다.
 
추억으로 끝이 아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에 따르면, 2013년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17.9% 성장한 133억 8천 400만 달러로 집계됐다고 한다. 또한, 향후 5년간 애니메이션 시장은 홈비디오 시장을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으며,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확산에 따라 디지털 배급 시장이 전체 애니메이션 시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 예로 <뽀로로>, <또봇>, <라바>처럼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애니메이션들이 세계 각지에서 적지 않은 수출을 이뤄내고 있다. 요즘 어린아이들이 유튜브에서 <뽀로로>를 스스로 찾아 볼 정도로 능숙하게 스마트폰을 다루는 것을 보면, 통계자료의 예측이 적중했다고 할 수 있다.
 
 
Kid + Adult = Kidult
 '키덜트'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2000년대 초에 등장한 이 용어는 어린아이의 Kid와 성인인 Adult를 합친 합성어로, '어린아이의 마음을 가진 어른' 정도로 해석된다.
 경제력이 없는 아이들은 자신이 갖고 싶은 장난감이 있으면 부모에게 사달라고 요구할 수밖에 없다. 만약 거절당한다면 바닥에 누워 떼쓰는 것을 고려해볼 정도로 별다른 수가 없다.
 그러나 경제력을 갖춘 성인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어린 시절에 비싸게 보이던 것들이 지금은 충분히 구매할 만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가격보다는 현재의 만족도에 더 비중을 두는 키덜트들은 현재 애니메이션 시장의 주요 소비층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추억으로 간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취미로 즐기고 있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누가 옳고 그르냐는 문제가 아니다. 현재 정서적으로든 물질적으로든 애니메이션의 영향력과 가능성은 점차 커지는 중이고, 앞으로 창출될 부가가치 또한 충분히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지금까지 막연히 거부감이 들어 피해왔다면, 이제 애니메이션이 가진 가능성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조현범 수습기자 dial159@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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