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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같은 사람들
박서영 부편집장  |  hisyiya@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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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26  20:3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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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산시는 보석의 도시이다. 최근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백제역사유적지로 등재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외지 사람인 나는 가끔 버스정류장에 새겨진 보석이나 문화재 사진 볼 때를 제외하면, 이러한 캐치프레이즈를 실감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물질보다 사람이 내게 보석처럼 느껴지던 순간이 딱 두 번 있었다.

 가장 먼저 만났던 보석은 버스 기사 아저씨다. 지금이야 집에 잘 올라가지도 않지만, 1학년 때는 치아교정 때문에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집에 올라갔었다. 그때마다 내게는 캐리어를 잃어버리면 안 된다는 하나의 임무가 있었다. 고향에서 이미 몇 번 잃어버린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버스 짐칸에 내려놓은 캐리어는 항상 터미널을 떠나오고 나서야 생각나기 일쑤였다.
 익산에서는 총 두 번 잃어버렸다. 한 번은 1학년 때, 또 한 번은 2학년 때. 터미널에 들어오는 아무 버스나 붙잡고 혹시 몇 시 차 어디 행 기사님을 아냐고 물어보면 "그 양반 아녀?"하는 말과 함께 전화번호를 얻을 수 있었다. 1학년 때 처음 만난 '그 양반'은, 캐리어를 잃어버렸다는 내 전화에 서글서글한 전라도 사투리로 "아가, 다른 기사한테 부탁해서 무사히 갖다 줄 테니 걱정하지 말어"라고 대답하셨다. 다른 기사님을 통해 캐리어를 보낸 뒤에는 확인 전화까지 해주셨다. 짧은 시간 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겠냐며 나를 다독여주셨다. 2학년 때도 마찬가지의 이유로 '그 양반'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나는 전보다 능숙하게(?) 기사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목소리를 듣자마자 1학년 때 그 기사님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역시나 나를 아가라고 지칭하시면서 직접 캐리어를 갖다 주셨다. 이때는 감사함을 꼭 표현하고 싶어서 집에서 가져온 초콜릿 한 박스를 드렸다. "내가 이런 걸 받아도 되나 모르겠네"라며 웃으시던 얼굴이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있다. 나는 아직도 당시의 기사 아저씨를 생각하면 뭉클하다.
 또 한 명의 보석은 101번 시내버스에서 만난 사람이다. 당시 시간이 아침 7시였기 때문에 몇 개의 정류장을 지나는 동안 버스에는 나 혼자만 남게 되었다. 한참 지나고 나서야 여자 한 명이 버스에 올라탔는데, 테니스를 치러 가던 길인지 테니스채 몇 개가 든 가방을 낑낑대며 들고 올라왔다. (테니스채였는지 골프채였는지 사실 기억이 좀 가물가물하다.) 아무튼 그걸 들고 의자에 앉아서 기사 아저씨와 대화를 나누다가 특정 정류장 앞에서 내게 벨을 눌러달라고 부탁했다. 밤을 새우고 와 피곤했던 나는 속으로 '바로 옆인데 본인이 누를 것이지'하며 벨을 눌렀다. 버스가 멈추었을 때 여자는 내게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그러면서 허리를 꾸벅 숙였다. 얼굴은 환하게 웃는 표정이었는데, 나는 적잖이 놀랐다. 여자와 눈이 마주치는 동안 내가 '뭔가 마음에 안 드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 쉽게 공감하지 못했던 웃는 인상의 중요성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내 표정이 부끄러워졌다. 그분의 긍정 에너지가 학교로 돌아가는 내내 내게 향기처럼 남아있었다.
 보석의 가치가 아름답게 빛나는 데 있는 거라면 나는 두 사람을 보석이라 지칭하고 싶다. 실제로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했었고, 내가 만난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저 두 명만이 유일하다고 여기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날을 되짚어보면 마냥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보석을 알아보지 못했던 순간도 있었다. 입학하고 처음으로 만났던 기숙사 룸메이트 언니가 있었다. 몸살에 걸려 덜덜 떠는 내게 자기 자리가 따뜻하다고 옆에 누워 자라고도 해주고,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고, 가벼운 질문 하나도 그냥 넘기지 않고 신중하게 대답해주곤 했다. 그러나 나는 언니가 4학년이라 어렵다고만 여겼던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지난 시간을 파헤치다 보면 내가 같은 이유로 알아보지 못한 보석들이 많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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