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할까? 이 논쟁은 파격적인 예술 작품이 나올 때마다 계속 이어져 왔다. 몇몇 사람들은 사회의 큰 이슈나 사건들을 예술 작품으로 표현하면 그것이 잘못됐다고 말한다. 그로 인해 많은 예술인들이 심한 질타를 받기도 한다.

 나는 시를 쓰고 예술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도 대학교에 오기 전 이 논쟁의 중심이 된 적이 있었다. 고등학교 국어시간, 선생님은 반 아이들에게 시를 한편씩 써오라 했다. 그때 나는 성폭행 당한 여자아이의 시점에서 시를 썼다. 반응은 좋지 않았다. 반에서 공부 좀 한다는 애들은 모두 내 시를 비판했다. 왜 저런 주제로 시를 썼냐고, 어떤 친구는 내 시를 더럽다고까지 했다. 기분이 나쁘기보단 어이가 없었다. 나는 내 시에 성폭행 당한 여자아이의 감정을 표현한 것이지 그 여자아이를 욕보이게 하려거나 비난하려는 게 아니었다. 그런데 아이들은 내가 내 시 속 그 여자아이를 깎아내리고 있다 얘기했다.
 물론 내 시를 비판했던 아이들은 예술을 하는 아이들이 아니다. 나와 악감정도 없었고 점수가 걸린 숙제도 아니었기 때문에 굳이 내 시를 폄하할 이유도 없었다. 그 아이들은 정말 내 시를 그렇게 느껴서 그렇게 얘기한 것이다. 시를 합평하며 비판을 들을 때와는 기분이 달랐다. 내 시가 아닌 나 자체를 비판하는 느낌이었다. 난 그때부터 시를 쓸 때 전보다 몇 배는 더 고민을 한다. 물론 내가 쓰고 싶은 주제를 그런 이유로 쓰지 않거나 그러는 건 아니다. 단지 내가 시에 어두운 내용을 다룰 때 생각해본다. 내가 쓴 이 시를 읽고 누가 상처나 안 좋은 기억들을 떠올리는 건 아닌지. 예술을 한다 해서, 예술이 자유롭다 해서, 그 예술로 남을 상처 주거나 아프게 할 자격은 없다.
  이재원(문예창작학과 2년)
저작권자 ©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